김규복 목사
- 공영사업 면죄부 삼은 주택투기, “도시공사 고층아파트계획 고수 중”
- 주민 농성에 소통 단절한 대전시, 3월 민관협의체 회의 중단
[대전=일요신문] 육군영 기자 = 대전 갑천지구 친수구역 호수공원 조성사업의 진행방식에 반발한 지역 주민들이 대전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대전 갑천지구 친수구역 호수공원 조성사업은 갑천지구와 도안지구에 호수공원을 조성하기 위하여 부족한 재정을 아파트단지를 개발해서 마련하고, 남은 수익금으로 낙후지역 개발을 진행해 도시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대전시의 공공사업이다.
2015년 사업계획 발표 이후 4년 동안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친수구역 특별법을 면죄부 삼아 진행하는 부동산 투기라고 주장하며 대전시와 대립각을 세워 왔고, 여러 차례 회동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대전 시민대책위원회와 대전시 및 대전도시공사는 작년 2월부터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도시공사의 재정상황을 고려해 직영하기로 했던 3블럭에 대해서는 합의하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토지이용계획 변경까지도 고려하여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며, 제반 절차는 협의체 회의에서 이루어지는 합의에 따라 진행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대전시가 주민참여를 배제하고 기존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고, 도시공사는 2018년 5월 변경승인된 실시계획에 의한 것이라며 협의 없는 사전공사를 진행하고 다고 주장했다.
또한 참여를 요구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행정소송과 고소고발을 남발하며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에 대전도시공사와 대전시는 현재 진행하는 개발 절차에 법적 문제가 없으며, 지금과 동일하게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민관협의체도 한 달이 넘도록 운영되지 않고 있다.
갑천지구호수공원조성사업백지화시민대책협의회 위원장이자 민관협의체의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전 전국 녹색연합 공동대표 김규복 목사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대전 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이전에는 목사로서 기독교적 양심을 가지고 노동운동과 민중운동을 돕는 일을 했었고, 환경운동에도 관심이 있어 지역의 녹색연합에 창립부터 참여했고, 전국 녹색연합 공동대표를 맡은 적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어려울 때 저에게 와서 상의하시곤 했는데, 산재나 해고노동자, 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 실업자 빈민 노점상 철거민 등 어려운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공동대표를 그만둔 뒤에 대전의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갑천호수공원 사업에 문제가 많으니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했고, 대전갑천호수공원백지화시민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민관검토위원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 당시 대전시와 시민단체 사이에 심한 마찰이 있었는데.
“해당 사업은 2005년부터 대전시장 공약사업으로 이야기가 있었으나 월평 공원이랑 갑천을 끼고 있는 지리적 위치와 농림부에서 지정한 농림전용 부지였기 때문에 개발 승인부터 막혔던 곳으로 재정문제로 미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명박의 4대강 사업 때문에 진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토건관련 공사들에게 강 주변에 막개발을 허용하는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반대 가운데 날치기로 제정되면서 그 법을 이용하여 추진가능하게 되었다.
대전시가 밀어붙이니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고, 이에 환경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사업이 내세우는 목적은 월평공원과 더불어 대전의 랜드 마크로서 명품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실상은 갑천 친수구역 내부에 대전에서 가장 고가의 5천 세대 규모의 아파트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시민대책위원회는 주민과 전문가들의 힘을 모아 1인 시위와 대규모 집회 등의 방식으로 대전시와 중앙부처에 지속적으로 항의를 해 왔고, 결국 민관 검토위원회를 2016년 3월에 구성해 14회에 걸쳐 합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무산되었다.
이후 권선택 시장이 다른 사건으로 물러나면서 권한대행이었던 행정부시장이 한발 양보해 지금의 협의에 이르렀고 민관협의체를 통해 해당 사업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주민참여 필요성 제기하는 김규복 목사
- 얼마 전에 민관협의회에 구성에 주민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갑자기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은 이미 예전부터 주장해오던 내용이다. 애당초 친수구역법 자체가 시행기관에 최대한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마련된 법률이었기 때문에 시작된 사업이고, 이 과정에서 시민이나 주민의 권리를 철저히 배제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개발관련 법에는 이해당사자로서 토지나 주택, 일터를 소유하고 있던 주민들의 사업 참여는 보장하도록 되어 있다. 아무리 법과 규정에 어긋난 점이 없다 해도 민주적인 행정을 하려 한다면, 모든 개발사업에서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조례와 행정매뉴얼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민관협의체 발족 당시, 양측이 전문가를 포함한 동수로 구성하기로 합의했는데, 모든 개발사업에서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의 참여는 필수적이지만, 합의서에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한다고 해고, 시민대책위 대표가 포함되었으니 주민이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큰 실수였다.
도시공사에서 주민들과의 소통을 형식적으로만 하고 회피했다. 제가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미 결정된 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냐는 반응을 보였다.
관측에서는 주민들의 참여를 거부하는 이유가 민관협의체에서 주민들의 보상문제 등 이권 문제를 다루는 것은 본 취지와 어긋난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물론 다시 보상을 요구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원래 유보시켰던 주민들의 권리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 부분은 다시 논의해야 하는 것이 옮다. 친수구역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고층의 아파트단지를 개발한다 해도 적자가 나고 700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헐값으로 땅을 빼앗아가면서 돈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하다 막상 사업을 하니 이윤은 남지만, 주민들에게 보상은 해줄 수 없다고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양측이 함께 선진지 견학을 갔던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 이런 개발에 앞서 길게는 10년까지 주민과의 소통과 설득을 진행한다. 담당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행복할 때까지’라고 말했다. 본래 땅의 주인이었던 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므로 협의 기간은 길어지지만, 협의 후에는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 대전시는 얻은 수익금을 원도심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인데.
“그것은 공익사업으로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재정이 700억 정도 부족해서 공원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면서 개발방식을 바꾸어 이윤이 1000억 원이 남으니 헐값으로 자기 땅과 집과 일터에서 쫓겨난 주민과 협의 없이 원도심에 투자한다는 것은 정당한 명분이 되지 않는다.
사실 사업 방식을 바꾸라고 한 것도 시민대책위 측에서 권고한 사항이다. 도시공사가 우선 기반공사를 한 뒤 대지를 민간건설사에 넘기고 남는 돈으로 호수공원의 시공을 진행하려던 것을 도시공사가 직접 시행을 하고 시공만 기업에 넘기는 방향으로 가자고 제시했다.
얼마 뒤 도시공사 관계자가 사업의 경제성을 따져볼 때 더 이상 층수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익금이 남아도 어떤 방식으로든 시민들에게 돌려줄 테니 시민대책위 측이 주장하는 중저층의 생태주거단지 안을 양보하고 기존의 아파트단지를 합의 해달라는 제안을 해왔다”
김규복 목사
- 도시공사의 요구에 시민단체의 반응은?
“1, 2구역은 주변에 이미 고층 아파트가 있으니 우리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3 구역의 아파트단지도 호수를 생각할 때 사실 너무 높아서 문제가 되지만, 이미 협의가 된 내용이니 양보했다. 그 동안 대전시가 국토부에 제출하였으나 시민대책위와 협의를 조건으로 유보되었던 실시계획변경신청이, 3블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토지이용계획까지도 협의를 통해 변경이 가능하다는 당시 주택국장의 약속을 믿고 동의하여 2018년 5월에 실시계획 변경신청을 해서 승인되었다.
대전도시공사가 사업지연으로 금전적인 손실이 커서 3구역만이라도 우선 협의해달라고 해서 승인된 신청이었다. 그런데 3구역 분양이 매우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자 그것을 기준으로 1, 2 구역은 물론 4, 5구역의 임대주택과 생활주거단지 공공주택도 원안과 거의 같은 내용을 원하고 있다. 우리는 그 부분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투기꾼들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적 삶의 물을 더럽히는 투기가 일상이 되는 아파트단지가 아닌 가능한 한 주민들이 돌아와 생태적으로 살며 갑천을 함께 지킬 수 있는 생태적 주거단지를 원하고, 아파트일지라도 적어도 10년 정도는 전매를 금지하여 투기를 방지하고, 토지는 공동으로 소유하고 건물만 개인이 소유하는 것으로 분양가를 최대한 낮추면서 실제 거주하려는 사람들만 들어와 살아가는 생활공간, 생태마을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아파트와 땅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으로서 부동산 투기에서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닌, 집과 이웃과 환경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의 실제적인 가치만 거래가 되도록 해야 하는데 도시공사에서는 아파트의 평수나 높이를 올려 투기 이익만을 얻으려 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 주민 농성이 한 달이 넘도록 진행되고 있는데, 향후 대책은?
“현재 대전시측에서는 협의체의 운영에 대해 내부적으로 의논하는 바가 있다고는 알고 있다. 그런데 특히 주민들을 대변하는 시민대표로서 내 입장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고, 안타깝게도 참여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거나, 법과 규정을 내세운 주민들에 대한 탄압을 중지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만약에 앞으로 민관협의체의 전문가들이 모여 MP(Master Plan) 안을 만들어 내놓는다면, 관측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 보니 합의 없이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내는 자의적인 행보와 언론작업을 하면서 민관협의체의 진행을 미루고 있다.
나는 사업의 경제성을 무시하거나 쓸데없이 지연시킬 생각은 결코 없다. 대전의 랜드 마크로서 명품공원을 만드는 데는 재정과 모양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주민을 비롯한 시민들의 참여와 공원 안에서 이루어져야할 생태적인 삶을 담으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지금 이런 갈등을 잘 해결해나가는 것도 명품공원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협의체 회의는 언제라도 좋고 항상 준비되어있다. 그런데 관측에서 적어도 지금은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시대의 흐름과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대전시의 공무원들의 의식과 행태도 변해야 하는데 아직도 아쉬운 게 많다.
공공사업의 진행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정치가는 물론 관료들이 국민이 원하는 공동체적이고 생태적 가치에 대해 존중하고, 지자체 공무원들이 시민들에 대한 봉사행정의 원칙을 준수하고, 국민으로서 주권과 지역개발의 주체로서 주민들이 참여와 책임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모든 행정은 약자로서의 국민 내지 시민, 특히 힘과 돈과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사람을 긍휼이 여기고 돕는 영혼을 가진 공무원과 주민이 상호 소통 속에서 보다 나은 미래로 함께 나아가는 훈련과 변화와 격려와 협력과 성취와 축하의 과정으로서 추진하는 것이지, 법과 공권력에 의한 일방적인 행정집행의 과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열려 있고 장래가 촉망되는 정치가로서 허태정 대전시장의 민주적이고 현명한 지혜와 시의적절한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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