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남편들'은 범죄 조직에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전남편과 현남편이 얼떨결에 힘을 합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진선규는 극 중 마약반 형사이자 전남편 충식을 맡아 거친 액션과 생활형 코미디를 오가는 캐릭터를 완성해 냈다. 말보다 몸으로 먼저 설명되는 인물을 시청자에게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진선규는 무엇보다 액션의 리듬을 정확히 맞추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코믹함이 섞여 있는 장면일수록 액션의 약속이 흐트러지면 웃음도 같이 무너지기 때문이었다.
"충식의 액션은 레슬링을 기본으로 하면서 수갑을 현란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접근했어요. 1 대 다수와 붙었을 때 수갑을 주로 사용하는 모습이 나와야 하다 보니 연습을 정말 많이 해야 했죠. 이 작품에서 제가 (윤)경호와도 액션 합을 처음 맞춰봤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움직이더라고요(웃음). 뭔가 (모습이) 둥글둥글하니까 움직임이 더디지 않을까, 힘이 좋으니까 힘으로 확 접근하지 않을까 했는데 상대에게 정말 배려가 좋은 액션을 보여줬어요. 액션 합을 잘 맞춰주는 사람이 드문데 경호도 그렇고, (김)지석이도 굉장히 좋은 호흡을 보여줘서 연기하기가 편했죠."
'남편들' 서사의 핵심 축은 전남편 충식과 현남편 민석(공명 분)의 공조다. 설정만 놓고 보면 어색하고 불편해야 정상인 두 사람이 아내의 납치 사건을 계기로 같은 방향으로 뛰어야 한다. 이 관계가 성립하려면 배우들 사이의 거리감이 먼저 맞아야 했다. 진선규와 공명은 영화 '극한직업' 이후 7년 만에 다시 코미디로 만났지만 이제는 선배와 막내의 조합이 아니라 서사의 중심을 이끄는 '버디'로서 찰떡 같은 호흡을 보여줬다. 진선규가 공명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도 그 지점이 먼저 언급됐다.

코미디 장르에서 배우 간의 친분은 양날의 조건이 될 수 있다. 너무 편하면 장면의 긴장감이 느슨해지고, 그렇다고 너무 조심스러우면 서로의 몸을 아끼게 된다. '남편들'은 그 중간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었다. 전남편과 현남편이란 관계는 계속해서 투닥거려야 하지만 실제 촬영에서는 배우들끼리 서로를 믿고 위험하거나 민망한 동작까지 받아줘야 했다. 특히 후반부의 냉동 창고 안에서 감금된 채 보여준 '발가락 액션 신'은 그런 신뢰가 없으면 성립하기 어려운 종류의 코미디였다.
"그 신을 촬영하면서 '극한직업' 이후 내가 명이하고 정말 많이 친해져 있음을 새삼 느껴지더라고요(웃음). 일단 발가락만으로 상대의 얼굴을 감싸고 있는 비닐을 뜯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거든요. 잘 뜯어내려면 발을 입 안에 더 깊이 넣을 수밖에 없었죠(웃음). 리허설 때 '명아, 괜찮아? 리얼하게 보이려면 발을 더 집어넣어야 하는데' 했더니 아무 말 없이 입을 크게 벌려주더라고요(웃음). 만일 이번이 저희의 첫 촬영이었다면 이런 느낌으로 완성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도 집어넣기 전에 명이 눈앞에서 발을 잘 닦는 것까지 보여줬죠. 명이도 사람 발을 입에 넣은 건 처음일 테니까요(웃음)."

"제가 예전에 윤아 부탁으로 드라마 '킹더랜드'에 특별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너무 고맙다면서 나중에 혹시라도 자기가 필요하면 꼭 불러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카드'를 이번에 쓴 거죠(웃음). 저도 대본 읽을 때부터 이 작품의 속편으로 아내들이 사건에 연루된 우리 남편들을 구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만일 정말 속편이 나오게 된다면 강한나, 이다희, 전소민, 윤아까지 해서 '아내들'이 되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웃음)."
2019년 '극한직업'으로 첫 천만 영화라는 기록을 세웠고, 그 이후로는 코미디부터 액션, 스릴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 굵직한 연기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여전히 진선규에게는 그의 출세작으로 꼽히는 '범죄도시'(2017) 속 위성락이라는 좀처럼 떼어내기 힘든 이름표가 따라다닌다. 대표 캐릭터가 있다는 것은 배우에게 분명한 자산이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 오래 남은 얼굴일수록 그들에게 다음 인물을 설득하는 데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진선규 역시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조급하게 지우려 들기보다 익숙한 얼굴을 통해 더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고 싶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요즘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범죄도시'를 패러디할 때가 있지만 저를 대표하는 다른 캐릭터가 또 생기면 좋겠단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그런 변화를 보여드릴 틈을 노리고 있는데 이걸 위해선 운이나 때가 다 따로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범죄도시'는 제 필모그래피에서 너무나 큰 작품이고, 위성락이란 어떤 빌런으로서의 외형적인 모습이나 작품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하게 큰 이슈가 됐을 정도이니 아직 그걸 뛰어넘을 만한 걸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 앞으로도 그 모습이 잊히진 않겠지만, 한편으론 거기서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림으로써 대중들께 다시 각인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랍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