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기계공진기의 개요와 제작방법 (a) 는 다양한 습도 조건에 노출된 머리카락 공진기의 작동 개념도이다. (b)는 금속 증착된 머리카락 공진기의 제조 공정을 보여준다. (c)는 금속 증착 전과 후에 머리카락의 광학 현미경 사진이다 (스케일 바는 100 μm). (d)는 머리카락 공진기의 분해-조립 개략도와 조립된 유닛의 실제 사진을 보여준다. 사용된 머리카락의 직경은 75 μm 이다.
[대전=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습도계의 한계점을 극복한 머리카락 기반의 기계공진기를 통해 정밀하게 습도를 측정하는 기술을 KAIST 이정철 교수와 윤여원 연구원이 개발했다.
인간 머리카락의 주성분인 케라틴 단백질이 습도에 따라 팽창하는데, 상대 습도가 0%에서 100%로 증가할 때 약 2%의 길이 증가를 보인다.
머리카락은 이 특성으로 인해 습도 감지에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1783년에 스위스의 물리학자이자 지질 학자인 오라스 소쉬르(Horace Bénédict de Saussure)에 의해 처음 시연된 머리카락 습도계는 아직까지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
KAIST 연구진은 마이크로 스케일의 기계공진기에서 착안하여, 머리카락을 양단 고정 스트링 타입의 기계공진기로 간단히 제작해 외부 환경 인자에 반응하는 구조로 만들었다.
제작된 머리카락 공진기는 되먹임 (feedback) 계측을 통해 공진모드에서 작동하게 되며, 이때 상대 습도 변화에 따른 공진 주파수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주변의 습도를 빠르고 정확하게 관측헸다.
머리카락이 습도의 영향에 따라 길이 방향으로 변화하는 정도를 정량화하기 위해 원자현미경 (Atomic Force Microscope: AFM)을 사용하여 습도 환경의 변화에 따른 머리카락의 길이 방향의 변형률을 측정하였다.
습도 변화에 따른 공진주파수의 변화 (a) 는 머리카락 공진기의 주파수 측정을 위한 광학 측정 장비와 습도 조절 챔버의 개략도이다. (b)는 상대 습도가 57에서 24 %로 감소할 때 머리카락 공진기의 정규화 된 진폭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이는 그림 3(c)와 같이 나타나게 된다.
사람의 머리카락의 일부를 관통 구멍이 있는 기판위에 인장력이 가해진 상태에서 에폭시로 고정해 당겨진 기타 줄과 같은 구조를 제작하고, 간단한 광학적인 측정을 위해 머리카락의 일부분에 금을 증착했다.
또 공진주파수의 광학적 측정을 위해 레이저, 광검출기, 모듈형 광학부품, 그리고 락인 증폭기 (lock-in amplifier) 로 자체 실험 장치를 제작하였으며, 상용 레이저 도플러 진동계도 사용해 동시에 검증을 진행했다.
머리카락 기계공진기를 피에조 구동기로 진동시키면서, 머리카락 공진기의 금 증착 부분에 조사되고 반사된 635 nm 파장의 가시광 레이저가 광검출기로 정렬하여 입사시켜 공진주파수를 측정했다.
아울러 머리카락 기계공진기가 장착될 수 있는 작은 챔버를 제작하고, 챔버 내부의 습도를 변화 및 유지 시킬 수 있는 장치 또한 질량 유량계와 수증기 발생기 등을 이용하여 제작하였다.
머리카락 기계공진기가 장착된 챔버의 습도를 변화시켜가면서 공진기의 공진주파수를 광학적으로 측정하여, 습도에 따른 주파수 변화 민감도를 파악하였다.
머리카락의 공진주파수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인자는 영의 계수, 변형량, 밀도, 그리고 질량이 있는데, 주파수의 수식 모델을 세우고 실험결과에 따른 양상을 파악하여, 주파수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에 대해서 검증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습도 증가가 머리카락의 길이를 증가시키고, 이는 다시 머리카락 내부의 인장력을 감소시키게 되어 공진주파수를 감소시키는 경향을 관측하였다.
또한 습도 증가는 기계공진기의 관성 질량을 증가시켜, 이 또한 공진주파수의 감소에 영향을 끼침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제작된 공진기의 민감도는 상대 습도 범위가 24 ~ 45 % 인 경우 0.295 % / RH %이고 상대 습도 범위가 45 ~ 57 % 인 경우 1.780 % / RH % 이었다.
공진기의 노이즈 분석을 통해, 최소 알란 편차 (Allan deviation)은 게이트 시간이 0.1 s 일 때, 0.812 ppm 으로 측정되었으며, 이에 상응하는 주파수 노이즈는 0.025 Hz 임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 제안된 방법 통해 머리카락의 영양 상태 또는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응용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질병이나 노화로 인해 머리카락의 기계적인 물성치가 변화할 수 있는데, 머리카락의 공진주파수를 측정함으로써, 이와 같은 머리카락의 상태를 정량화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온도, 유기용매, 그리고 산 (acid) 과 같이 머리카락의 물리적 및 화학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인자들도 머리카락 공진기를 이용하면 측정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버려지는 머리카락을 센서의 주재료로 유용하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제안이므로, 생체 재료를 사용한 친환경적인 센서 제작으로서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정철 교수
이정철 교수는 “일상에서 다량으로 배출되어 쓸모없는 생활쓰레기로 여겨지는 짧은 머리카락을 이용하여, 신속하고 정밀하게 습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제작한 친환경적인 연구”라며 “습도 외에 머리카락의 물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환경 인자를 측정하는 센서, 더 나아가서는 머리카락의 물성 측정을 통한 사람의 건강 상태 및 질병 분석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센서 분야 대표적 국제학술지인 ‘센서스 앤 액추에이터스(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에 4월 23일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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