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군 병무청 산하 사회복무연수원의 삼가천 오염을 질타하는 장안면 주민들의 현수막이 곳곳에 게시됐다. 남윤모 기자
[보은 =일요신문] 남윤모 기자 = 속리산 국립공원의 맑은 물을 자랑하던 충북 보은군 장안면 삼가천이 누런 이끼와 함께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등 오염되자 병무청 사회복무연수센터(이하 연수센터)가 오수 방류구를 하류 쪽으로 140m 이전하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장안면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삼가천으로 쏟아져 내리는 연수센터 오수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군 의원들과 함께 현장을 찾아 점검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삼가천은 장안, 탄부, 마로면 더 나가 금강과 함께 사는 주민들의 생명수와 같다”며 오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연수센터에 주문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 연수센터는 지난 1월 28일 보은군에 “삼가천으로 연결되는 오수 방류구를 맞은 편 하류로 약 140m 옮기겠다”며 신규 설치지점에 대한 군재산, 산지, 하천, 도로, 구거점용 허가를 신청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근본적인 대책 없이 단지 민원이 지속되자 하천의 오염은 은폐하려 오수 방류구를 임시방편인 눈가림으로 이전시키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어 “장안면 하수처리 시설은 장내리까지 연결돼 있는 만큼 ‘원인부담자 원칙’에 따라 연수센터가 국비를 확보해 서원리까지 연결하고 황곡리 소규모 처리장을 배출용량에 맞게 증설하는 게 정답”이라며 “병무청이 나서 근본적으로 해결하라”고 주장했다.
신국범 서원리 이장은 “연수센터가 들어선 후 수질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며 “장안면의 경우 지하수와 상수도 물을 이용하는 가구가 함께 분포하고 있는데, 하천 오염은 광범위한 지하수 오염과 각종 질병의 노출 및 청정지역 이미지 훼손 등을 동반하니 지역 공헌이 없으면 오염이라도 시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신 이장은 “올초 정상혁 군수가 장안면 순방 시 연수센터가 하천을 오염시켜 2번에 걸쳐 각 300만원씩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군정 최고책임자의 입에서도 하천오염 문제가 제기됐다”며 “장소를 이전해 정화탱크를 설치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하수처리 망 연결과 처리장 증설 등의 가시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들과 함께 반대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포항 지진과 관련해 연수센터 건설 당시에도 축구장에 지열발전을 한다며 최대 수백m 깊이의 지열발전공 230개를 뚫어 현재 본관지하실에서 컨트롤해 사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보은지역에 지진으로 피해가 발생한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자료 요청, 의원들과의 실사 및 전문가 검토 등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중앙부처가 기초자치단체의 재산을 무상으로 장기 임대받아 사용하는 것도 법리상 맞지 않고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매우 크다”며 “국민청원이든 고발이든 이 부분도 장안면 주민들의 생존권을 걸고 적극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 충북 보은국 장안면사무소에서 주민과의 간담회를 갖고 있는 김영두 사회복무연수원장. 남윤모 기자
이런 논란 속에 지난달 24일 장안면사무소에서 사회복무연수센터 김용두 센터장과 장안면 이장협의회장, 노인회장 등 주민대표 30여 명과 장안면장, 하유정 도의원, 구상회·김도화·김응철 군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신국범 서원리 이장은 “국가기관이 하천을 오염시켜 과태료를 부과받는 등의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며 “장내리까지 오수관로가 들어와 있어 국가예산을 요청해 관로매설로 오수 및 하수를 처리하고, 관로가 연결되면 황곡리 오폐수장 처리 능력을 증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현호 개안리 이장은 “연수센터가 민원을 핑계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미루고 미관상 좋지 않다며 오수방류구를 눈이 띄지 않는 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은폐의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며 “서원리 정자나무 밑 하천을 보면 부유물질이 30㎝는 쌓여 있다. 눈으로 확인하라”고 성토했다.
하유정 도의원도 “군 의원 시절에도 오수방류가 문제돼 현장을 점검하는 등의 소동을 벌였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안 돼 주민들이 수질오염과 이에 따른 각종 질병노출의 위험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연수센터가 예산을 신청하면 충북도의회 차원에서도 적극 도울 방법을 강구할 수 있으며, 주민들이 다른 요구 조건 없이 예전 그대로의 청정수질을 요구하면 이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과 행동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대표와 도·군의원들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성토가 이어지자 답변에 나선 김용두 센터장은 “연수센터 건축 당시 환경영향평가 및 설계대로 정화시설을 갖추고 규정에 따라 방류하고 있고, 지난해 주민 2명이 병무청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오수 최종 방류구가 사람들이 마주보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 미관상 좋지 않다. 장소를 이전해 달라’는 민원에 따라 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전국의 6개 사회복무연수기관을 통합 이전을 추진할 당시 보은 외에도 옥천, 금산, 논산, 공주, 천안, 아산 등이 신청했고 모두 20년간 무상임대 조건이었는데 왜 이곳 보은으로 센터가 확정이 됐는지는 모르겠다”며 “하천오염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후 금강유역환경청과 환경 박사 등을 찾아 자문을 구했지만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우리는 설계기준보다 적은 양을 배출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교통 등 기반시설이 부족한 보은보다 더 좋은 곳은 많이 있다. 이전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주민들을 공분하게 만들었다.
충북 보은군 장안면 주민들이 올닌 청와대 국민청원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이날 공청회를 주관한 신국범 서원리 이장은 “(센터가) 설계 기준으로 방류했는데 하천 오염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았으나 이유를 모르겠다는 식의 답변을 볼 때 개선의 여지가 없다”며 “장안면 주민들과 상의해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정문 시위와 봉쇄 등 다각적인 대응단계를 마련해 청정 삼가천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해 민·관 갈등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편 병무청 사회복무연수센터는 충북 보은군 장안면 서원리 9만9000㎡(약 3만여 평)의 땅을 20년간 무상임대해 지난 2016년 4월 27일 준공했고 연간 3만3000여 명이 약 1주일간 교육받고 있다.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