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서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의자는 총 21명.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2010년 4월 15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2항(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이 신설됐다.
현행법상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검찰과 경찰은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때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 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때 등이다.
해당 조항이 공포되기 전에도 언론에서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적이 있다. 연쇄살인마 강호순(남·47)과 부산 중학생 강간·살인범 김길태(남·42)다. 검경에 의한 신상공개의 첫 발을 뗀 건 2010년 6월 영등포 초등생 납치범 김수철이었다. 그 후 매년 적게는 0명, 많게는 4명의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지금까지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의자는 총 21명이다.
피의자 대부분은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 또는 유기징역 최고형인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2016년 동거남 토막살인 혐의를 받은 조성호(남·33)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27년으로 감형 받았다. 재판부는 “조 씨가 피해자의 집에 얹혀 살던 중 성관계 대가로 약속받은 90만 원을 받지 못하고 쫓겨날 처지가 되자 자기 혐오감과 피해자에 대한 분노가 분출돼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창원 골프장 주부 납치범 강정임(여·38)도 예외적으로 징역 15년을 받았다. 1심 선고 그대로였다. 공범 심천우(남·33)에게 범행 도구를 제공하고, 납치 및 시신유기에 가담했지만 피해자 살해 현장에는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노래방 손님을 살해하고 토막 내 서울대공원에 시신을 유기한 변경석(남·35)도 1, 2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변 씨의 범행이 잔인하지만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고 변 씨가 사건 이후 많이 반성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투숙객을 살해한 한정민(남·33)의 경우 피의자가 아닌 공개수배 용의자였다. 그는 경찰을 피해 전국 각지를 돌며 도주하던 중 한 여관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결국 사건은 용의자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 처리됐다.
한편,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한 찬반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찬성 측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측은 공개 기준이 모호해 결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 피의자 신상공개는 무죄추정원칙에 어긋나고 범죄 예방의 효과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우려 역시 일고 있다.
이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