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설립된 컴퓨터학원 G 사는 서울, 종로 등 전국에 21개 지점을 두고 있다. G 사는 컴퓨터 디자인과 IT를 전문으로 가르치며 출판·미디어, 기업체 위탁교육, 대학교 특강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G 사의 지난해 매출은 354억 원으로 학원치고는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G 사는 또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우수훈련기관으로 다양한 국비지원 혜택까지 받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는 관계 없다. 사진=고성준 기자
올해 초 G 사를 퇴사한 A 씨는 퇴직금을 받지 못해 최근 고용노동부를 찾았다. A 씨는 “고용노동부에서 조서만 작성하고 귀가했지만 고용형태가 프리랜서인 것에서 진행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반응이었다”며 “고용형태는 프리랜서지만 업무는 정규직과 다름없이 고정적인 출퇴근시간과 업무량을 소화했고, 야간당직근무 및 주말근무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G 사에서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상담해 수강 및 등록시키고, 개인 마케팅 작업을 통해 학생을 모집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이를 통해 등록시킨 학생의 수강료 일부를 월급으로 지급 받았다. 입사 후 3개월 가량은 고정급여와 인센티브를 임금으로 받았고, 그 이후는 100% 인센티브로 지급 받았다. A 씨는 때로 야간이나 주말에 당직을 서면서 상담 문의가 들어온 수강생들을 담당했다. 당직을 서는 시간에는 학원 데스크에서 데스크 근무를 소화해야 했다.
비슷한 시기 G 사를 퇴사한 B 씨 역시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B 씨도 A 씨와 같은 프리랜서 신분에 같은 일을 맡았었다. B 씨는 “애초에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만 업무내용에 대해 들었다”며 “팀장에게 물어보니 회사가 계약서를 써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용자(회사)는 사업장에서 4주간 평균 1주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고, 1년 이상 계속근로 후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프리랜서 직원도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했다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종속관계가 있었는지 여부는 △취업규직 및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고,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4대 보험 가입 등 사회보장제도에 따른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받았는지 등을 고려해 판단한다.
A 씨와 B 씨의 경우 업무 시간과 장소 등이 정해져있지만 고정급이 없고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G 사가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비슷한 사건에 대한 판례를 살펴보면 고정급을 받지 않았음에도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례가 있다.
올해 2월 있었던 퇴직금 지급 관련 민사사건 판결문을 살펴보면 서울동부지방법원은 “회사가 우월적 지위에서 보수지급의 방법, 시기 등을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에 이를(고정급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며 “회사가 직원들을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에 가입시키지 않았으나 이 역시 회사가 우월적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를 이유로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G 사 퇴직 직원들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지 않아 당분간 퇴직금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은 G 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G 사 관계자는 “지금 업무 중이라 바쁘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후 다시 연락을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