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소용돌이 치는 가운데 재계도 태풍권에 접어들 조짐이다. 아직은 정중동의 모습이지만,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전경련이 대선후보 정책검증을 공표하는 등 재계도 점차 정치바람에 젖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개별 기업들의 경우 기업 사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정치 변화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직,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기업들의 경우 더욱 민감하다. 이 같은 상황 속에 현재 재계 안팎으로부터 시선을 받고 있는 기업은 한진, 금호, 포스코 등 3곳. 이들 기업이 정치, 경제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주목받는 이유는 현 정부 들어 정치외풍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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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책사업이나 마찬가지인 철강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포스코는 정치권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유상부 회장. | ||
재계 6위권의 거함인 한진의 침몰은 국내외 경제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한진은 국적기인 대한항공의 모그룹인 데다, 국내외 재계와 연결된 엄청난 네트워크의 소유자였다는 점에서 갑작스런 세무조사에 많은 의문이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표적사정설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한진이 무너진 1차적인 원인은 주력기업인 대한항공의 적자가 항공산업의 쇠퇴와 함께 눈덩이처럼 불어난데 있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실제로 지난 98~99년 당시 한진그룹의 경영실적을 보면 90년대 중반부터 불어난 경영적자가 2조원대에 달해 채권 은행들마저 “더이상 돈을 빌려주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할 정도였다. 문제는 경영적자가 갈수록 늘어감에도 구조조정을 계속 늦춤에 따라 정부의 반발을 산 점. 한진은 당시 10대 재벌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부채 200% 가이드라인을 지키기가 불가능한 유일한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오너 일가는 제몫챙기기에 치중해 정권의 눈밖에 났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 조중훈 회장의 2세들은 편법적인 방법으로 증여를 받으면서 계열사를 분리, 서로 지분 높이기에만 나섰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창업 이후 땅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을 해온 한진은 갑작스레 닥친 불행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정치권 게이트에 한진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한진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진그룹의 비극은 호남 재벌인 금호그룹의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게 사실이다. ‘한진의 불행’과 ‘금호의 행복’이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졌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경쟁관계에 있는 두 기업의 역학구조상 외부인들은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한진그룹이 난파위기에 몰린 이후 항공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항공노선 배정에서 금호가 반사이익을 얻은 부분이 없지 않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단행된 미주, 유럽, 동남아 노선배분에 대해 한진측은 특혜시비를 끝없이 제기하고 있다.
금호에 대한 특혜시비는 비단 항공노선 배분분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란 게 재계 일부의 시각이다. 재정적인 문제에서도 보이지 않는 지원을 받았다는 확인하기 어려운 소문도 나돈다.
사실 금호는 아시아나항공의 누적적자가 커지면서 IMF사태 직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물론 당시 대다수 재벌급 기업들이 비슷한 위기에 처했지만 금호의 어려움은 더욱 컸다는 게 금융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오너격인 박성용 명예회장(당시 회장)이 퇴진하고, 금호타이어까지 매각하는 등 고육지책을 썼지만 아시아나에서 시작된 엄청난 부채로 인한 어려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웬만한 재벌이었으면 최악의 상황을 맞았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금호의 애타는 마음은 최근 발표한 그룹구조조정 계획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금호는 이달 초 발표한 구조조정안에서 “오는 9월까지 그룹의 핵심사업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완료하겠다”고 못박았다.
금호의 계획에 대해 재계 전문가들은 “금호의 어려움은 주력인 아시아나의 회복 없이는 근본처방에 난관을 맞을 텐데 3개월 안에 어떻게 난제를 해결할까”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무언가에 쫓기듯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한 금호의 속사정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가고 있다.
정치외풍에 시달려온 포스코도 또다시 정치태풍에 휩쓸렸다. 박태준-정명식-김만제로 이어진 포스코 경영은 현 정부 들어 유상부 회장체제가 입성하면서 외견상 정치권과의 단절이 이뤄지는 듯했다.
그러나 유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가 관계된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정치권과 포스코의 관계는 쉽게 끊기 힘든 것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사실 포스코는 국책사업이나 마찬가지인 철강사업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나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포스코가 정치변화에 민감한 것은 정치권에서 부는 바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포스코를 주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