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준 전 사장 | ||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용 소프트웨어 브랜드인 나모웹에디터를 개발, 명성을 얻은 나모는 지난 95년 설립됐다. 특히 이 회사는 국내 최초의 한글프로그램인 ‘아래아 한글’을 만든 박흥호-김형집-우원식씨 등이 공동 창업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대표적인 성공 벤처기업으로 각광받던 이 회사는 창립 8년 만에 공동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박흥호 사장과 김흥준 전 사장이 경영권을 두고 대립하면서 내분에 휩싸였다.
이들 두 사람이 반목하게 된 동기는 나모의 경영실적 악화. 나모는 지난해 72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임직원 해고 등을 통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러자 올 초 직원들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박 사장 등 현 경영진을 상대로 “부실 경영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박 사장측은 “지난해 부실을 다 털었기 때문에 올해 흑자전환을 할 수 있다. 부실 경영 운운은 기업인수합병 세력을 등에 업은 경영권 탈취를 호도하는 것”이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박 사장의 이 발언으로 그동안 수면 아래 잠복하고 있던 내분이 표면화됐다. 이런 와중에 S여행사가 나모를 인수하려고 한다는 M&A설까지 불거지면서 내분은 열기를 더하게 됐다.
박 사장측이 비대위의 공세에 맞서는 논리는 “나모를 인수하려는 S여행사측이 우리사주조합과 김흥준 전 사장을 앞세워 경영권을 빼앗으려고 한다”는 것.
이에 대해 비대위는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 사장은 퇴진해야 한다”며 “김흥준 전 사장도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우리와 뜻을 같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경영진 교체에 뜻을 같이한 김 전 사장이 새 대주주로 S여행사를 소개했다는 것이다.
양측의 말을 종합해보면 우리사주조합과 김흥준 전 사장, 그리고 S여행사측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들어 박 사장 등 현 경영진을 퇴진시키려 하고 있는 것으로 정리된다.
▲ 박흥호 사장 | ||
박 사장은 이들 회사에 회사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 비대위의 주장. 실제로 아바트론의 경우 나모가 전환사채 9억원을 매입했고 핸드스토리는 1년 매출이 5천만원에 불과한 데도 나모가 8억원을 들여 인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비대위는 코스닥 등록 후 주식 보호예수기간이 지나자마자 보유 주식을 시장에 팔아 1백억원을 챙겨 결국 회사를 어렵게 만든 김흥준 전 사장의 조종에 넘어가고 있다”며 흥분하고 있다.
박 사장의 시각은 현재의 내분이 김 전 사장의 배후조종에 의해 시작됐다고 보고 있는 것.
공동 창업자인 두 사람의 갈등은 이미 지난 2001년 김 전 사장이 갑자기 보유지분을 장내에서 처분할 때부터 싹텄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박 사장은 “2001년 당시 김 전 사장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하여 다른 기업에 매각하자는 제안을 해왔지만, 회사를 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직원들에게 밝혔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빚을 갚기 전에는 회사 지분을 처분할 수조차 없었다는 것이 박 사장의 입장. 그는 “일부 우리사주조합원들이 김흥준씨와 결탁한 것은 비이성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오는 3월28일로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우리사주조합은 주총에서 지분을 바탕으로 경영진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 나모의 지분 분포는 박흥호 사장 14.3%, 우리사주조합 11.5%, 김흥준 전 사장 10.6%, 경인양행 2% 등이다. 설립 당시 김흥준 전 사장이 1대 주주였지만 김 사장이 지분을 일부 매각해 현재는 박 사장이 1대 주주인 것.
그러나 현재의 지분분포를 보면 박 사장이 불리하다. 박 사장이 우리사주조합의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당수 지분이 이미 비대위쪽과 입장이 같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비대위는 김 전 사장의 지분도 확보하고 있다.
한편 비대위에서 이번 주총에 올릴 예정이던 사외이사 5명 선임건이 주총 공시에서 빠지자 비대위는 지난 18일 서울지방법원에 ‘주주총회 안건상정 및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법정으로 내분이 옮겨붙을 조짐이다.
비대위는 박 사장이 경영권에 계속 집착하면 “경영 비리에 대한 판단을 사법부의 판단에 맡길 수도 있다”며 박 사장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박 사장 역시 유명 벤처기업인 A씨 등 우호세력을 통해 지분매집을 시도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어 이번 나모의 주총은 파란의 연속일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사장과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박 사장은 사장으로 복귀한 뒤 인티즌 사장이었던 박태웅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김 전 사장이나 박 사장이나 박 부사장, A씨 등 이번 싸움에 등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벤처업계의 유명인사다. 이것이 벤처업계 전체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