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토크쇼에서 한국인 비하발언을 해 네티즌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는 고사카 겐지 전 중의원(사진 오른쪽ㆍTV 캡처). | ||
일본에서 전해져온 동영상 하나에 한국 네티즌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문제의 동영상은 후지 TV의 생방송 토크쇼. 얼마 전에 끝난 일본 선거가 이슈였다. 화면에는 자유민주당 소속의 고사카 겐지 전 중의원이 선거 후일담을 털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발언 도중 그는 “너는 바보 춍이라고…. 아, 아니 실례…”라는 말을 내뱉았다.
여기서 ‘춍’이라는 말은 바로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비하할 때 쓰는 말. 쉽게 말해 한국의 국회의원이 TV에 나와 ‘쪽XX’라는 말을 쓴 것이나 다름없는 경우다. 그는 말을 뱉어놓고 황급히 “아, 아니 실례…”라고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꺼내놓은 말을 도로 집어넣을 수는 없었다. 이후 사회자가 “고사카 겐지 씨가 개인적인 발언이지만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을 사죄합니다. 또한 본인도 실례했다며 사죄했습니다”라는 사죄방송을 했지만 무마하기에는 역부족. 곧 화면은 유튜브에 올랐고 한국에도 전해졌다.
이를 본 한국 네티즌들이 ‘열’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 더 어이없는 것은 그가 그간 한일 의원연맹의 상임 간사로 일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네티즌들의 비난의 화살은 고사카 겐지로부터 방향을 틀어 결국 한국 국회의원들로 향했다.
“한국을 우습게 보는 일본 의원들, 일본을 그리워하는 한국의원들이 모인 것이 한일 의원연맹의 본질” “한일 우호? 국민 세금으로 밥 먹고 골프 치며 만든 결과가 바로 이것. 비싼 세금 축내지 말고 한일 의원연맹 해체하라” 등 댓글에는 분노의 목소리가 분분. 한 네티즌은 “철없는 우리 정치인들 감당하는 것도 골이 빠개질 정도인데 어째서 우리는 옆집 쓰레기 정치인들까지 감당해야 하는 팔자가 됐는지 모르겠다”며 푸념.
‘네 블로그가 한 일을 알고 있다’
네티즌들이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그 근원지는 역시 정부와 사정기관, 그리고 여당. 얼마 전 저작권법 개정으로 네티즌들의 정신을 빼놓더니 최근에는 국가정보원이 인터넷 회선을 통째로 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경찰청 보안과가 실시간 인터넷 감시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네티즌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다음 아고라나 네이버 블로그에서 경찰의 눈에 띄는 글을 올린 네티즌들의 신상 정보는 1시간 안에 그 ID, 최근 로그인 날짜, 이름(실명),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 상세한 사항이 경찰에 알려진다는 것.
뿐만 아니라 ‘육군 사이버 순찰대’에서 군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블로그의 주인에게 쪽지를 보내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른바 네티즌들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보는지 정부에서는 좀비PC의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고 다수가 사용하는 PC의 백신 소프트웨어(SW)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률 제정을 공식 추진한다고 밝히는가 하면 여당은 가을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우선처리법안 43개안에 6월 임시국회에서 뺐던 사이버모욕죄를 슬그머니 포함시켜 이 법에 대한 끈질긴 집념을 보여 주고 있다.
이쯤 되니 네티즌들이 발끈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 정부와 여당의 인터넷, 그리고 네티즌들에 대한 불신과 적대적 감정은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 대다수 네티즌들의 시각이다. “이 정부의 네티즌들에 대한 적대적 감정은 병적인 수준” “삽을 들고 제방을 쌓아 인터넷을 막으려 하는 게 현정부의 행동” 등 현 상황에 대한 짜증 섞인 반응들이 줄줄이 올라오는 모습.
현 정부 집권 이후부터 계속해서 이어지는 네티즌들과의 갈등.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이렇게 말한다.
“서슬 퍼렇던 군부독재 시절에도 막지 못한 게 사람들의 입이다. 하물며 인터넷을 넘어 트위터 시대에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발상을 하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노릇이다.”
펠레가 눈길 줬을 뿐인데…
월드컵 각 지역 예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세계 곳곳의 월드컵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어가는 모습. 본선 진출국과 탈락국의 명암이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국내 축구 사이트 네티즌들 간에 ‘펠레의 저주’가 다시 화제거리로 등장했다.
월드컵 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펠레의 저주’가 그 정확성이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한국 역시 그의 저주에 희생(?)당한 전력이 있을 정도다. 2002년 결승 진출 예상, 2006년에는 예선 통과를 예상했으나 당연히(?) 실패했던 것.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펠레의 저주는 맹위를 떨치고 있다. 펠레는 지난 7월 “아프리카 팀이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8강은 물론 4강까지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지리아가 그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카메룬과 세네갈도 8강 정도는 무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 카메룬은 3차 예선에서 3위로 처졌고 세네갈은 2차 예선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또한 나이지리아 역시 2위로 탈락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
네티즌들은 이 같은 결과를 놓고 펠레의 저주 위력에 새삼 감탄하는 분위기. 그러나 한 네티즌이 밝혀낸 사건에 비하면 이 같은 저주들은 소소한 것에 불과해 보인다. 지난 월드컵 당시 우연찮게도 공식 가수인 아나스타샤의 가슴쪽으로 펠레의 시선이 향해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적이 있는데, 이후 그 가수가 유방암 판정을 받게 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