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사업인 커피믹스 실적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총수 일가에게 고액의 배당금을 챙겨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일각에선 이러한 고배당이 창업주 3세인 김종희 동서 전무(44세)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지원하는 실탄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상헌 전 동서 회장(왼쪽)과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사진=동서
동서는 올해 5월 24일 기준으로 총수일가 등 30여 특수관계인이 67.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서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줄곧 67%~68%를 유지해 왔다.
김재명 동서 창업주(97세)의 장남인 김상헌 전 동서그륩 회장(70세)이 17.59%를 보유한 2대 주주이고, 차남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65세)이 현재 19.3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상헌 전 회장의 장남 김종희 동서 전무는 부친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거나 배당금을 통해 마련한 실탄으로 지분을 매입하는 등 3세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동서는 지난 2004년 161억 원을 배당하면서 처음으로 100억 원대 배당을 개시했다. 이후 2005년 190억 원, 2006년 205억 원, 2007년 235억 원, 2008년 264억 원, 2009년 308억 원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 2010년 352억 원(30.2%)으로 배당금 30%대를 넘어섰다.
또한 2011년 396억 원(43.7%), 2012년 470억 원(48.3%)으로 40%대 배당에 이어 2013년 546억 원(56.9%)으로 50%대 배당을 넘어선 이후 매해 배당 성향이 50%를 넘어서고 있다.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한다는 얘기다. 동서는 2014년 595억 원, 2015년 665억 원, 2016년 665억 원, 2017년 692억 원, 2018년 690억 원을 배당했다.
이렇게 15년간 동서가 주주들에게 배당한 배당금은 모두 6100억 원대다. 이중 총수일가와 특수관계인들이 지분에 따라 챙긴 배당금은 4100억 원대에 달한다. 김종희 전무는 동서 지분을 보유한 이래 지금까지 500억 원대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무는 2005년 중반까지만 해도 동서 소유지분이 1.69%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2.14%를 보유하고 있다. 김 전무는 2006년 입사한 이후 부친인 김상헌 전 회장으로부터 지분 상속과 본인이 직접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늘렸다.
김 전무의 지분은 2006년 2.24%, 2010년 3.46%, 2011년 3.46%, 2012년 7.05%, 2013년 9.40%로 지속적으로 늘었고, 2015년 10%대(10.28%)에 진입했다. 이후 2017년 11.22%로 증가했고 2019년 1분기까지 11.60%를 보유하다가 지난 5월 부친으로부터 상속 등을 통해 12.14%까지 늘렸다.
김상헌 전 회장은 2011년 이후 거의 매해 지분 증여 등으로 김종희 전무의 지분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첫 증여당시만 해도 동서 최대주주(36.53%)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계속된 증여로 2017년부터 동생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에게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고 2대 주주로 물러났다.
동서식품 제품. 사진=동서식품
김종희 전무가 동서 지분 확보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3세 경영권 승계 작업과 맞물려 있다. 지주회사인 동서 지분을 확보하면 8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의 높은 배당 재원은 알짜 계열사인 동서식품에서 나온다. 동서가 지분 50%, 미국 크래프트사가 나머지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최근 3년간 매해 1160억 원씩 모두 3480억 원을 배당했다. 이 기간 동서가 받은 배당금은 3년간 1740억 원, 매해 580억 원에 달한다. 동서식품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1708억 원, 2017년 1669억, 2016년 1720억 원으로 배당성향은 60% 후반대로 동서보다 높은 편이다. 커피믹스 시장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지만 동서식품의 고배당 기조는 동서그룹 사정상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한편, 동서 관계자는 “주주에게 배당을 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의무다. 동서는 총수일가만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주주들도 많다”며 “김종희 전무는 단계적으로 지분을 늘려왔고 모두 합법적 테두리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