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경찰청 관계자는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자세한 사항은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여교사와 남학생이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관계나 대화 등 모든 정황을 종합적·입체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했다”며 “세부사항을 본다면 95% 이상 누가 보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자료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여성 실루엣.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합니다.
다만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B 군이 13세 이상으로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적용 대상이 아니고 위계나 강압에 의한 성관계도 아니라고 확인됐기 때문이다. B 군은 해당 교육지원청 조사에서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다”고 말했고 A 씨 또한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알려졌다. 형법 제305조 ‘미성년자의제강간죄’에 따르면 만 13세 미만 아동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은 성인만 상대방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받는다.
A 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성별이 바뀌어 남교사와 여제자였다면 남자 교사는 처벌 받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루밍(길들이기)’ 문제도 제기됐다. 그루밍은 ‘가해자가 신뢰관계나 위력을 이용해 피해자가 스스로 성관계를 허락하도록 만드는 행위’다.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할지라도 심리적으로 취약한 아동청소년이 그루밍됐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그루밍 가능성도 검토했다. 기존에 기소돼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안은 반대쪽에서 성관계를 유도한 경우가 많다. 일반 시민이 보면 남교사와 여제자였다면 유죄 판결 났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지만 다각도로 다 확인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다만 수사기관마다 판단은 다를 수 있다. 2017년 40대 학원장은 여중생과 성관계를 맺은 뒤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가 경찰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렇지만 대구고등검찰청은 학원장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고검 관계자는 “강간으로 판단할 만큼 강제성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성적 도의 관념에 어긋나고 아동의 건전한 성적 가치관 형성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봐 아동복지법이 규정하는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여교사와 미성년자 제자가 성관계를 맺은 일은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서울의 한 중학교 여교사가 담임을 맡은 15세 남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서로 “좋아했다”고 주장했다. 여교사는 법적 처벌 없이 단순 해임으로 마무리됐다.
반면 2012년 강원 지역에서 30세 초등학교 남교사가 초등학생 여제자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검거돼 처벌받았다. 여학생이 만13세 미만이었기 때문이다. 남교사와 여학생은 당시 ‘사랑하는 사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 경남 창원의 한 초등학교 32세 여교사도 실형을 받았다. 상대 남학생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해당 여교사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만두를 사주겠다”거나 “사랑해”라는 문자메시지와 자신의 반나체 사진을 찍어 보냈다고 조사됐다. 여교사는 남학생을 꾀어내 교실, 승용차 등에서 9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졌다. 여교사는 경찰 조사에서 “학생이 너무 잘생겨서 그랬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해당 여교사는 2017년 11월 창원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 80시간 성교육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신상공개 등을 선고받았다.
교사와 미성년자 제자 사이 부적절한 관계를 막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재련 변호사는 “만 13세 이상이고 서로 합의했다고 교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교사와 제자 사이의 성관계는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성적 착취다”며 “신뢰관계를 악용한 성범죄를 막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 미국에선 제자와 성관계 한 교사를 강력하게 처분하고 영국에선 신뢰관계 범위를 교사, 목사, 운동부 코치 등으로 확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