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교수
[대전=일요신문] 육군영 기자 = 생명체의 수명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상대적으로 저온에서 사는 생명체 (특히 변온 동물)가 고온에서 사는 생명체보다 수명이 긴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생명체 내의 어떤 기전이 낮은 기온에서 오래 살도록 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KAIST 생명과학과 이승재 교수 연구팀이 저온에 의한 장수 조절 인자로올리브유에 많은 지방 대사의 조절인자인 Mediator 15이라는 단백질을 제시했다.
흔히 생활 습관과 유전적 변화 등이 노화와 장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음식 섭취에 따른 물질대사가 수명을 조절하는 원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수명이 3주에 불과해 장수 조절 연구에 적합한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예쁜꼬마선충은 고온(25℃)보다 저온(15℃)에서 2배가량 이상 수명이 길어진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낮은 온도에서 장수하기 위해서는 ‘메디에이터 15(Mediator 15)’라 불리는 단백질을 통해 올레산의 양을 유지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올레산이 부족하면 낮은 온도에서도 수명이 길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메디에이터 15는 불포화 지방산을 만드는 효소의 양을 증가시켜 예쁜꼬마선충이 낮은 온도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
메디에이터 15가 발현한 불포화 지방산 합성 효소는 불포화 지방산, 특히 올레산 (oleic acid)의 양을 증가시키고 올레산은 체내 단백질의 품질을 높여 건강한 장수를 유도하는 것이다.
예쁜 꼬마선충 현미경 사진
불포화 지방산 중 하나인 올레산은 메디에이터 15가 가장 많이 발현하는 물질로, 올리브유의 55~85%가 올레산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통해 올레산의 섭취가 낮은 온도에서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요소임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외부의 기온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적절히 조절되는 지방 대사가 장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과 특정 지방산 섭취가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밝혔다.
특히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의 장수 효과를 직접 확인함으로써 향후 노화 방지 및 장수를 위한 연구에 다양한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재 교수는 “외부 온도와 같은 중요 환경 요인이 생체 내의 지질 및 단백질 항상성을 조절해 생명체의 노화 및 장수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혔다”라고 말했다.
연구진
이동엽, 안선우 박사, 정윤지 박사과정이 공동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 국제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 8월 13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MDT-15/MED15 permits longevity at low temperature via enhancing lipidostasis and proteost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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