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활성수’ 대용량 제조기술을 개발한 진윤식, 조주현 박사팀
[경남=일요신문] 박영천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전기전문 연구기관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최규하) 전기물리연구센터 진윤식·조주현 박사팀이 미래 청정기술로 불리며 농업‧바이오‧식품‧원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플라즈마 활성수’를 대용량으로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플라즈마란 고체, 액체, 기체에 이은 제4의 물질로, 강한 전기적 힘으로 인해 기체 분자가 이온과 전자로 나눠지는 상태를 말한다. 우주 전체의 99%가 플라즈마 상태로 이뤄져 있고, 자연현상에서는 번개, 오로라 등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우리 주위에서는 거리의 네온사인과 형광등이 플라즈마에 의한 현상이다.
대기중에서 생성된 플라즈마의 이온 및 전자는 공기 중의 산소‧질소 등과 만나면 다양한 화학종(Chemical species)을 만든다. 이러한 화학종은 또 다른 물질의 표면과 만나 여러 화학 작용을 일으킨다. 여기서 발생하는 화학 작용을 통해 물질 표면에 있는 오염물질의 살균‧분해‧소독‧세정 등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이 개발한 기술은 플라즈마 활성수(PAW : Plasma Activated Water)를 대용량으로 제조하는 기술이다. 플라즈마 활성수는 공기(혹은 수중)에서 플라즈마를 생성한 뒤, 산소 및 질소 등의 활성종을 물에 녹아들게 한 기능성 물이다.
이 활성수는 강한 산성을 띠어 소독제나 살충제 등의 역할을 할 수 있고, 동시에 질소 산화물들이 다량 포함돼 있기 때문에 액체 비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병원에서는 의료도구의 소독이나 피부 치료로 쓸 수 있고, 가정에서도 야채나 과일을 씻어주는 친환경 세정제로 이용될 수 있다.
활성수를 생산하는 기존의 방법은 가느다란 틈으로 플라즈마를 고속으로 분출하는 ‘플라즈마 제트(Plasma jet)’를 활용하는 방식, 평판의 금속전극과 유전체(정전기장을 가할 때 전기편극은 생기지만 직류전류는 생기지 않게 하는 물질)를 샌드위치처럼 배열하고 좁은 갭에서 방전을 일으키는 ‘평판형 유전체장벽방전(DBD)’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1회 제조용량이 수십 밀리리터(mL)에서 수 리터(L)로 제한됐으며, 넓은 면적으로 균일하고 밀도가 높은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데에는 많은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이에 KERI에서는 평판형이 아닌 ‘동축형’의 유전체장벽방전 장치를 통해, 균일하고 대면적의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발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동축형은 평판형에 비해 부피를 줄일 수 있고, 직·병렬의 연결이 용이해 대용량화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또한 플라즈마와 물의 반응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리액터 구조를 창안하여 장시간동안 큰 전력을 공급하면서 플라즈마 활성수를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까지 플라즈마 활성수 제조용량에 관한 세계적인 기록은 미국 APS(Applied Plasma Solution)사의 120L/h,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대학의 100L/h가 있으나, KERI가 개발한 ‘동축형 유전체장벽방전’ 장치는 시간당 무려 500L의 플라즈마 활성수(pH 3기준)를 제조할 수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당 연구결과는 특허출원을 완료했고, 최근 미국에서 열린 펄스파워 분야 세계 3대 학회인 ‘펄스파워 및 플라즈마 과학 컨퍼런스(PPPS)’와 일본에서 열린 물리학 및 플라즈마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대회인 ‘ICPIG-34 & ICRP-10’에 소개되어 전 세계 전문가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연구개발 책임자인 진윤식 박사는 “플라즈마 활성수는 공기와 물 그리고 전기만 있으면 제조가 가능하고, 다른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친환경적이다”고 밝히며 “KERI가 개발한 기술로 농업‧바이오‧식품‧원예 등 다양한 산업에서 대용량의 플라즈마 활성수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전했다.
최근 플라즈마 활성수를 제조‧분석하고, 다양한 응용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KERI 연구팀은 ‘산업용 대용량 플라즈마 활성수 제조장치’의 상업화를 위한 기술이전 수요업체 발굴을 통해 조기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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