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9일 서울 관악구 신안산선 복선전철 3-2공구에서 케이블 트레이 설치를 위한 개구부 확장 작업을 하던 30대 하청 노동자가 약 1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직후 시공을 맡고 있는 신안산선 7개 현장의 작업을 중단했다.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는 합동 감독과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신안산선 복선전철 공사 현장에서는 2024년 10월 4-1공구 사망사고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네 차례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4건의 사고는 모두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구간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4월 광명 5-2공구 터널 및 도로 붕괴 사고 이후 포스코이앤씨는 전사적인 안전강화 대책을 내놨지만 같은 해 12월 여의도 4-2공구 철근 구조물 붕괴 사고에 이어 이번 3-2공구 추락사고까지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전체 시공 현장에서도 5건의 사망사고를 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이후 사고 건수는 2023년 1건, 2024년 3건, 2025년 5건으로 매년 늘었다. 이번 사고까지 더하면 이 기간 중대재해는 10건에 이른다.
건설업계 전반의 사망사고가 줄고 있는 것과도 대조된다. 올해 1분기 건설업 사고사망자는 3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1% 감소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건설업 사고는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5건에 이어 올해도 사고가 발생했다”며 “연속선상에서 보다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사법경찰 권한으로 이번 사고와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지난해 잇단 사망사고 이후 강화한 안전관리 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8월 전국 103개 현장의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5단계 안전점검을 실시한 뒤 CCTV 확대와 본사 인력 현장 배치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같은 해 8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고용노동부 감독에서는 62개 현장 중 55곳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58건이 적발됐고 본사에서도 145건의 위반사항이 추가로 확인됐다. 그러나 회사의 안전 관리 체계 개편과 정부의 개선 권고 이후에도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대책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잇단 사고의 배경으로는 공공 인프라 사업의 공기 압박이 거론된다. 최근 포스코이앤씨 사망사고는 신안산선과 함양~울산고속도로 현장 사고 등 철도·도로 사업에서 집중 발생했다. 신안산선은 토지 보상과 인허가, 지장물 이전 지연으로 당초 개통 목표를 맞추기 어려워지자 국가철도공단과 사업시행자 넥스트레인이 인력·장비 추가 투입과 터널 양방향 굴착 등 공정 만회대책을 반영해 사업 일정을 재산정했다. 그 결과 공사기간은 20개월 연장됐고 개통 목표도 2025년 4월에서 2026년 12월로 한차례 미뤄졌다.
지난해 4월 붕괴사고가 난 광명 5-2공구는 당시 전체 공사기간의 약 75%가 지났지만 공정률은 58.3%에 머물렀다. 사고 이후 재설계와 실시계획 변경 절차가 더해졌고 같은 해 12월 여의도 4-2공구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공정 일정에 차질이 이어졌다. 전체 사업 일정이 재차 늦어진 만큼 다른 공구에도 지연된 공정을 만회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고가 난 3-2공구에서도 촉박해진 일정이 작업 방식과 안전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주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도 발주자가 일정과 예산을 정하고 공정 준수를 요구하면서도 무리한 공사기간에 대한 책임은 거의 지지 않는 구조를 문제로 꼽았다. 송 실장은 “공공 인프라 발주자는 업체를 선정한 뒤 빨리 끝내라고 요구할 권한은 크지만 공사기간이 적정하게 산정됐는지를 관리·감독할 제도는 없다”며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뿐 아니라 임기 안에 개통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정치권 요구가 현장까지 전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2021년 공공 건설공사의 공사기간 산정 기준을 마련해 고시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발주기관이 지키지 않더라도 제재하기 어렵다. 송주현 실장은 “설계 단계에서 교통량과 지반 여건, 안전조치 등에 필요한 시간까지 반영해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정해야 한다”며 “사고 후 시공사뿐만 아니라 발주자와 설계자, 감리자, 지자체에도 단계별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4월 발생한 광명 5-2공구 터널 붕괴사고와 관련한 행정처분을 앞두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6월 중 심의위원회를 열어 포스코이앤씨에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상 8개월 영업정지 기준을 적용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추락사고는 별도 수사 대상이지만 사고가 반복됐다는 사실은 심의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영업정지가 확정되면 처분 기간에는 신규 수주가 제한된다. 이미 확보한 공사를 계속할 수 있어 매출이 즉시 끊기는 것은 아니지만 수주 공백은 수년 뒤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후 공격적으로 영업하면 어느 정도 수주 공백을 완충 가능하다”면서도 “반복된 사고는 도시정비사업 수주전 등에서 경쟁사가 신뢰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영업정지 기간 이상의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더라도 제재가 곧바로 집행될 가능성은 낮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6명이 숨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지난해 1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고가 발생한 지 3년여 만에 내려진 행정처분은 다시 연기됐다. 송주현 건설안전정책실장은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져도 과징금으로 바뀌거나 집행정지와 행정소송이 이어지면 실제 제재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사고 관련 비용과 지방 미분양 사업장 관련 대손비용, 해외 현장 추가 원가 등이 겹치며 45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7.4% 감소한 1조 6801억 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 533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신용도 부담은 여전하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안전사고 관련 평판리스크와 재무부담 확대 등을 이유로 포스코이앤씨의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국신용평가 등은 신용등급 하향을 피하려면 연결기준 영업이익률 3% 이상, 부채비율 150% 미만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1분기 흑자로 돌아섰지만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72.5%에서 1분기 171.8%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신안산선 사망사고가 다시 발생하면서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평사들이 등급전망을 낮추면서 주요 점검 대상으로 제시한 안전사고 위험이 해소되기는커녕 재차 불거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사고 한 건으로 즉시 하향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사고가 반복됐고 영업정지 심의까지 예정된 만큼 추가 비용과 수주 경쟁력 저하가 현실화하면 등급 하향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한 추가적인 재무 악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6월 9일 신안산선 3-2 복선전철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그동안 신안산선 현장 전체를 대상으로 외부 전문가들과 안전점검을 진행했지만 아직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이 완전히 확보될 때까지 작업 중지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고 유가족 지원과 재발 방지를 위해 임직원 모두가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