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전 천안시장
지난 14일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구 시장에게 벌금 800만 원과 추징금 2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구 시장은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김아무개 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부터 2000만 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3월 김 전 상임부회장의 양심선언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김 전 부회장은 구 시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외에 시 체육회 인사 비리가 구 시장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점 등을 함께 고발했다.
다만 1심과 2심에서는 구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만을 유죄로 인정했으며 인사 비리 건과 관련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구 시장은 재판 과정에서 “후원금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전액 반환했으므로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후원회 지정권자(선거 입후보자)가 직접 후원금을 받았더라도 후원자의 인적사항이나 후원금 자체를 후원회 회계 담당자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은 현행 정치자금법에 위반된다”며 “30일 이내 반환 여부는 범죄 성립 여부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며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 재판부 역시 원심과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 시장의 대법 판결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대거 탄원서를 제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특히 탄원서에서 정치자금법의 ‘입법 과정’을 언급하며 재판부의 판결을 유도하려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천안아산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자유한국당 충남도당이 성명서를 내고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대법에 대한 압력 행사와 월권행위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구 시장은 14일 오후 천안시청 대회의실에서 이임식을 열고 “대법원의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저의 부덕의 소치이며 불찰로,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70만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밝혔다. 구 시장의 시장직 상실에 따라 이날부터 내년 보궐선거까지 구만섭 부시장이 시장 권한을 대행한다.
이날 구 시장의 낙마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정당들의 성명이 잇따랐다. 자유한국당 충남도당은 “민주당은 당선무효형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부실 공천으로 천안시를 진흙탕에 빠뜨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천안시장 보궐선거 비용 전액을 부담하고 후보 무공천을 약속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정의당 천안지역위원회도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중인 구본영 후보를 경선이 아닌 전략공천해 천안시민들의 공분을 샀다”며 당리당략에 빠져 천안시민을 우롱한 민주당은 공천포기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무주공산인 천안시장의 자리를 놓고 지역 정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먼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구 시장에게 패한 자유한국당 박상돈 전 국회의원이 재도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엄금자 전 충남도의원, 박찬주 전 대장 등의 출사표에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유병국 충남도의장, 김종문 전 충남도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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