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달 12일 국방부에서 열린 대구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구시 제공
먼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하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의 제일 큰 걸림돌이었던 최종이전부지 선정과 관련, 최근 이전후보지 주민들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이 결정해 ‘숙의형 시민의견 조사위원회’가 권고한 기준과 절차를 지난달 24일 국방부 이전부지선정위원회가 의결하면서 일단 통합신공항 건설의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에 확정한 기준과 절차로 내년 1월 21일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해당 지자체장이 유치신청을 하면 2년여를 끌어온 이전지가 결정이 난다.
하지만 남은 절차를 두고 이전후보지 중 하나인 군위군의 김영만 군수가 억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또 다른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위군은 부군수 체제로 남은 절차를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구시와 경북도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 장경식 경북도의회 의장, 김주수 의성군수가 김 군수 구명 탄원서에 서명하고 법원에 제출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기도 했다. 이들은 구속된 김 군수가 풀려나야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의 남은 일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지만 불발되면서 후폭풍을 맞고 있다.
김해신공항 확장 총리실 검증과 부산·울산·경남의 가덕도신공항 추진은 외적 변수다. 내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집토끼(PK) 다잡기에 나선다면 TK의 통합신공항 추진은 매우 불리한 국면을 맞게된다는 게 중론이다. 대구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는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되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이른바 ‘고추 말리는 공항’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종이전지가 결정된다 해서 통합신공항 건설사업 절차가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이전지 선정은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방부가 추진하는 대구 군 공항 이전 절차다. 대구시 계획대로라면 민항인 대구공항 이전 절차는 이후 이뤄지는데 이는 국토교통부 소관이다.
국토부는 5년 단위로 공항개발종합계획을 수립하는데 지난 6월께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1~2025) 수립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내년 상반기를 전후해 나오는 용역 결과를 보면 민항인 대구공항 이전에 대한 국토부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늦어도 내년 말까지 최종안이 나오는 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은 항공교통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공항이 신설되거나 이전하는 해당 지역 관계기관과 협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공항 이전을 반대해 온 지역의 한 인사는 “대구시가 통합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려면 국방부와 국토부의 두 절차를 ‘투 트랙’으로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다 보니 국방부 절차를 먼저 끝내고 후에 국토부 절차를 밟으려 한다”면서 “자칫 엇박자를 낼 수 있고 절차상 위법의 소지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통합신공항 건설 후에도 도로와 철도 신설 등 접근망 구축을 위한 예산확보 문제도 큰 과제다. 9조원 이상 들어가는 대구시 역대 최대 규모의 사업인데다 영남권 항공수요를 두고 부산·경남과 치킨게임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접근망 구축에도 사활을 걸어야 한다.
숙원사업인 대구시 신청사 건립 부지 선정도 이달 22일이면 결정난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참여단 252명은 오는 20일부터 2박3일 합숙을 통한 숙의과정을 거쳐 신청사 예정지를 결정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4월 5일 시청 본관 상황실에서 열린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 출범 및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구시 제공
현재 신청사 유치신청은 중구(동인동 현 대구시청 본관)와 북구(옛 경북도청 터), 달서구(옛 두류정수장 터), 달성군(화원읍 한국토지주택공사 분양홍보관 부지) 등 4개 구·군이 뛰어들었다.
평가 첫째 날 시민참여단은 신청 후보지들에 대한 현장답사를 한다. 해당지역 구·군 공무원은 시민참여단에게 입지의 장단점에 대해 설명하게 된다.
둘째 날에는 4개 구·군이 평가한 자료를 바탕으로 질의응답·토의 등 숙의과정을 갖고, 마지막 날인 22일 이를 바탕으로 후보지에 대한 평가 점수를 부과하게 된다.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는 결과가 나오는 대로 현장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공론화위는 예정지 결정 시기가 다가오면서 더 치열해질 유치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과열 유치 경쟁으로 신청사 이전이 여러차례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구·군은 후보지 선정 평가방법에 불만을 계속 제기해 와 결과에 따라 탈락 책임을 대구시에 전가할 수도 있어 무려 15년을 끌어 온 신청사 건립 사업의 시험대가 코 앞에 다가서 있다.
김태일 공론화위원장은 “후보지 평가 시기가 임박해지면서 구·군간 유치경쟁도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과열 유치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처리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숙원사업인 먹는 물 문제, 취수원 이전 문제도 곧 있을 정부용역 결과에 따라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발암물질인 ‘1,4-다이옥신’이 낙동강 수계에서 검출되자 대구시가 정부에 건의해 공론화된 대구 취수원 이전사업은 현재 두 개의 정부발주 용역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2017년 여름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녹조가 낀 물을 뜨고 있다. 사진=대구시 제공
대구시는 현재 식수를 공급하는 매곡·문산정수장을 구미산단 상류지점인 해평취수장으로 옮기려 구미시와 지난 2015년부터 머리를 맞댔지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해 말 가까스로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사용안 검증을 포함한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 연구’와 ‘구미 폐수 무방류 시스템 적용방안 연구’ 등 두 개 정부 용역이 진행되면서 잠시 소강상태에 있다.
지난해 여름 유해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낙동강 수계에서 검출되자 환경부가 구미산단에 폐수무방류시스템 설치를 제안했고, 구미시도 묵시적으로 동의해 용역이 이뤄졌다.
환경부는 이달 두 용역결과를 토대로 낙동강 물문제 해결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환경부가 해평취수장 공동사용과 무방류시스템 설치가 모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복수안을 제시할 경우, 구미가 전략적 선택을 할 것으로 보여 정부 종합대책발표 후 권 시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권영진 시장은 대구 최대 현안들이 올 연말을 기점으로 분수령이 될 것을 의식하고 다시 한 번 자신감을 피력하며 직원들을 다잡았다.
권 시장은 지난 4일 올해 마지막 월례조회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 “공항은 못 옮길 것이라고 우리 공무원조차도 부정적이었지만 내년 1월 21일이면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이전지가 결정되는 등 이제 진도가 많이 나갔다“고 평가했다.
신청사 건립에 대해서는 “이달 20일부터 2박 3일간 시민평가단이 합숙해 숙의형 민주주의 평가 방식으로 부지가 결정된다”면서 “이후에는 모두가 승복하고 대구의 미래를 열어가는 일에 마음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취수원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이전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더 안전하고, 더 깨끗하고, 더 좋은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는 취수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환경부 용역이 마무리되면 결과에 따라 숙원사업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구=김성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