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망원인 4위인 폐렴은 노령인구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질병으로 노령 환자의 사망률이 특히 높은 질환으로 꼽힌다.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인구 고령화로 인해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심평원은 매년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을 대상으로 폐렴치료 능력을 5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1등급은 종합점수를 100점으로 환산했을 때 90점 이상, 2등급은 70점 이상~90점 미만, 3등급은 50점 이상~70점 미만, 4등급은 30점 이상~50점, 5등급은 0점~30점 미만인 기관에게 부여된다. 평가대상 건수가 10건 미만인 기관은 등급에서 제외된다.
2월 27일 청도 대남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의료 물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취재결과 청도대남병원은 심평원 폐렴치료 적정성 평가에서 매년 하위 등급 판정을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는 4등급을, 2016년에는 3등급을, 2014년에는 가장 낮은 등급인 5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이전의 기록은 확인할 수 없었는데 이는 평가대상건수가 10건 미만으로 폐렴치료를 10건 미만으로 했다는 뜻이다. 병원이 취급하는 환자 대다수가 노인이었음에도 사실상 폐렴치료에 적합한 곳은 아니었던 셈이다.
가장 최근인 2017년 결과를 보면 대남병원의 산소포화도검사 실시율은 27.3으로 전체병원 평균 81.3과 비교해 3배가량 낮은 수준이었다. 중증 폐렴환자는 흔하게 저산소혈증이 발생하는데 이때 신속하게 산소를 공급하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산소를 공급하기 전 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산소의 결합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 산소포화도검사다. 다시 말해 산소포화도검사 실시율이 높다는 뜻은 저산소증을 일으킨 중증 폐렴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하려는 시도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이는 병원도착 24시간 이내 실시율로 심평원 해석자료에 따르면 산소포화도검사 실시율이 높을수록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폐렴환자의 중증도 판정을 위해 사용되는 중증도판정도구 사용률도 0이었다. 특히 감염성 질환 중 가장 흔한 사망 원인 중 하나인 지역사회획득폐렴 환자의 입원치료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폐렴 중증도를 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객관적 기준이 되는 것이 PSI, CURB-65 등 중증판정도구인데 대남병원의 경우 이러한 판정 없이 환자의 입원 여부를 결정했다.
이 밖에도 폐렴치료에 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위해 실시하는 객담도말검사와 객담배양검사 처방률은 63.6으로 전체병원 평균값인 78.5와 81.6보다 낮은 값을 받았다. 8시간 내 항생제 투여율 역시 전체병원 평균이 96.5를 기록한 것에 비해 대남병원은 86.4에 지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2013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폐렴구균 예방접종에 대해 대남병원은 실시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소와 한 건물로 연결되어 있는 병원이라고 보기에 믿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이승율 청도군수는 2월 27일 청도를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해당시설은 민·관 보건기관의 원스톱 의료·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한 복합의료타운으로 건립됐다”고 소개한 바 있다.
문제는 기존에 폐렴을 앓고 있을 경우 코로나19 치료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현재로서 코로나19 치료는 대개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감염내과전문의에 따르면 현재 입원 중인 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은 산소치료를 통해 체내 면역 활성도를 향상시키거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세균성 폐렴 등의 합병증을 방지하는 항생제를 투약하는 간접 치료를 병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것이 기존 폐질환 여부다. 폐질환이 있는 환자일수록 합병증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이런 경우 기존 폐렴이 악화되거나 2차 합병증을 막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한다. 실제로 최근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절반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폐질환이 급속도로 악화돼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대남병원에서 장기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폐질환이 심해진 상황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이 많아 사망자가 많아졌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현재 각 병원으로 이송된 대남병원 중증 환자들 역시 산소치료를 병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남병원이 심평원의 폐렴치료 적정성 평가에서 지속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부의 대남병원 코호트 결정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예상된다. 병원 내 적절한 의료장비나 인력, 자원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까닭이다. 서울의 한 내과 전문의는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폐렴치료조차 어려운 환경에서는 코로나19 치료 역시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2월 28일 대남병원 내에 감염내과 전문의와 자원 등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남은 환자 전원을 전문병원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