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다큐3일’ 캡처
13일 방송되는 KBS ‘다큐멘터리 3일’은 ‘황금빛 내 인생’ 편으로 부산 골드테마거리 72시간을 함께 했다.
누구나 인생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기쁨의 순간들이 있다. 내 아이의 첫 돌, 입학과 졸업, 취직, 결혼, 승진과 퇴직 등 이런 의미 있는 날을 기념하는 물건으로는 귀금속이 대표적이다.
한강 이남의 최대 귀금속 특화 전문시장인 부산 골드테마거리에는 저마다 기쁜 소식을 가지고 온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인다.
그리고 이들을 위해 귀금속을 다듬고 만들며 누군가의 찬란한 순간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
골드테마거리는 1980년대 초반부터 부산 시내 여러 지역에 산재하던 귀금속 매장들이 범천동 일대에 하나 둘 모이면서 형성되었다. 약 650개의 점포가 거리로 쭉 이어진다.
부산의 대표적인 귀금속 거리로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판매장뿐만 아니라 건물의 2층이나 3층에는 보석 세공 공장이 자리하고 있는데 각종 보석류는 물론이고 시계나 금은수저, 은 식기 등을 취급하며 가공에서 수선, 수리까지 담당하고 있다.
도소매상과 세공 공장들이 모여 있어 유통과 제조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골드테마거리는 귀금속에 관해선 없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곳이다.
금세공 43년차 김응주 씨는 국제공인보석감정사 자격증까지 갖춘 어엿한 장인이다. 세공이란 게 수작업으로 시작해서 수작업으로 끝나는 일이라는데 그야말로 정성에 정성을 다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금반지 하나를 뚝딱 만들어 보이며 이 정도는 쉬운 일이라는 김응주 씨. 그에게 이 일이 쉬운 일이 되기까지 얼마만큼의 금을 갈고 닦았을까. 후미진 골목, 작은 작업실에 놓인 오래된 집기들이 김응주 씨의 지난 43년을 보여준다.
한강 이남의 최대 귀금속 상권을 만들기까지 오랜 세월 이 거리를 일구고 지켜 온 사람들. 거리 곳곳에는 누군가의 뜨거운 청춘, 누군가의 우여곡절 인생, 누군가의 묵묵한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골드테마거리를 찾은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올해 6월 결혼을 앞둔 서정석, 하다솜 커플은 설레는 마음으로 이 거리를 찾았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게 기억될 반지를 보며 이 빛처럼 영원히 함께할 약속을 한다. 오래된 것이 새로운 선물이 되어 돌아오기도 했다.
오랜 세월 장롱 속에 있던 시어머니의 목걸이를 나에게 맞는 목걸이로 맞춘 것. 며느리 조연이 씨는 시어머니가 주신 최고의 선물에 최고의 마음까지 받은 것 같다고 한다.
오랜 우정을 기념하기 위해 온 사람들도 있다. 40년이 넘은 우정을 금팔찌로 기념한 박희숙 씨와 박옥희 씨. 꼭 금이어야 하냐는 질문에 옷은 유행이 지나면 못 입지만 금은 계속 쓸 수 있다며 금의 변하지 않는 매력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귀금속은 누구에게나 새롭고, 영원한 빛을 내주는 귀한 물건이다.
금세공 공장을 오픈한 지 5년차에 접어든 이호관, 박연우 부부.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처음엔 어찌나 어려웠던지 공장 오픈 초창기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100일도 안 된 둘째를 친구 손에 맡기고 공장에 나왔을 정도로 그땐 정말 힘들게도 일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를 떠올리면 ‘그래도 잘했다, 내가 해냈다’고 생각한단다. 고생한 만큼 우리 아이들을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음에 감사한 것이다.
부부에게 귀금속은 변하지 않는 삶을 이어가게 해주는 귀한 물건이다.
하루에 많게는 수십 명의 고객을 응대하는 점포의 상인들. 고객들의 취향에 맞게 추천하고 설명하고, 주문 받은 것을 공장에 의뢰하고, 완성된 물건을 받아오는 것까지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고될 법도 한데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오늘도 물건을 받고서 기뻐해주는 고객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단독 매장을 운영하는 김윤정 씨는 고객들이 이 보석을 받았을 때의 기분을 생각하며 준비한단다.
특히 고객들의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는 이 일이 최고의 직업임을 느낀다고 말한다. 골드테마거리의 상인들은 하나같이 ‘함께’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찬란한 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기뻐하는 사람들. 그 마음이 보석을 더 빛나게 하는 게 아닐까. 다큐멘터리3일 제작진은 당신의 찬란한 순간을 ‘함께’해서 ‘행복’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