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영 사장. | ||
이 인사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2세 승계 작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그룹에서 드디어 2세 사장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경영정상화를 놓고 현대차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현대카드의 특급 소방수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냐도 관전 포인트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전임인 이상기 사장이 지난 3월 현대차 계열의 인터넷 포털업체인 오토에버로 발령난 이후 계속 공석이었다. 그러다 올 초 기아차 부사장에서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부사장으로 영입된 정 사장이 사장으로 발령난 것.
재계에선 카드채권 문제 등으로 곤경에 처한 현대카드·현대캐피탈에서 정 사장이 구원투수 노릇을 제대로 할지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 내부 거래가 적발되는 등 곤경에 처해있다.
공정위는 지난 10월 초 현대차 계열사인 기아차와 INI스틸이 현대카드 유상증자에 각각 7백11억원, 3백36억원을 투입, 주식을 고가에 인수해 각각 71억원과 33억원의 부당지원을 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카드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난 6월 말 실시한 유상증자(총 3천7백42억원)에 신규 참여한 기아차와 INI스틸이 고가에 주식을 인수하고 또 유상증자 직전인 6월13일 현대캐피탈이 보유한 현대카드 주식을 주당 3천4백56원에 사주는 등 사실상 현금지원을 하기도 했다.
경영위기에 몰린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계열사의 지원을 받아 기사회생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 실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에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현대카드를 통해서만 대금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현대카드에 그룹 차원의 총력지원을 하고 있다.
현대차 납품업체들이 받은 어음을 할인해서 쓸 경우 고스란히 수수료가 현대카드에 떨어지도록 설계된 결제시스템을 도입한 것. 때문에 현대차 납품업체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현대차쪽에선 “다른 은행이나 카드회사에서 현대차의 결제대행사업을 포기하고 현대카드만 참여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지 부당 내부지원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런 저런 잡음에도 현대차는 결국 지난 상반기에 계열사를 동원해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쳐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현대차 기업구매카드가 현대카드 전용이라는 논란도 결국은 현대카드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정 사장이 온 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현대백화점카드 회원과의 통합사업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재계에선 현대차그룹이 현대카드를 인수한 뒤 현대백화점 회원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대백화점그룹과 현대차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
하지만 정 부사장이 현대카드로 발령난 올 초부터 현대백화점과의 제휴가 급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현대백화점 정몽근 회장의 2세인 정지선 부사장과 현대차 정의선 부사장, 그리고 정태영 사장 등 2세그룹 간의 ‘화학작용’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지난 여름 ‘투명카드’라는 컨셉트로 시내 한 호텔에서 현대카드 리런칭 사업을 대대적으로 열었다. 이때 현대차그룹의 로열패밀리들이 대거 참석해 오너들이 정 사장에게 큰 신임을 보이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투명카드 캠페인이나 최근 선보인 현대카드의 M카드 사업 등 정 사장이 부임한 이래 현대카드가 바람몰이에 성공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정 사장에 대한 평가는 매우 우호적이다.
때문에 그가 이번에 현대카드 부임 1년도 안돼 사장으로 깜짝 승진을 한 것도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오너의 선택이라는 시각이 많다. 정 사장은 종로학원 정경진 원장의 큰아들로 서울대 불문과를 나와 MIT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수재로 현대모비스 전무, 현대기아차 구매총괄본부장을 역임했다.
정 사장이 사장급 인사의 테이프를 끊었기에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인사에서 정의선 현대차 부사장이 사장으로 데뷔할지 벌써부터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