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한국인의 밥상
한국인의 밥상 지킴이란 타이틀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배우 최불암. 벌써 10년 째 친근한 진행으로 전 연령층에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는 팔불출 소리를 들을 만큼 소문난 애처가다.
아내가 보고플 때면 촬영장에서도 간간히 핸드폰 속에 저장해둔 사진을 꺼내볼 정도다.
최불암 김민자 부부는 4년여 간 열애 끝에 1970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 아내 김민자 얼굴을 보기만 해도 여전히 설렌다는 최불암은 자신이 만든 부부의 맛을 숭늉같이 구수하다고 말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런데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날이 바로 5월 21일 부부의 날,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담은 기념일이다.
흔히들 부부를 연리목(連理木)에 비유한다. 서로 다른 나무의 줄기가 이어져 한 나무로 자라는 연리목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한 몸처럼 살아가는 부부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둘이 하나의 인생을 만드는 일은 음식의 맛을 내는 것과도 많이 닮았다. 이에 다양한 맛을 만들며 사는 진기한 부부들을 만난다.
횡성읍 정암2리에는 소문난 잉꼬부부가 살고 있다. 어딜 가든 두 손 꼭 잡은 채 함께 다니는 도호근, 전금례 부부가 바로 그 주인공.
평소 청바지를 즐겨 입어 청바지 커플이라고도 불리는 이들 부부는 결혼생활 62년차다.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꽃을 꺾어다 주는 도호근 어르신과 남편 앞에서 늘 예쁘게 보이고픈 전금례 어르신.
부부가 함께한 세월만큼 주름은 늘었지만 전금례 씨는 일생을 함께하는 동반자이자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가족이었다.
그래서 아내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솔선수범이다. 이런 사람 세상에 없으니 다시 태어나도 꼭 배우자로 다시 만날 거라는 도호근 전금례 부부의 달달하면서도 구수함이 배어있는 일상을 만난다.
아내 전금례 씨는 남편을 위한 요리로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새우, 홍합 듬뿍 넣고 만든 해물찜은 남편 도호근씨가 좋아해 밥상에 자주 올라가는 단골메뉴.
막장 넣어 삶은 돼지막창과 산양삼을 고추장양념에 버무려 완성한 산양삼돼지막창볶음은 이 집만의 별미다. 도호근 전금례 부부의 또다른 별식이 있는데 콩을 갈아 만든 콩죽. 여기엔 특별한 사연이 있다.
2004년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한 아내를 위해 남편 도호근 씨가 입원기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만들었던 음식이 바로 콩죽이다.
아내를 위한 남편의 사랑이 담긴 콩죽과 더불어 조청에 담가 달달함을 더한 약과까지. 고소한 인생을 살고 있는 도호근 전금례 부부의 애정 듬뿍 담긴 밥상을 맛보러 가보자.
양평군 단월면 비닐하우스에서 수경재배로 쌈채소를 키우며 살고 있는 박창섭 김지연 부부. 이들 부부의 수경재배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다.
바로 장어와 쌈채소를 함께 키우는 것. 배관을 통해 장어에게서 나온 유기물을 쌈채소로 전달한다. 장어 유기물이 들어있는 물로 쌈채소를 키우는 유기농 농법이다.
박창섭 씨는 결혼 후 마음 속에 품고 있던 농업인의 꿈을 실현시켜 올해 초, 본격적으로 아내 김지연 씨와 함께 농사일을 시작하였다.
두번째 맞이한 결혼기념일을 챙기지 못할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농사도, 결혼도 새내기 부부 창섭 씨와 지연 씨.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에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된다는 이들 부부의 새콤달콤한 신혼 생활을 만나러 간다.
장어를 출하하기 전 부부는 미리 장어를 구워 맛을 본다고 한다. 그때 그때 출하하는 장어의 맛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 다양한 방법으로 장어를 즐기기 위한 연구를 한다.
자신의 꿈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 창섭씨가 보양식을 만든다. 장어뼈로 끓인 육수에 쌈채소와 버섯, 장어를 넣어 만든 장어버섯전골이 그 주인공.
쌈채소와 밥을 넣고 만든 김밥 위에 잘 구운 양념 장어를 얹으면 장어쌈채소김밥. 여기에 직접 만든 채소빵에 장어튀김과 쌈채소, 오미자청을 넣은 채소빵샌드위치부터 장어와 쌈채소를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장어샐러드까지.
박창섭 김지연 부부는 서툴지만 정성 가득한 마음으로 키워낸 산물들로 새콤달콤한 한 상을 차려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