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문재인 수석과 이호철 민정1비서관으로 라인업된 이후 민정수석실이 사정작업을 총괄하는 기존의 역할에 더해 중앙부처와 공기업 등 정부기관의 인사검증 및 정부 내 위기관리 시스템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또 민심 동향 점검을 주도하면서 정무분야에도 직·간접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종전에 비해 행동반경이 크게 확대된 상황. 여기에 ‘부산 인맥’의 핵인 문 수석과 이 비서관은 부산-울산-경남(PK)권에서의 신당 창당 작업에도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말 그대로 여권 내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시각이 떠오르고 있다.
▲ 현 정권 파워그룹으로 부상한 민정수석실의 문재인 수석(왼쪽)과 이호철 민정1비서관. | ||
사정의 대상은 부정부패가 개입할 수 있는 전 분야가 망라되어 있으며 특히 정계와 기업,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 등 상층부는 물론 조직폭력과 마약상, 사기범 등 일반 민생분야까지 포괄되어 있는 것이 특징. 범법사실이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법처리에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실은 특히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사건과 관련해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염동연 민주당 인사위원이 구속되고, 비록 법원에서 기각되기는 했지만 386 참모그룹의 핵심인물인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읍참마속’의 심경으로 노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사법적 처리를 통해 명분과 계기가 마련된 만큼 ‘사정 드라이브’를 구사하는 데 아무런 걸림돌도 없다는 판단이라 하겠다.
이와 관련, 민정수석실은 일단 김대중(DJ) 정권 시절 정부 고위직 인사들에 대한 비리를 파헤쳐 외곽에서부터 사정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과 정부 산하단체 임원에 대한 비리 내사도 민정수석실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로 특히 정권이 바뀌면서 이들 기관 고위직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임박한 상태에서 이뤄져 주목을 받고 있다. 주로 옛 사직동팀의 후신인 민정수석실 내 특명감찰반이 담당하고 있는 공공기관 비리 내사는 앞으로 전 사회적으로 사정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주요 계기가 되리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문 수석은 “정권교체기여서인지 최근 일부 공기업 및 정부산하단체 임원의 비리에 대한 제보가 적지 않게 들어와 이를 확인하고 있다”며 “제보된 첩보는 판공비 전용이나 납품 관련 비리 등으로 앞으로도 비리감찰은 상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실제 특명감찰반은 한 정부 산하단체장이 서화전을 열면서 납품업체에 초대장을 돌려 사실상 서화를 강매한 사실을 적발했으며, 한 공기업 사장은 판공비를 개인적인 용도에 유용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실은 또 일선 지자체장들을 대상으로도 광범위한 비리 내사작업에 착수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민정수석실이 안상영 부산시장 측근인사들에 대한 신상정보를 은밀히 조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배경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정수석실은 지난달 말 경찰 정보계통을 통해 안 시장 측근으로 꼽히는 지역 인사 10~15명의 신상정보를 상세히 파악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들은 대부분 2002년 6·13지방선거 당시 안 시장 선거캠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인물들.
민정수석실은 안 시장 주변인물에 대한 조사를 두고 한나라당이 “‘야당 지자체장 빼내오기’를 위해 악용할 소지가 있다”며 강력 반발하자 문 수석이 직접 나서 “민정수석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상을 조사하겠으며 비서관급 이상에서 자료를 요청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해명했으나 논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특히 재선으로 다음 부산시장 선거에 나설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안 시장이 최근 대 정부관계에서의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여권에 합류할 것이란 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민정수석실의 안 시장 주변 조사는 여러 추측을 낳고 있다.
여권 내 개혁신당 창당을 외곽에서 압박하고 있는 ‘부산정치개혁추진위원회’(정개추)와 민정수석실 핵심인사들의 관계도 주목의 대상. 문 수석과 이 비서관이 ‘정개추’를 주도하고 있는 조성래 변호사와 정윤재 정책위원장(민주당 부산 사상지구당 위원장), 최인호 대변인(민주당 해운대·기장 갑 지구당위원장)과 긴밀히 협의해 신당 창당작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수석과 조 변호사는 모두 민변 출신으로 지난 대선 당시 부산지역에서 ‘투톱’으로 활약했고 이 비서관과 정 위원장, 최 대변인은 부산대 선후배 지간으로 세 명 모두 총학생회장을 지낸 인연을 갖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 9일 공식발족한 정개추의 이들 핵심 3인이 문 수석-이 비서관과 수시로 활동방향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지고 있다. 정개추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한 지구당 위원장은 “문 수석과 이 비서관이 정개추 활동을 사실상 이끌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민정수석실이 부산 내 신주류 인사들의 대 여권 루트로 활용되고 있으며 실제 조 변호사 등 정개추 핵심인사들은 문 수석과 이 비서관의 이름을 거론하며 정개추 활동에 노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이 이달 초순까지 2주간 전국적으로 벌인 ‘민심 탐방’도 눈여겨볼 대목.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와 고질적인 지역현안 등에 대한 평가 등이 목적인 이번 탐방에는 민정수석실 내 비서관, 행정관들이 대부분 참여해 각종 여론조사 등을 통해 나타난 ‘참여정부 3개월’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대북송금 특검 수사, 국정원 인사와 ‘호남소외론’, 여권 내 신당 논란 등 굵직굵직한 정치현안이 산적한 상황이어서 민정수석실이 영·호남 등의 밑바닥 민심 파악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핵심관계자는 “이번 탐방은 정치적인 문제는 제외하고 순수하게 현 정부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평가와 지역민심에 국한될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지역민심이 결국 정치현안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신당 창당 등 향후 여권 핵심부의 정국 운용에 근거로 활용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