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혁신 시뮬레이션 1차 수혜기업 인증서 수여식(왼쪽부터 박민원 경남창원스마트산단사업단장, ㈜상영 마그네트 박영재 대표, ㈜부마CE 박성호 부장, KERI 백명기 해석기술지원실장)
지역 중소·중견기업들이 제품개발 단계에서 겪는 각종 어려움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에 예측하고, 해결방안까지 제시해주는 제조공정 혁신 지원 사업이 닻을 올렸다.
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 원장 최규하)은 경남창원스마트산단사업단(단장 박민원)과 함께 ‘2020년 스마트 선도산단 핵심사업’의 일환으로 ‘공정혁신 시뮬레이션 센터’ 구축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양 기관은 지난 7일 오후 센터 운영위원회 개최를 통해 사업현황을 점검하고, 시뮬레이션 기술지원을 받은 1차 수혜기업에 대한 인증서 수여식을 가졌다.
시뮬레이션이란 현실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물리 현상을 컴퓨터를 이용해 모델링하고, 수치 해석을 통해 각종 문제점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은 융·복합 해석기술을 활용해, 기업들이 제품을 만들기 전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각도의 성능 예측과 검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제품 개발을 위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KERI와 경남창원스마트산단사업단은 지난 5월부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기업 지원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시뮬레이션 기술지원을 받은 1차 대표 수혜기업으로는 ‘㈜상영 마그네트(대표 박영재)’와 ‘㈜부마CE(대표 최상찬)’가 있다.
조선해양플랜트 분야 강재 이송용 리프팅 제품을 만드는 ‘㈜상영 마그네트’는 2017년 설립된 신생회사로 제조공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KERI의 시뮬레이션 지원을 통해 제품의 개발기간을 대폭 줄였고, 최근에는 국내 유압실린더 제조 1위 업체에 제품 판매를 위한 협의까지 완료할 수 있었다.
‘㈜부마CE’는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항타 항타 : 강관 및 콘크리트 구조물을 이용하여 연약한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기초 작업 공사용 파일드라이버’ 장비의 국산화 개발 단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난항을 겪던 대형 건설기계 장비의 구조 안전성 검토를 받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연내 신규장비 출시까지 앞두게 됐다.
KERI와 경남창원스마트산단사업단은 순항 중인 공정혁신 시뮬레이션 사업의 확장을 위해 경상남도(도지사 김경수)와 창원시(시장 허성무)의 지원을 받아 2022년 초까지 국비 265억원 포함, 총 3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센터 건물 구축에도 나선다. 센터의 총괄 운영은 KERI 해석기술지원실(실장 백명기)이 담당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센터 구축으로 인한 기업 지원 효과를 매년 100억원(소프트웨어 구매 및 유지관리비 절감 40억, 생산비 50억)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업들의 제품 개발 및 생산 기간 단축효과까지 고려하면 그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KERI 백명기 실장은 “센터는 전기분야 뿐만 아니라 기계·자동차·뿌리산업·방산 등 경남 창원산단의 주력 분야에 집중 활용돼,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품의 설계에서부터 제작 및 성능 검증까지의 제조 공정을 총괄적으로 지원한다”며 “지역 내 산학연과의 협력을 통해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매년 100여명 이상의 해석기술 전문인력 양성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남창원스마트산단사업단 박민원 단장은 “센터는 경남 창원 강소특구의 핵심인 ‘지능 전기기술’이 실현되는 스마트 제조 혁신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코로나19 및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지역 기업들을 위해 사업단에서도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치겠다”고 전했다.
한편 KE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전기전문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경남창원스마트산단사업단은 2019년 2월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성윤모)로부터 창원산단 스마트화를 위한 핵심 업무추진 기구로 지정받았다.
#최규하 원장 “지역 위한 ‘사운드 포스트’ 역할 하겠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최규하 원장은 지난 8일 오후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에서 열린 ‘2020 CEO 혁신경영 아카데미’에서 ‘번개를 따라가는 빅뱅부터 미래까지 전기와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사진>
이날 강연에는 (사)한국중소기업협업진흥협회 이년호 회장, 한국은행 노충식 경남본부장, 재료연구소 이정환 소장, (사)경남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이진규 대표를 비롯한 100여 명의 유관기관 및 기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강연에서 최규하 원장은 인류 최초의 전기인 번개를 ▲우주의 첫 탄생인 빅뱅 ▲생명의 탄생 ▲인류의 진보 ▲산업혁명 ▲코로나 이후의 미래까지 총 5단계로 나누면서 인류와 전기와의 여정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무서운 존재이기만 했던 번개가 뉴턴과 프랭클린을 통해 전기임을 알게 됐고,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며 전기를 잘 이용하게 된 인류는 놀라운 발전을 이룩해 왔다고 전했다.
최 원장은 “한국전기연구원은 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한 전력 및 신재생에너지 기술, 전기기기 및 부품·소재 기술, 전기제어·응용 기술, 전기융합 의료기기, 전력기기 시험인증 등 다양한 업무를 통해 우리나라 전기산업 발전을 이끌어 왔다”며 “그동안 개발하고 축적한 세계최고의 전기기술을 지역산업에 도입해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최 원장은 경남 창원시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강소연구개발특구 사업을 똑똑한 ‘지능 전기기술’을 통해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정부 및 국회–지자체–기업체 모두의 발전을 위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악기의 ‘사운드 포스트(Sound post)’와도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또한 최 원장은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악화된 지구환경에 대한 우려도 밝혔다. 인류가 가볍고, 얇고, 짧고, 작아지기 위한 일명 ‘경박단소(輕薄短小)’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환경오염이 심각해진 만큼, 이제는 지구의 생존을 위해 효율성만 추구하기보다는 ‘지속 생존형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한국전기연구원에서도 이러한 방향에 따라 연구개발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최 원장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유명한 역설인 ‘테세우스의 배’를 예시로 들며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사회와 환경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이럴수록 무엇이 본질인지 어떤 것이 진짜인지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특강 참석자에 대한 당부도 전하면서 특별강연을 마쳤다.
최규하 원장은 “바쁜 일정에도 참석해주신 분들에게 정말로 감사드리고, 오늘 강연을 통해 많은 분들이 인류의 발전과 함께해온 전기 기술에 대한 가치를 알고, 한국전기연구원에 대한 관심도 가지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CEO 혁신경영 아카데미’는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본부장 이동찬), 한국중소기업협업진흥협회(회장 이년호), 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이사장 김대완), 창원대학교LINC플러스사업단 등이 지역 제조 기업인들의 산업 활력 제고를 목적으로, ‘리더가 알아야 할 혁신 전략 및 경영기법’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매월 주최하는 행사다.
김희준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