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앞에 모여 있는 카지노 손님들. 사진=최희주 기자
“관광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손님이 없죠. 지금은 카지노 고객의 90%가 국내에 있는 조선족(중국동포) 손님이에요. 1만~2만 원 들고 매일같이 오는 사람이 부쩍 늘었죠.”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근무하는 딜러 A 씨의 말이다. A 씨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카지노를 찾는 고객층에 큰 변화가 생겼다. 기존 고액 베팅 VIP로 불렸던 일본 혹은 중국 고객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최근 매일같이 마주하는 고객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인 중국동포들이다.
7월 14일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한 호텔을 찾았다. 붉은 빛 조명과 고급스러운 부조로 장식된 카지노 입구 근처에는 군데군데 구멍 난 운동복 차림의 노년 남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일행을 기다리는 듯 큰 목소리로 전화를 이어나간 남성들은 이내 웅장한 입구를 지나 카지노 안으로 들어섰다. 입장 전 발열 여부와 국적 등 간단한 확인 절차가 이어졌다.
기자가 카지노 안 쪽으로 다가가자 직원이 “외국인 전용이라 들어갈 수 없다”고 막아 섰다. 방금 들어간 사람들은 누구냐고 묻자 “국내 거주하는 중국인 손님인 것 같다”고 답했다. 그 다음 입장한 손님도 중국동포였다. 기자가 카지노 입구에 머무는 1시간 30분 동안 카지노를 찾은 손님은 약 20여 명으로 중국동포 15명과 중동인 5명이 전부였다. 4~5명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입장한 지 30분이 채 되지 않아 대부분 카지노를 빠져 나가거나 들락거렸다.
카지노 밖에서 딜러 A 씨를 따로 만났다. A 씨는 “카지노의 큰손은 주로 일본인과 중국인 부호였는데 2~3월 이후 일본인과 중국인의 입국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소위 ‘돈 되는 손님’은 거의 없고 베팅 금액이 1만 원에서 최대 5만 원 선인 조선족 손님이 많다. 최근에는 베팅금 몇 만 원을 잃었다고 딜러를 괴롭히는 손님도 부쩍 늘었다. 언제까지 이 상황이 계속 될지 알 수 없어 직원들도 지치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며 매출이 75%이상 줄어드는 등 국내 호텔 카지노 사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카지노 사업이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하늘길이 막히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지 6개월 가까이 되자 사업장 이곳저곳에서 신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인천·부산·제주 등 국내 4곳에서 운영 중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매출 손해를 감수하고 지난 3월에 3주 가까이 전례 없는 휴장에 들어간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4월 대부분의 카지노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카지노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회사일 경우 그 타격이 더욱 크다. 파라다이스그룹이 운영하는 카지노의 경우 6월 매출액은 138억 원으로 이는 5월 실적(297억 원) 대비 53.6% 감소한 수치였다. 반면 전년 같은 시기 매출은 718억 원으로 1년 만에 매출의 80.8%가 줄어들었다.
고액 베팅 VIP를 알 수 있는 척도인 테이블 드랍액도 줄었다. 테이블 드랍액은 고객이 칩 구입을 위해 지불한 금액으로 파라다이스의 경우 6월 테이블 드랍액은 1193억 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드랍액 5800억 원 대비 79.4% 떨어진 실적이다. 뿐만 아니다. 6월 테이블 드랍액은 전달인 5월보다도 36% 줄었다. 카지노 영업장의 매출액이 매달 감소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영업실적도 좋지만은 않다. 6월 당기 실적은 124억 원으로 103억 원이었던 5월보다는 20%가량 올랐으나 지난해 실적인 389억 원과 비교하면 68% 줄어든 수치로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테이블 드랍액 역시 전년 대비 70% 가까이 줄었다. GKL의 6월 테이블 드랍액은 107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실적 3510억 원와 비교하면 69.% 급감했다. 고액 베팅이 없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난 3월 휴장 기간까지 합치면 매출 손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일부 카지노가 폐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고 있다. 또 다른 카지노 관계자 B 씨는 “일부 간부급 직원들은 벌써 짐을 쌌고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이야기를 들은 딜러도 적지 않다. 카지노가 3개월 뒤 문을 닫는다는 소문은 이미 파다하다. 폐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개월 이내로 재휴장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동료들은 이미 다른 일거리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지노 사업권 획득이 어려운 만큼 이를 쉽게 포기하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전문가 사이에서는 더 우세하다. 다만 카지노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회사 및 호텔의 경우 대대적인 인원 및 재정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과 카지노 등을 운영하는 파라다이스그룹은 2월부터 유·무급휴가를 실시해왔다. 여기에 7월 14일부터는 파라다이스시티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도 받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카지노 사업 자체를 접기보다는 고객층을 넓혀 경영난을 타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 관계자는 15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미 호텔 내 ‘씨메르’ ‘원더박스’ ‘크로마’ ‘아트파라디소’ 등 여러 사업장이 1일부터 운영을 중단하고 있다. 카지노의 재휴장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면서 “코로나19로 카지노 사업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VIP 고객 위주의 운영되던 영업방식을 일반 대중까지 넓히는 등의 방안을 구상 중이다”고 답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