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점에서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졌을 때 박 전 대표라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하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친박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군 출신 아버지를 둔 박 전 대표라면 누구보다도 군의 사정을 잘 알 것이다. 사건 초기에 국방부 장관 등의 공식라인 외에 비선 라인을 통해 사태를 종합 판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엿보였다면 전군 강화태세 돌입 등 즉각적인 대응 태세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가정법이긴 하지만 박 전 대표라면 이 대통령이 사건 초기에 한쪽 정보에만 의존하다가 ‘군의 초기 대응이 잘 됐다’라는 식의 가벼운 대응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는 박 전 대표이기에 북한의 의도를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하고 초기에 강경하게 대응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향후 원인이 규명된 뒤 남북관계에 있어서 선취권을 잡는다는 점에서 고려해볼 만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런데 안보에 관한 한 전문가인 박 전 대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오히려 박 전 대표는 사건 발생 뒤 두 차례에 걸쳐 짧은 메시지만 남겼을 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로서는 ‘간섭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스탠스를 견지하고 있다. 참모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군의 대응자세만 문제 삼을 뿐 이명박 대통령의 안보 리더십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박 전 대표가 사건 뒤 내놓은 두 차례의 언급은 모두 ‘의혹 해소’에 모아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지난달 31일과 4월 4일 두 차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고 의혹을 가지는 부분이 없도록 정확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 발표로 그동안의 의혹은 상당 부분 해소된 측면이 있다.
친박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박 전 대표도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이 대통령의 천안함 정국 대응에 동조하는 것도 아니다. 박 전 대표가 두 차례 의혹 해소를 언급한 부분은 이 대통령이 천안함 사태를 풀어가면서 뭔가 은폐하려는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안보라는 큰 문제를-북한 연루설이 확인되면 보다 강력한 대응 기조를 밝히는 식으로-원칙대로 처리하지 않고 정략적으로 처리하려는 의도를 읽었기에 가볍게 잽을 날린 정도 아니겠는가. 향후 북한이 연루되었다는 증거가 확실한데도 이 대통령이 원칙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박 전 대표도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이다. 특히 사건 초기에 보여준 청와대의 미숙한 대응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대통령도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박 전 대표에게 설명하고 협의하는 모습을 연출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공조체제가 견고했다면 천안함 침몰과 같은 대형사건이 발생했을 때 서로 보조를 맞춰 안보 정국에서 시너지 효과를 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여야가 따로 없듯이 현재·미래권력의 구분도 없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대통합 리더십이 아쉬운 대목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