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혜화동 대명거리에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천안함 사태 발표 여파 주목
지난 20일 천안함 사건 최종 조사결과가 발표되며 지방선거에 미칠 여파가 예의 주시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기대하는 대로 천안함 사건 결과가 ‘북풍’을 불어오게 할지, 역으로 천안함 사태를 선거전에 이용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여당에 대한 ‘정권견제심리’를 더 자극하게 될지 여부가 주된 관전 포인트다.
선거 전문가들은 ‘북풍’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선거지역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꼽고 있다. 서울·수도권 민심은 대북관계에 대해 정서적 위기감을 더 크게 느끼는 성향이 있고, 타 지역에 비해 자신이 가진 기득권에 대한 보호심리가 크다고 한다. 정치권의 한 선거전략 전문가는 “서울·수도권은 북한과 지역적으로 가까운 데다 영호남에 비해 지역정서가 약해 북풍과 같은 선거 직전의 변수에 의한 여파를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여당이 북풍을 선거전에 이용할 경우 서울시장과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가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천시의 경우 천안함 사태가 터진 서해상과 가깝기 때문에 ‘북풍’의 영향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자극’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인천시는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와 민주당 송영길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5%p 미만으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여야 모두 천안함 침몰 원인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9일 인천에서 선거대책 회의를 여는 등 각각 북풍 확산 및 차단에 애쓰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도 북풍은 단골메뉴로 이용되어 왔다. 1987년 13대 대선 13일 전에 터진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과 1996년 15대 총선 일주일 전 터진 판문점 총격사건은 여당에게 유리한 결과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정치권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남북관계가 비교적 안정 국면에 들어선 요즘 북풍은 예전만 한 효과를 주지 못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북풍과 함께 ‘노풍’ 역시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명숙 전 총리의 무죄 판결 이후 서서히 결집된 친노계의 약진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기지사 야권단일후보 선출과 경남지사 무소속 후보 김두관 전 장관의 선전에 힘입어 선거전 막판에 여당의 ‘집중 견제’를 받는 변수로 부각했다.
민주당 한명숙 후보는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51.0%)에 이어 39.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의 지지율 차는 앞서의 조사에서보다 8.8%p 줄어든 수치였다(8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오세훈 후보 54.6%, 한명숙 후보 34.3%로 지지율 차가 20.3%P였다). 경기지사 후보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 한나라당 김문수 현 지사와의 지지율차가 야권 후보단일화 이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친노 열풍’이 지방선거에서 야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여기에 충남지사 후보로 나선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이 ‘친노 열풍’의 힘을 얻어 선전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 친노계 인사는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북풍이 반드시 한나라당에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젊은 유권자층 사이에선 천안함 사건에 대한 현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이 많고 또한 천안함 사건으로 희생된 장병들을 정치적으로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이러한 여론이 ‘노풍’과 결집한다면 한나라당이 원하는 북풍은 미풍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 정치컨설턴트 역시 “수도권은 특히 여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강하게 발동하는 지역이다. 여당이 북풍을 ‘조장’할수록 이러한 견제심리는 더 크게 표심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여야의 ‘북풍 대 노풍’ 대결 결과를 전망하기도 했다.
▲ 20일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경남지사 선거는 이번 지방선거의 ‘빅 매치’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정치컨설턴트들은 물론 여론조사 전문가들 대부분도 경남지사 선거를 수도권과 맞먹거나 그 이상의 관심을 끄는 곳으로 거론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인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무소속 후보로 나선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대결이 ‘이명박 대 노무현’의 대리전으로 비유되며 일찌감치 흥행 지역으로 급부상한 상태다.
그런데 선거가 임박해오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거론된 것은 3위를 달리던 미래연합 이갑영 후보의 존재였다. 이갑영 후보는 여론조사상으로 이달곤 후보, 김두관 후보에 비해 큰 퍼센트포인트 차로 ‘뒤처진’ 3위(지지율 4.5~7.7%)를 기록해 왔지만, 이갑영 후보의 선전 여부가 경남지사 선거 결과를 가르게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낳았다. 이달곤 후보와 김두관 후보의 지지율 차가 줄어 점점 박빙의 혼전 양상을 보이게 되면서 이갑영 후보의 ‘득표율’에 따라 이달곤·김두관 두 후보 중 ‘웃는 자’가 정해질 것이란 전망이었던 것.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미래연합 후보로 ‘범한나라당계’인 이갑영 후보가 완주할 경우 김두관 후보에게 맹추격을 당하고 있는 이달곤 후보는 더 불안해질 것이다. 이갑영 후보의 사퇴 여부가 경남지사 선거의 승패를 가를 수도 있다. 이갑영 후보가 선거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4일 지방선거를 2주일여 앞두고 돌연 이갑영 후보가 사퇴하면서 그 ‘여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후보는 “내가 후보로 출마한다면 결국은 범여권 후보 분열로 인해 유권자 선택에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수많은 고민과 고뇌를 한 끝에 주변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해 사퇴하기로 결심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갑영 후보는 소속 정당인 미래연합 측에 사전 상의도 없이 갑작스레 사퇴 통보를 했다고 한다. 미래연합 이규택 대표도 이 후보의 사퇴 선언에 황당해 하고 있는 상황. 미래연합에서는 이갑영 후보의 돌연 사퇴 배경에 ‘한나라당과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갑영 후보의 사퇴가 이달곤 후보에게 당장 득이 되고 있진 않은 모양새다. 이 후보의 사퇴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 중 일부에서는 오히려 김두관 후보가 이달곤 후보를 앞서는 결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엔 유시민 전 장관의 경기지사 후보단일화 성공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 등 ‘노풍’도 일정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갑영 후보의 사퇴 이후 더욱 치열한 ‘2파전’이 된 경남지사 선거는 이제 선거 당일 투표율과 투표층의 분포에 따라 승자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두관 후보는 20~40대 층에서 우세하고, 이달곤 후보는 50~60대 중장년층의 지지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투표율이 높은 40대의 지지가 높다는 점은 김두관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 하지만 사퇴한 이갑영 후보의 지지층 역시 중장년층이 많아 선거 당일 이달곤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는 데다 부동층도 30%에 이르러 이들의 ‘표심’이 어떻게 드러날지가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무소속 돌풍, 이번에도 불까
‘무소속 후보’의 선전 여부도 6·2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앞서 언급한 경남지사의 무소속 김두관 후보 외에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낸 이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연대’를 선언하고 나서 민주당 내에선 이들에 대한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 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무소속 후보가 전체 후보의 38%에 이를 정도다.
광주 지역 구청장과 지방의원 출마자들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반민주당 선거구도’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민주당은 “공천에서 탈락한 이들이 반감을 갖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지만, 지역 정가에선 “이들 중엔 상당수 현역 기초단체장과 지역의 유력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어 그동안 닦아놓은 지역민심을 끌어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다소 외면 받아 왔던 제주지사 선거도 무소속 후보의 대거 ‘등장’으로 선거전 막판의 ‘뜨거운 감자’로 거론되고 있다. ‘돈봉투 사건’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한 현명관 후보와 민주당 복당 및 탈당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우근민 후보가 모두 무소속 후보로 나선 상황. 여기에 민주당의 고희범 후보, 무소속 강상주 후보까지 포함해 여당 후보가 없는 ‘야1 무3’의 치열한 4자 구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3 ~14일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우근민 후보는 29.9%, 무소속 현명관 후보 19.9%, 민주당 고희범 후보 15.4%, 무소속 강상주 후보가 11.7%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데 정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보면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의 표심이 무소속 후보들에게 일관성 없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사분오열된 표심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제주지사 선거는 여·야권 후보 대부분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기존의 정당 지지층들의 여론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여론도 상당수이기 때문에 이들을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