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은 증시에 호재로 평가받고 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가장 큰 호재다” “국내 부동자금이 증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업종이 수혜가 가장 클 것”이라며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외채 조달 금리가 낮아지고 중장기적으로는 국가와 기업 브랜드가 높아질 수 있어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한국 증시의 매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1700선 초반에서 방향성을 탐색하는 국내 증시에 추가 상승 동력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과거와 달리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고, 오는 6월로 예정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날(MSCI) 선진지수와 글로벌채권지수(WGBI) 편입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피치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다른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상향도 기대할 만하다. 무디스는 그동안 한국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평가를 내렸던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까닭에서다.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 일부 국가를 포함 선진국조차도 신용등급 하향이 대세지만 한국만 상향조정됐다는 점이 국내 증시 재평가를 가능케 하는 이유”라며 “이는 곧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과 시장의 건실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증권은 과거 오랜만에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는 경우 1~2개월 이전부터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고 지수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2000년 이후 신용등급 상향이 세 번 있었는데 발표 전 두 달간 지수 상승률은 평균 16.4%에 달했다. 지난달부터 외국인 자금을 기반으로 지수가 랠리를 재가동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국내 부동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채권시장에선 WGBI 편입, 주식시장에선 MSCI 선진시장 편입이 재평가 요인이라면 국가 전체적으론 신용등급 상향조정 여부가 관건이었는데, 이번 뉴스를 계기로 부동자금이 다시 위험자산(주식)을 노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다시 강화되고 코스피지수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증권사들은 서둘러 낙관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상당수 증권사가 목표치를 1900선으로 높였고 2000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속출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코스피지수 전망이 전반적으로 신중론에서 낙관론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애초 코스피지수 전망은 ‘지난해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약세론과 ‘2000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강세론으로 극명하게 갈렸지만 강세론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우리투자증권은 2분기(4∼6월) 증시 방향성을 조정에서 상승 의견으로 바꾸면서 코스피지수 예상치로 1580~1900을 제시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연간 예상치로 1460~1920을 전망한 바 있다. 하단을 100포인트 이상 높이면서 고점 달성 예상시기를 2분기로 앞당긴 것이다. 하나대투증권도 연간 전망치를 1400~1810에서 1600~1980으로 한 단계 높였다. 사실상 2000까지 목표로 삼은 셈이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말 6개월 목표치로 1850을 제시했다. 2분기 고점으로 1900, 하반기 고점으로 2000을 전망했다.
2000선 강세를 전망했던 증권사들의 목소리엔 힘이 실린 상황이다. 가장 높은 전망치는 동양종금증권의 2120. 토러스투자증권은 2100을, 메리츠증권은 2000을 각각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하나대투증권과 교보증권 등도 가세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신중론의 근거가 된 악재들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선행지수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일시적인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조기 금리인상 전망이 사실상 실종됐다. 지난달 중순부터 외국인이 전기전자(IT)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매수에 나서는 점도 ‘눈높이’ 상향의 배경이 되고 있다. 다만 신용등급 재료를 성급하게 과대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신용등급 조정은 경기에 후행해 이뤄지지만, 주가는 미래 경기를 먼저 반영한다. 또 최근 외국인 매수세에는 국내 기업의 실적개선과 MSCI 선진지수 편입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용등급이 ‘투기’에서 ‘투자’로 높아진 게 아니라 높은 수준에서 더 높은 수준으로 상향된 것이기에 직접적으로 대형 호재가 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과거 신용등급 상향 이전에는 외국인이 순매수에 나섰지만, 등급이 상향조정된 이후에는 추가로 매수한 적도 있고 매수세가 주춤해진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이번에는 MSCI 이슈 등도 있기에 외국인 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역내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에서 신용등급이 올랐기 때문에 한국증시와 원화 자산에 대한 외국인들의 기대치를 보다 높이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무디스 측이 이번 신용등급 상향 조정의 배경으로 빠른 경제회복, 정부의 신속한 대응, 건전재정, 금융기관의 건전성 개선 등을 들었다는 점에서 MSCI 지수 선진국시장 편입 기대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한편 외국인 주도 장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선호도가 높은 정보기술(IT) 금융 자동차 등에 대한 관심은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호재에 원-달러 하락에 따른 외국인 매수 둔화 우려감도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환율 하락을 외국인들이 끝까지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유가도 배럴당 80달러대에서 고공행진을 하는 등 거시지표가 증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증시 랠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이 깨지면 단기적으로 부정적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1000원까지는 대체로 감내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릿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심리적으로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