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최창원 부회장, 최태원 회장, 최신원 회장. |
이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SK건설 상장 움직임은 가시화되고 있지 않다. SK건설 상장을 미루는 배경 중 하나로 재계에선 최태원-최창원 사촌형제 간에 얽혀 있는 지분관계를 거론하기도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는 SK건설 지분 33.4%(약 812만 주)를 가진 최대주주며, SK 지주회사제에서 벗어나 있는 최창원 부회장의 SK케미칼은 SK건설 지분 15.1%(약 366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 부회장 개인 지분율도 8.0%(약 195만 주)에 이른다.
만약 SK건설이 상장돼 주가 5만 원을 기록할 경우 SK케미칼이 보유한 SK건설 주식 평가액은 1830억 원, 최 부회장 명의 주식 평가액은 975억 원에 이른다. 최 부회장 측에 총 2845억 원이 들어오는 셈이다. 이는 SKC 지분 약 40%(세전 기준)를 사들일 수 있는 거액이기도 하다.
지난 1998년 최종현 SK 2대 회장 타계 이후 그 아들인 최태원 회장이 총수직을 승계하면서 고 최종건 창업주 아들들인 최신원-최창원 형제의 분가설이 줄곧 나돌아왔다. 현재 최창원 부회장은 분가에 필요한 지분을 갖춘 반면 최신원 회장의 SKC 지분율은 3.35%에 불과하다. 만약 SK건설 상장 이후 최창원 부회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친형의 분가를 도울 수도 있다.
이렇듯 SK건설 상장은 최신원-최창원 형제 동반 분가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에 SK에서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시각이 재계 일각에 퍼져 있는 상태다.
지분법상 SK건설은 SK㈜ 계열로 들어갔지만 아직 SK건설 경영은 최창원 부회장이 관할하고 있다. 만약 최 부회장이 SK건설 상장이익으로 최신원 회장 분가를 도우려면 SK건설 지분과 경영권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재계에선 SK건설 상장 시기와 맞물려 최태원-최신원·창원 형제의 경영권·지분 관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벌써부터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