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과세 임금’(Taxing Wage)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OECD 30개국 임금 근로자의 지난해 연봉을 비교·분석해 발표했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임금 근로자를 8가지 가구 형태로 세분, 근로자의 연봉을 실질적으로 소비 가능한 수준을 보여주는 구매력지수(PPP) 기준으로 계산했다. PPP란 전세계 물가와 환율이 동등하다고 가정할 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표시된 연봉이 높더라도 물가가 높다면 PPP를 적용한 연봉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이를 적용한 결과 우리나라는 8가지 가구 형태 중 ‘미혼에 아이가 없는’ 3가지 가구의 순임금(세금 등을 제외한 액수)이 OECD 30개국 중에서 가장 높았다. 나머지 대부분의 가구 형태에서도 순임금이 30개국 중 2∼4위 안에 들었다. ‘평균임금을 받으면서 미혼에 아이가 없는 근로자’의 경우 한국은 4만 190달러로 30개국 중 유일하게 4만 달러가 넘었다. ‘기혼에 아이가 2명 있고 평균임금의 133%를 받는 근로자’는 5만 5161달러로, 세계에서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룩셈부르크(6만 3999달러) 다음으로 순임금이 높았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 소비 가능한 순임금이 높다고 좋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가 순임금이 높은 것은 서구 선진국에 비해 총 임금에서 소득세나 사회보장기금이 차지하는 액수가 적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이가 들어서 은퇴한 뒤의 생활이 서구 선진국 근로자들보다 무척 힘겨울 것이라는 뜻이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