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 씨 모녀가 임대사업 중인 부동산들. 위 사진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2층 건물, 아래 사진은 종로구 동숭동의 7층 건물과 주차장.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신유미 ‘고문’은 그동안 롯데그룹 일부 계열사의 주주로만 그 존재를 알려왔다. 지난 2007년 10월 초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에 상품을 공급하는 롯데후레쉬델리카 주식 35만 주(9.31%)를 매입하면서 재계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신 씨는 이후 2008년 10월 말 롯데쇼핑 주식 2만 8903주(0.1%)를 취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 씨는 실질적인 그룹 경영일선에서 배제돼 있던 탓에 후계구도와 직접 연관 짓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그런 신 씨가 호텔롯데 고문에 올랐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롯데 측은 신 씨가 지난 2월부터 롯데그룹 고문으로 경영에 직접 참여했으며 현재 일본에 머무르며 호텔롯데 도쿄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은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으로 판세가 짜여 있던 롯데그룹의 후계구도에 새로운 변수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신 씨의 등장에 시큰둥한 반응 일색이다. 무엇보다 당장의 후계구도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이미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신동빈 부회장의 후계구도가 확고한 상태다. 또 신 씨가 맡은 고문이란 자리 자체에 큰 의미를 둘 수 있겠느냐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 씨의 등장을 승계구도와 관련짓는 것은 일부 호사가들 사이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라며 “고문이라는 직책 자체가 사실상 상징적인 자리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당장 후계구도를 뒤흔들 가능성은 작지만 ‘앞으로 롯데그룹의 상속과 재산분할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 속에 신유미 씨는 여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요신문>은 신유미 씨가 모친 서미경 씨와 함께 수년 전부터 ‘부동산 임대사업’을 벌여온 사실을 확인했다.
신 씨는 지난 2007년 말부터 어머니 서미경 씨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서울 일대 건물들을 기반으로 임대사업을 벌여왔다. 신 씨는 지난 2007년 10월 강남구 신사동 65×-× 건물(근린생활시설)을 신격호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으면서 처음 임대사업가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곳이지만 임대사업 대표자는 신 씨로 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 등기부를 살펴보면 대지면적 606.2㎡(약 183평)의 해당 필지에는 지하 1층, 지상 2층의 연면적 389.78㎡(약 118평)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곳의 토지와 건물 모두 어머니 서 씨와 신 씨가 각각 2분의 1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건물에는 현재 미용실이 통째로 들어서 있다. 이 미용실은 한 달 임대료로 1200만 원을 내고 있다고 한다. 2009년 1월 공시지가 기준, 이곳 필지는 토지 가격만 37억여 원에 이른다. 이 토지와 건물의 실질적인 가치를 따져봤을 때는 70억 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의 설명이다.
또 신 씨 모녀는 최근 대학로 일대에 위치한 빌딩과 주택을 매입하면서 임대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지난 2009년 10월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9×에 위치한 지하 3층, 지상 7층 건물을 매입했다. 등기부상 매입가는 62억 5000만 원. 2009년 1월 공시지가 기준으로 토지가가 30억여 원에 이른다. 등기부를 살펴보면 해당 필지(대지면적 378.4㎡)에는 연면적 1598.05㎡(약 484평)의 건물이 들어서있는 상태다. 이곳 역시 서 씨와 신 씨가 각각 2분의 1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신 씨는 동숭동 건물 바로 옆 3층 건물 부지도 같은 시기 67억여 원에 매입했다. 이곳은 현재 남아 있던 건물을 모두 허물고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중이다. 실질적인 주차장 운영은 세를 얻은 타 임차인이 맡고 있는 상태다. 등기부 확인 결과 해당 부지와 건물 역시 서 씨와 신 씨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신 씨가 임대업을 벌이고 있는 부동산이 모두 어머니 서 씨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시금 서 씨 모녀의 ‘화려한’ 부동산 소유 내역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 씨 모녀는 서울 방배동 1-13×의 고급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방배동 85×-×7, 85×-×8 소재 토지와 건물을 갖고 있다. 이들 부동산의 토지가격만 따지더라도 서 씨 모녀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 규모는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