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H 저축은행의 실질적 오너였던 A 대표의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두고 올해 1월 재기수사명령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박정훈 기자
대검의 이번 재기수사명령은 A 대표와 함께 일하면서 그의 비위를 알게 됐다고 주장하는 한 회사 C 대표의 고소가 항고와 재항고 끝에 받아들여진 결과다. C 대표는 A 대표를 재산국외도피, 조세, 배임 혐의로 2018년 6월 11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지만 2019년 4월 3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이에 불복해 2019년 4월 30일 항고했지만 기각됐고, 2019년 11월 8일 대검에 재항고해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한 재기수사명령이 떨어졌다. 다만 배임과 조세 회피 혐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 대표는 2001년 말 H 저축은행을 인수해 2016년 3월에 매각했다. A 대표는 이 과정에서 큰돈을 벌었다. A 대표는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진 B 업체를 통해 2007년 6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H 저축은행으로부터 4144억여 원을 배당받았고, 2016년 3월 H 저축은행을 외국 법인에 매각하면서 매각 대금 1350억 원을 손에 쥐었다. 앞서 A 대표의 B 업체가 H 저축은행으로부터 4000억 원이 넘는 돈을 배당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B 업체가 당시 H 저축은행을 100% 지분으로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C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A 대표가 H 저축은행으로부터 배당 받은 B 업체의 자금 3000억여 원을 자신이 세운 B 업체 미국 법인에 2009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투자 형태로 송금했다. 문제는 이 가운데 2850억 원을 손실했지만 근거 자료 제출 없이 단순 투자 실패라고만 밝혔다는 점이다. C 대표는 이를 두고 ‘해외 자금 세탁’이라고 주장한다. 대검은 C 대표 주장에 대해 해당 사건을 보완 수사할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C 대표는 “A 대표는 자신이 세운 법인에 3000억 원이라는 돈을 투자해 상당 부분을 잃었다고 하는데, 아무런 소명도 되지 않았다. 해외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상당한 국부 유출”이라며 “금감원이 조사를 하려 했지만 무슨 흑막이 있는지 흐지부지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A 대표가 H 저축은행에서 수익을 낸 과정을 두고도 의혹도 제기됐다. 과거 H 저축은행에서 투자금융팀장으로 일했던 D 씨는 A 대표가 H 저축은행을 운영하면서 세간에 알려진 대로 부실채권 유동화 방식을 중심으로 수익을 올린 것이 아닌, 헐값에 나온 부동산을 매입·매각하는 이른바 ‘론스타 모델’로 고수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이번 재기수사 대상은 아니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은 A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그의 개인 휴대전화와 B 업체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A 대표의 비서라고 자신을 소개한 B 업체 직원은 “답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코로나 때문에 A 대표가 누군가를 만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