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박균태 부장검사)는 광고대행사 B 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당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은 회사 관계 서류 및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벌어진 압수수색은 B 사와 유가공업체 A 사의 특정 계약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가 계약을 맺고 B 사 관계자가 아르바이트생으로 하여금 광동제약 제조 음료인 ‘옥수수수염차’를 비방하는 글들을 인터넷에 올리도록 한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8년 6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동제약 내부 인사에 따르면 당시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 광동제약 옥수수수염차에 특정 유해물질이 들어갔다며 비방하는 글이 집중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해당 글은 대형 포털 사이트로 옮겨지며 제품 이미지에 타격을 가했다. 광동제약 측은 “당시 비방 글들이 올라온 처음 몇 달간은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그대로 놔둘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발전했다”고 전했다.
결국 광동제약은 해당 내용을 올린 네티즌들을 상대로 2009년 중반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비방 글을 중점적으로 올렸던 네티즌 대부분 20대의 대학생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검찰에서 모두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이런 의혹이 있다고 글을 올린 것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비방 글을 올린 이들 중 일부가 광고대행사인 B 사에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으로 밝혀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지난 2007년 12월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설립된 온라인 광고대행업체 B 사는 비록 소규모지만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업체들을 상당수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고소장이 제출되면서 검찰은 지난 4월부터 B 사 내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최근 수사과정에서 A 사와 B 사가 특정 계약 관계에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A 사로까지 관련 수사를 확대한 상태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두 회사 사이에 비방 글을 올리는 부분까지 계약관계에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수사팀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양사 간의 특정 계약관계가 드러났는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검찰의 한 관계자는 “6월 중순쯤엔 수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일련의 의혹들에 대해 A 사와 B 사는 모두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항변했다. A 사 홍보실은 “B 사와는 특정 광고 계약을 맺은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회사”라며 “왜 우리와 관련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전했다. B 사 측도 “과거 고용했던 아르바이트생이 회사에서 자의적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렸던 것뿐이다. 당시 글을 올렸던 아르바이트생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회사와 A 사는 애초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광동제약 관계자는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B 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단순 아르바이트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선처를 해준 것”이라며 “한 회사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러 명의 사람들이 고의적으로 비슷한 비방 글을 올린 것이 의심스러워 추가 고소장을 제출했던 것이고 검찰 수사가 A 사로까지 확대된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A 사의 경우 지난해 경쟁업체와 비방성 댓글 등을 이유로 맞고소를 벌이는 등 한 차례 파란을 겪은 바 있다. 이번 검찰 수사가 과연 어떻게 결론이 날지 식음료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