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의 관절은 두 번 꺾인다 책 표지
낙타의 관절은 두 번 꺾인다는 26만 명이 감동한 유방암 환우 에피의 죽음 앞에서 떠난 여행과 그리고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소 엉뚱하지만 어둠속에서도 미소로 주변을 밝혀주는 주인공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미소를 머금은 한 여행자가, 겹겹이 쌓아 놓았던 웃음과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이들과 나눴던 감정의 선들을 책 속에 펼쳐 놓는다.
저자인 에피는 28세 크리스마스에 유방암 수술 판정을 받았다. 투병일기를 올린 블로그 ‘에피의 날마다 좋은 하루’를 운영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가기를 결심한 작가는 블로그를 통해 세계 곳곳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소통하기 시작했다.
‘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의 작가인 꼬맹이 여행자는 “어여쁜 나이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을 이겨내는 것. 호르몬 주사와 약봉지를 들고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일. 모두 용기라는 단어로 쉬이 옮겨낼 수 있는 과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우산을 들고 장맛날에도 세상 밖으로 나선 스물여덟 살. 그녀는 여행을 통해 낙타의 관절이 두 번 꺾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이 책을 보게 되는 당신은, 그녀의 스물여덟 살이 세상 그 어떤 사람보다 아름답게 빛났음을 알게 될 것이다”고 말하며 이 책을 추천하고 있다.
행복우물은 “죽음 앞에서 28세의 그녀는 ‘대머리지만 괜찮아’라고 외치고 ‘느린 자살에서 벗어나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훌훌 떠나버린 세계여행이 끝날 때 즘, ‘버킷리스트는 테킬라 한 잔’이라고 고백하는 엉뚱한 여행자를 통해 우리 각자만의 ‘날마다 좋은 하루’를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암 환우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까지 유명해진 그녀의 블로그 ‘에피의 날마다 좋은 하루’에서 못다했던 이야기들, 소소한 재미와 잔잔한 감동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고 밝혔다.
아래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들이다.
구름 없이 파란 하늘, 그녀의 왼쪽 얼굴, 어제 목욕한 강아지, 창가의 다육이, 커피잔에 남은 얼룩, 밤과 새벽 사이 달, 남겨두고 온 감정의 부스러기, 정확하게 반으로 자른 두부의 단면, 그저 늘어놓았을 뿐인데, 걸음마다 꽃이 피었다 _ 197p
푸르스름한 도장 자국이 노릇노릇 한 고기 사이로 선명하게 보였다. 그러나 도장 자국을 보고 나서부터 자꾸 돼지를 잡는 장면이 생각나는 바람에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내 모습이 꼭 그때의 돼지 같아 보여서 서글퍼졌다. 방사선 설계를 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날이었다. 차가운 공기가 맴도는 조용한 공간에 웃통을 벗고 누웠다. 약 한 시간 동안 내 몸에는 파란색 선이 잔뜩 그려졌다. _ 57p
앞으로의 여행에서 내가 엄청난 발견을 해낸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다음 여행을 기약하는 것은 ‘사소한 발견’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도 낙타의 다리 관절처럼 작지만 직접 봐야 찾을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해서 찾아내고 싶다. 그로써 언젠가 내 안에 존재하는 단단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_ 229p
사실 아직도 홍콩의 매력이 뭔지 알쏭달쏭하다. 다만 나는 언니를 좋아하고, 그래서 언니가 좋아하는 그곳에 대한 기억도 좋다. 까만 밤 야경을 담은 머루 같았던 언니 눈을 보면서 생각했었다. 타인의 취향에 관심을 갖는 것, 그게 애정이고 사랑이라고. _ 236p
한참의 실랑이 끝에 내 손에는 꼬깃꼬깃한 삼천 엔(한화 약 3만 5천 원)이 쥐어졌다. 여든넷 다케다 할머니의 일급의 반이 넘는 돈이다. 편의점에 신상 과자가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내 입에 넣어주던, 한자를 잘 쓴다고 엉덩이를 토닥여주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할머니에게는 나도 손녀였다. _ 112p
이때 내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은 보고도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낙타가 일어날 때, 다리 관절이 두 번이나 꺾이는 것이 아닌가! 낙타는 다리 관절이 세 개라고 한다. _ 227p
손편지를 좋아한다던 그녀는, 편지야말로 ‘오롯이 자신만을 생각한 시간의 증거’라고 말했다. 밝고 상냥한 사람이었다. 암 환자 커뮤니티에서 알게 되어 한 번도 만나본 적은 없었지만, 나는 우리가 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_ 167p
김희준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