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의 방중에는 북한의 당·군 수뇌부와 경제관료들이 대거 참여했다. 일부 언론에는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과 노동당 실세인 최태 복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의 모습이 포착됐다. 또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대표적 중국통인 김영일 당 국제부장이 동행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의 동행 여부와 관련해서는 갖가지 추측만 무성할 뿐 정확한 동선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동행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정은이 동행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은 와병 중인 김 위원장이 후계구도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유력한 근거로 들고 있다. 또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원활히 이어나갈 수 있도록 중국 지도부와 ‘친분 쌓기’ 명목으로 대동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에 미리 ‘눈도장’을 찍어놓고 후계자 공식화 및 추후 북·중 협력관계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를 구할 목적으로 김정은을 대동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북한 공장이나 군부대 방문시 김정은을 비공개리에 동행시킨 사례가 있다. 김 위원장 자신도 후계자로 내정되기 전인 1965년에 김일성 주석의 인도네시아 방문 때 동행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김정은의 동행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외교수업 차원에서 동행시켰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반면 김정은이 동행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우선 현재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 재개, 남북관계 악화 등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이 걸려있는 예민한 상황에서 최고 권력자와 후계자가 동시에 ‘안방’을 비우지는 않았을 거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또 김정은이 동행할 경우 관심이 김정은에게 쏠린 나머지 김정일의 방중 목적이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지 1년 4월밖에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식화 단계도 밟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지도자들과 만나는 것은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외교 의전상 무리한 행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일부 대북 소식통들은 중국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김정남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김 위원장이 무리하게 김정은을 대동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이런 상황에서 부자가 함께 방중할 경우 마치 청나라 때 세자책봉 사실을 알리러 가는 굴욕적인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에게조차 ‘얼굴없는 후계자’로 알려져 있는 김정은을 중국 지도부에 먼저 선보이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인되고 그에 걸맞은 지위를 부여받은 후 형식을 갖춰 방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방중에 김정은이 동행했을 경우 그간 유지했던 북한의 ‘김정은 비노출’ 전략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