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F 골프장 전경.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의정부지검 형사5부(한동영 부장검사)는 지난 5월 6일 업무상 편의를 대가로 건설업자로부터 수억 원에 이르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포천시의회 이 아무개 의장(52)을 구속기소했다. 이 의장은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건설업자 백 아무개 씨로부터 포천시청 공무원의 계좌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3000만여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장은 또 2005년 4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마을발전기금으로 우체국에 예탁한 발전기금 2억 원을 가로채 자신의 개인 공장 개발 비용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의장의 또 다른 혐의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F 골프장 인허가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진 것. 이 의장은 2008년 3월경 포천시 관내에 조성 예정이던 F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서 해당 골프장 운영업체로부터 1억 500만 원을 수수한 혐의가 새롭게 드러났다.
F 골프장은 2005년부터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던 중 인허가 과정의 문제로 사업이 중단됐던 곳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7월 말 포천시의회 승인으로 ‘체육시설사업계획’에 따른 골프장 인허가를 받았고 2009년 11월부터 임시 오픈해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오는 5월 말 18홀 규모로 정석 오픈을 앞두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F 골프장 측은 2005년 문제가 생겼을 당시부터 인허가를 위해 포천시의회와 시를 상대로 전 방위 로비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번 F 골프장 로비 의혹 수사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 뒷말이 무성한 상태다. 무엇보다 법조계 최고위직 출신 유명 인사 A 씨가 골프장 운영자로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F 골프장 운영업체 법인등기부를 확인한 결과 A 씨는 지난해 7월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A 씨의 지인에 따르면 F 골프장은 A 씨와 현 대표이사인 이 아무개 씨(56), 직접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아무개 이사(71)와 함께 공동 투자해 설립한 골프장이라고 한다. 2006년까지만 해도 A 씨는 F 골프장 운영업체의 상당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대부분 처분하고 1% 미만의 주식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법조계에서는 A 씨가 현직에 있을 때부터 골프장 운영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A 씨가 개인적으로 골프를 워낙 좋아해 퇴직 후에는 골프장을 운영하며 여생을 보내는 게 꿈이라는 얘기가 이미 파다했다”고 전했다. A 씨는 골프에 입문한 지 수십 년 된 실력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직자 생활 당시부터 이미 퇴직 후 골프장 운영을 위해 실질적으로 여러 인사들과 접촉을 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로 A 씨가 공직에서 물러난 뒤 가장 먼저 보인 행보는 한 골프장의 공동 대표에 오른 일이다. A 씨는 지난 2004년 중반 S 골프장의 대표회장으로 선출됐고 이후 2009년 초까지 해당 골프장의 회장을 역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 골프장은 대주주 없이 회원제로 운영되던 곳으로 A 씨가 실질적 운영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당시 S 골프장의 실질적인 실무 운영을 문제의 F 골프장 대표이사인 이 씨가 맡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법인등기를 살펴보면 김 아무개 이사, 조 아무개 감사 등 F 골프장의 임직원들 중 상당수가 당시 A 씨가 회장으로 있던 S 골프장 관계자들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평소 골프장의 실질적인 운영을 원했던 A 씨가 S 골프장에서 인연을 쌓았던 인사들과 함께 직접 골프장 운영 사업에 뛰어든 것이 바로 F 골프장이라는 후문이다.
어쨌든 A 씨가 직접적으로 F 골프장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이번 지역 정치계의 뇌물공여 사건에 A 씨가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가 주목을 끌고 있다. 더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포천시의회 이 의장에게 건네진 돈 중 일부가 회사 자금으로 회계 처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동 투자자인 A 씨가 이를 아예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작 수사를 벌인 검찰은 이번 사건을 이 이사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이 이사가 포천시와 의회에 전 방위 로비를 벌인 정황이 발견된 만큼 수사를 포천시 관계로까지 확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관련 로비를 벌인 내부 관계자에 대해서는 이 이사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리고 더 이상 F 골프장 관계자로까지는 수사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로비를 벌인 F 골프장 관련자 부분에서는) 이 이사 선에서 수사가 종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수사진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의혹과 관련해 F 골프장 측에서는 명확한 입장 표명을 거부한 상태다. F 골프장 관계자는 지난 5월 2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건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없으니 윗선을 연결해주겠다”고 전했지만 A 씨나 대표이사 이 씨 등과의 연락은 닿지 않았다. 이후 수차례에 걸쳐 답변을 요청했지만 F 골프장 측은 끝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