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부족보다는 영양 과잉으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많은 질병에 노출되는 현대인들, 묵 같은 저열량 식품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쌀밥 한 공기의 열량은 300㎉이고, 도토리묵 100g의 열량은 45㎉에 불과할 정도로 열량이 낮다. 포만감을 줘서 과식을 막아주니 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 효과도 크다.
또한 담백한 맛 때문에 신선한 채소나 묵은 김치 등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편이다. 샐러드나 무침, 묵사발, 묵잡채 등 다양한 요리로 묵을 활용해 보자.
도토리묵
도토리묵은 중금속 해독 작용과 함께 피로 회복, 숙취 해소에 좋으며 평소 몸이 잘 붓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경우에도 좋다.
도토리의 주성분은 녹말로 60~80% 정도를 차지한다. 이런 이유에서 예로부터 도토리 하면 구황작물로 이용돼 왔다. 또한 도토리에는 3~9%가량의 타닌이 들어 있어 떫은맛이 난다. 타닌 성분은 지방의 흡수를 억제해 비만이나 고지혈증 등을 예방하고, 몸속 점막조직의 표면을 수축시켜 설사 증상을 개선시킨다.
도토리는 생것으로 먹거나 가루로 먹는 방법보다는 묵으로 먹으면 칼로리를 최대 8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 도토리묵 무침 또는 샐러드, 묵밥 등으로 변화를 줘서 식탁에 올린다. 예를 들어 여러 가지 채소를 넣어 만든 도토리샐러드는 가벼운 한 끼 식사로 충분하고, 김칫국물에 송송 썬 김치, 부추,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어도 별미다.
요즘은 도토리를 가루 내어 판매한다. 이 제품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도토리묵을 만들 수 있다. 도토리가루 1컵에 물 5~6컵을 부어 약한 불에서 저어가며 끓이다가 엉기기 시작하면 소금, 식용유를 조금 넣는다. 눌러 붙지 않도록 불에서 내린 다음 모양을 내고 싶은 그릇에 옮겨 담아서 굳히기만 하면 된다.
한 가지, 도토리는 타닌이 많은 감과는 같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타닌 성분이 변을 굳게 만드는데, 도토리 속의 타닌과 감을 같이 섭취하면 변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토리의 떫은맛을 없애기 위해서는 온도가 20∼30℃ 정도의 흐르는 물에 우려내는 것이 좋다.
청포묵
담백하면서도 야들야들한 맛이 특징으로, 녹두로 만들었다. 색과 맛 모두 어떤 요리에나 잘 어울린다. 단백질과 당분의 함량이 높은 녹두 역시 몸속에 쌓인 독소를 몸 밖으로 빨리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고생하는 아토피성 피부염에도 좋고, 종기나 피부 트러블을 치료하는 약용으로 쓰였다.
만드는 과정은 메밀묵과 비슷한데, 집에서 직접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녹두를 물에 불리면서 곱게 간 다음 성긴 자루와 촘촘한 자루에 번갈아 넣고 모두 6번씩 녹두 앙금을 걸러낸다. 그래야 부드럽고 쫄깃한 맛을 살릴 수 있다.
불 조절도 중요하다. 처음 묵을 쑤기 시작할 때는 녹두 앙금에 적당히 물을 맞추고 끓이다가 제때 불을 끄고 뜸을 들여야 제 빛깔의 청포묵을 만들 수 있다. 불 조절을 잘못 해서 불이 너무 세면 묵에서 누른 냄새가 나서 먹지 못한다.
청포묵은 보통 무침이나 궁중요리였다는 탕평채 등으로 많이 먹는다. 탕평채를 만들 때는 소고기를 쓰지 않고 채소와 달걀 고명만 얹어 담백하게 먹어도 좋다.
천연 재료를 이용해 청포묵의 색을 바꿀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치자로 물을 들이면 황포묵이 되는데, 이는 전주비빔밥에 빠지지 않는 재료다.
메밀의 성분을 보면 탄수화물이 7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단백질은 6%로 곡류 중에서는 함량이 높은 편이다. 그리고 비타민 B1·인·칼슘 등의 미량영양소가 들어 있다. 특히 다른 식품보다 비타민 P의 일종인 루틴 성분이 많다. 루틴은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혈압을 낮추는 데 관여한다. 루틴이 결핍되면 잇몸에서 피가 나고 지혈이 잘 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혈관의 탄력이 없어지는데, 루틴은 콜라겐의 합성을 도와 혈관을 건강하게 만든다.
또한 루틴은 당뇨병과 고혈압을 예방한다.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혈압을 상승시키는 안지오텐신-2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필요한 루틴의 양은 30㎎ 정도지만 메밀 100g에 약 100㎎이 들어 있다. 한 끼만 메밀묵이나 메밀국수 등으로 먹으면 루틴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요즘에는 메밀라면, 메밀 잎을 분말로 만든 건강식품도 나와 있다.
루틴은 수용성이므로 메밀을 끓일 때 영양소가 많이 우러나온다. 따라서 메밀을 끓인 물이나 국수 국물도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비타민 C가 많은 채소, 과일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레몬, 오렌지, 브로콜리 등과 메밀을 함께 먹으면 루틴의 효과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메밀의 껍질에는 살리실아민과 벤질아민이라는 독 성분이 있는데, 이를 해독시키는 식품이 바로 무다. 따라서 메밀을 먹을 때는 무와 함께 먹으면 소화가 잘 되고 독성을 제거할 수 있다.
정이안 한의사(정이안한의원 원장)는 “메밀은 찬 성질의 음식으로 평소 설사를 자주 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사람은 적게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메밀을 고를 때는 삼각형으로 모서리가 뾰족하고 각 면이 오목한 것, 진한 검정색에 낟알이 고른 것이 좋다.
한 가지, 메밀가루에는 여러 가지 효소가 들어 있으므로 오래 보관해 두면 효소가 분해돼 메밀 맛과 영양이 덜하다. 따라서 메밀은 그때그때 가루를 내서 먹는 것이 좋다.
우무묵
해조류의 하나인 우뭇가사리를 삶아서 굳힌 것이 우무묵이다. 젤리, 푸딩 등을 만들 때 쓰는 한천은 우무를 1~2주 정도 건조시킨 것이다. 샐러드로 많이 먹는 천사채는 우뭇가사리와 다시마 등으로 만들었다.
우무묵은 특별한 맛은 없지만 다른 식이섬유와 달리 열량이 전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때문에 살찔 걱정이 없고 고혈압, 고혈당, 고콜레스테롤 등을 개선시킨다. 식이섬유가 노폐물이 장내에 머무르는 시간을 짧게 하고, 장의 활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변비 완화, 대장 기능 개선에도 좋다.
일본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식사를 제한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의 공복감을 해소시키는 데 한천을 사용한 결과, 한천을 먹은 그룹만이 콜레스테롤과 혈당, 체지방 수치가 낮아졌다.
우무묵은 위장병이 있거나 열이 날 때 먹으면 좋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
홍조류인 우뭇가사리를 활용해 만든 바이오에탄올은 이르면 3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무묵도 만들기가 어렵지 않다. 우뭇가사리를 깨끗이 씻어 죽을 끓이듯이 중불에 끓인다. 농도가 진해지면 우뭇가사리를 건져내고 틀에 부어 식히면 우무묵이 완성된다. 예쁘게 썰어 간장양념에 먹거나 냉국을 만들어 시원하게 먹으면 식욕을 돋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정이안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