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영업자들이 세금을 아껴볼 요량으로 고의로 매출을 누락시키거나 지출 경비를 늘리는 경우 가산세라는 ‘세금 폭탄’을 부담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1·5·7월은 자영업자들이 특히 분주해지는 달이다. 그동안 벌어들인 소득으로 발생한 부가세와 종합소득세 등 세금을 납부하는 ‘세금의 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세금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마련이다. 평소 세금은 어렵고 골치 아픈 것이라 생각해 무심한 태도를 보이다가 막상 세금을 내야 할 때가 되면 조금이라 덜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아는 만큼 줄일 수 있는 것이 세금이라는 것. 자영업자들의 스마트한 세금 관리법에 대해 알아봤다.
오늘도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매출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새로운 메뉴 개발에 힘을 쏟고, 오래된 인테리어는 새롭게 바꾸고 서비스 교육에 신경을 쓰는 등 손님의 발걸음을 사로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세금에 대해서는 무심한 경우가 많다. 평소 세금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다보면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난 세금에 전전긍긍하고, 극소수지만 일부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탈세라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서울세무회계컨설팅 김대근 세무사(43)는 “만약 세무조사 결과 범법행위가 밝혀질 경우 어마어마한 가산세를 물거나 최악의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세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아파트 마룻바닥재를 도소매로 판매하던 최 아무개 씨(45). 그는 세금을 피하려다 낭패를 본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건설업 체감경기가 뚝 떨어져 어려운 상황에도 그는 연간 2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정도로 괜찮은 실적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2년 전 신고한 부가세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세금을 아껴볼 요량으로 1억 원의 매출을 누락해 신고했는데 거래처의 국세청 세무조사 불똥이 최 씨에게까지 튄 것이다.
세무조사 결과 드러난 고의적 매출 누락으로 그는 납부하지 않은 부가세 1000만 원, 종합소득세 3500만 원, 부당과소신고가산세 1800만 원, 납부불성실가산세 1000만 원 등 총 8000만 원에 가까운 가산세를 통보받았다. 만약 정상적으로 신고를 마쳤다면 4500만 원만 납부하면 됐을 터였다. 적지 않은 금액을 일시불로 납부해야 했던 그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10년 넘게 운영해왔던 사업을 접고 말았다.
최 씨처럼 발생한 매출을 적게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지출하지 않은 비용을 과다하게 책정해 허위 신고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서울 강남에서 제법 규모가 있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 아무개 씨(47). 그는 실제로는 지출하지 않은 인건비 7000만 원을 경비로 책정했던 것이 2년 뒤 세무조사 과정에서 밝혀져 어려움을 겪었다. 허위 신고로 인한 가산세는 종합소득세 2450만 원, 부당과소신고가산세 980만 원(종합소득세의 40%), 납부불성실가산세(연 10.95%) 등 총 4000만 원에 가까운 금액. 그 역시 정직하게 신고를 했다면 2450만 원의 종합소득세를 납부하는 것으로 끝났을 일이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가능한 한 세금을 적게 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지만 탈세를 한다면 최악의 경우 최 씨처럼 폐업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설마 알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충고한다. 대금 결제가 대부분 온라인 거래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통장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반드시 드러나게 돼 있다는 것.
국세청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금액의 경우 100% 매출로 추정하므로 오히려 더 큰 세금이 추징될 가능성도 높다. 고의적인 매출 누락의 경우 부당신고가산세로 부가세의 40%, 소득세는 최대 35%, 여기에 기간 이자까지 가산세로 추가되는 데다 일시불로 납부해야 하는 것 역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국세청의 신고나 납부 불성실에 대한 가산세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으므로 “성실한 신고가 곧 절세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또 현명한 세금관리를 위해선 평소에 영수증을 모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단다. 세금을 계산할 때 지출이 많을수록 내야 할 세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출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서류(세금계산서, 신용카드 매출전표, 현금영수증)를 잘 챙기는 것이 절세의 기본이라는 것.
이때 경비지출 금액이 3만 원 이상인 경우 반드시 신용카드 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를 받아둬야 한다. 간이영수증의 경우 경비인정이 되긴 하지만 2%의 가산세가 붙기 때문. 전문직 종사자나 골프연습장, 유흥주점, 예식장 등은 매출이 30만 원 이상 발생할 경우 무조건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 이를 어길시 50%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반복되는 세무일정을 꼼꼼하게 챙기는 습관도 필요하다. 신고 자료를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마감 시간에 임박해 신고를 준비하게 되면 자료가 소홀할 가능성이 높고 기한을 놓쳐 내지 못하는 경우 내지 않아도 될 가산세를 납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세법과 꼼꼼한 관리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이 분야 전문가인 세무사무소 또는 회계사무소 등 전문 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전문 업체에서는 매출 규모가 작은 곳은 10만~15만 원의 비용을 받고 세무업무를 처리해 주기도 하고, 규모가 큰 곳은 수수료 계약을 맺고 세무 관리를 해준다.
세금 신고 기간에만 전문 업체를 찾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근에는 고정 계약을 맺어 세금 관리를 일임하는 사업체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대부분의 세무사무소에서는 이메일이나 우편 등을 통해 업무처리가 이뤄지는 편이지만 이왕이면 사무실을 정기적으로 방문, 대면을 통해 관리를 해주는 업체를 택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세무 전문가들은 “매출과 비용 등 자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가 될 수 있다”며 “체계적이고 성실하게 세금 관리를 하게 되면 이를 통해 자금 흐름과 비용 발생 추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사업 운영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동구에서 건강식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강 아무개 씨(52)는 “현금 매출을 숨길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관련 법을 비롯해 납세자 역시 성실신고를 하려는 분위기”라며 “소득세율이 38%에서 35%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 조세 저항이 최소화되도록 소득세율을 조금 더 낮춰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