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지방선거 당시 달성군수 한나라당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 연합뉴스 |
천안함 사태와 지방선거를 치르며 지지율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주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올 1월까지만 해도 40%대를 넘나들며 공고한 지지율을 유지해 ‘콘크리트 지지율’로까지 불리던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세종시 문제로 당내 갈등을 겪은 뒤 천안함 정국과 지방선거 정국을 치르며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5월 31일~6월 4일 한 주간 실시한 리얼미터의 정기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얻은 지지율은 25.9%. 지난 1월과 비교하면 15%포인트 가까이 내려간 수치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이면서도 천안함 사태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 외에 별다른 멘트를 하지 않았었다. 이에 대해 유력 대권주자로서 ‘무책임하다’는 반감을 불러온 것과 동시에 천안함 사태를 ‘처리’하는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의 불만감 역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한 요인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지방선거 정국에서 박 전 대표가 기존의 입장대로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 지지율 추가 하락을 막을 수 있었던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전면 지원사격에 나섰던 대구 달성군수 선거에서의 패배는 박 전 대표에게도 ‘지방선거 후유증’을 남겼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앞으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 변화를 줄 만한 요인은 무엇일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의 ‘고정지지층’을 20% 정도로 보고 있다.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지난 한나라당 경선 당시에도 박 전 대표의 골수지지층은 20% 내외였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아무리 내려가더라도 20%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향후 당내 상황과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제스처에 따라 지지율이 회복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매주 휴대전화와 ARS를 통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하고 있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일별로 조사수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지방선거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조금씩 상승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거 직전까지 빠졌던 지지율이 회복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선거 이후인 지난 7~8일 조사된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의 ‘차기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28.8%를 기록했고, ‘차기 한나라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는 42.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지금까지는 박 전 대표가 잘했을 때보다는 이명박 대통령이 못해 양자 대립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반사이익’으로 인한 지지율이 많았다. 스스로 이슈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적극적 모멘텀(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으로 당 대표직을 사퇴한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의 경우 ‘월드컵 시즌’이 중요한 고비로 거론된다. ‘선거 후폭풍’을 겪고 있는 정 전 대표는 여론조사 흐름에서도 지지율이 출렁이는 양상. 4월 중순까지 리얼미터의 정기조사에서 9%대 중반가량을 유지해오던 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5월 중순경(5월 17일~20일 조사) 10.5%를 기록하며 살짝 ‘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 전후(5월 31일~6월 4일) 실시된 조사에서는 다시 9.0%로 내려앉으며 선거 후유증을 겪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 측은 지방선거 이전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낙승을 예고하면서 대선주자로서의 입지 구축 가능성에 상당히 고무됐었다. 7월 10일~1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거머쥔 뒤 2012년 대선주자로 나서겠다는 것이 애초 정 전 대표 측 계획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대결 가능성에 대해서도 ‘해볼 만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그다. 하지만 현재로선 오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동력’을 잃어버린 상황. 지난 7~8일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가 조사한 ‘차기 한나라당 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정몽준 전 대표는 지지율 7.4%로 1위 박 전 대표(42.1%)와 무려 34.7%포인트의 큰 차이를 보이며 2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월드컵을 통해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던 정 전 대표에겐 이번 남아공월드컵이 대선주자로서의 ‘부활’ 여부를 결정짓는 고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FIFA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 전 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남아공으로 가 2022년 월드컵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한국의 월드컵 성적에 따라 정몽준 전 대표의 지지율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성적이 좋으면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의 ‘미니잠룡’으로 불리던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의 경우 지방선거를 통해 차기 주자로서 대중의 관심도를 높이는 부수효과를 거뒀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 지지율 흐름상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지만, 지방선거 당시 힘겨운 승리를 한 여파가 지지율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5월 17~20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10.0%, 5월 24일~28일 조사에서 10.3%를 기록했던 오 시장의 지지율은 지방선거를 거치며 9.4%(5월 31일~6월 4일 조사)로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과 김문수 지사는 지방선거가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 구축에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다. 오세훈 시장과 달리 ‘안정적’으로 지사직에 당선된 김문수 지사의 경우 6.9%(5월 24일~28일)→8.0%(5월 31일~6월 4일)로 지방선거 정국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오세훈 시장에게 패한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는 12.7%(5월 24일~28일)→13.1%(5월 31일~6월 4일)로 소폭이라도 상승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실제 선거 결과와 달리 한 전 총리는 그동안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오세훈 시장에게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5월 31일~6월 4일 조사에서 12.1%의 지지율을 기록해 김문수 지사(8.0%)를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두 야권 주자의 지지율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현역 프리미엄이 강한 지방선거에서는 약세였지만 전국적 인지도와 대중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의 경우 석패를 하긴 했지만 지방선거 이후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선거 승리 분위기가 민주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섰던 두 후보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했다. 특히 유시민 전 장관의 경우 지난 7~8일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9.4%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도 유시민 전 장관과 한명숙 전 총리는 2위 자리를 ‘주거니 받거니’하며 오르내리고 있다.
오는 7·28 재·보궐 선거 은평 을 출마설과 전당대회 출마설이 거론되고 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경우 지방선거의 ‘수혜’를 톡톡히 입은 것으로 나타난다. 지방선거 전까지 손 전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은 5%대 중반~6% 초반으로 미미한 수치를 이어왔다. 그러나 대선주자로서의 지지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손 전 지사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 눈에 띄는 점은 여론이 그를 ‘대선주자’보다 ‘당대표’로서 선호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의 7~8일 조사에서 손학규 전 대표는 ‘차기 민주당 대표 적합도’에서 정세균 대표(18.1%), 정동영 의원(12.5%)을 누르고 22.6%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차기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4.0%를 기록해 그동안의 여론조사 수치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조사분석 실장도 “손 전 대표는 정세균 대표, 정동영 의원에 비해 지역색이 강하지 않고 수도권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점이 대선주자로서 보다 선호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수도권 민심은 영호남에 비해 지역 기반성을 드러내는 성향이 약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대표인물’로 손학규를 생각할지는 미지수다. 원외에 있다는 한계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라고 설명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의원의 경우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의 조사에서 민주당 차기 대표 적합도에서는 비교적 높은 지지를 얻었지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는 상위 8위 안에 오르지 못할 정도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대권에 한 발 더 다가서기 위해서는 ‘지역 리더’라는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두 주자 모두 급선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유선진당 대표직을 사임한 이회창 전 대표의 경우 사의 표명 이후에도 지지율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적은 수치(5% 내외)지만 이 수치가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고정 지지층이기 때문. 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대전, 충청과 영남권에서 이회창 전 대표의 고정지지층이 있다. 이 전 대표가 원하고 있는 한나라당과의 ‘보수대연합’이 성사될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도 시너지 효과는 있을 테지만 시점이 중요할 것이다. 단일화라는 이벤트는 언제나 선거 직전에 성사되어야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경남지사에 당선된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차세대 리더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김 전 장관의 경우 ‘차기 대선주자’로서 향후 대중들에게 얼마나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 KOSI 윤희웅 실장은 “우리나라 정치구도상 지역적 기반을 갖고 있는 정당 후보로서 상대 정당 지지 지역 출신인 경우 파급력이 매우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영남 출신이면서 호남 지역 기반의 정당 후보’가 될 수 있는 김 전 장관은 매력 있는 주자임에 틀림없다. 경남지사직을 잘 수행한다면 차차기 대선 즈음엔 유력 주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무소속이라는 점이 극복과제다. 앞으로 대선을 염두에 둔다면 정당 내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