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지주사들의 현 주가가 너무 싸다. 주요 지주회사 및 유사지주회사들의 할인율은 최근 들어 43~58%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10년 들어 주요 지주회사들의 주가수익률은 코스피와 핵심 자회사에 못 미치는 움직임이다. 조정기에는 불확실한 향후 주가전망을 반영하여 투자자들이 지주회사에 대해 높은 할인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지주회사는 추가 하락 리스크보다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부각되는 시점이다. 자회사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과 높은 자기자본 수익률을 배제하더라도 그 가치가 실제가치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훈 한국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들의 주가는 주가 조정국면에 먼저 하락해 부정적인 시각은 이미 상당부분 반영됐다. 하지만 현재 할인율은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이 본격화된 2007년 이후 금융위기를 제외한다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향후 주식시장의 급락이 없다면 할인율은 축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CJ와 LG를 최우선 종목으로 추천했다.
LG는 LG전자에 대한 우려로 조정을 받고 있지만 LG화학의 질적인 성장 폭이 크다는 분석이다. CJ 역시 온미디어 인수 이후 미디어사업부의 시너지 창출과 전반적인 수익 기반의 개선에 힘입어 기업가치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삼성생명과 삼성에버랜드 지분은 매각이 가능해 유가증권 가치가 부각될 전망이다. 이밖에 두산은 그동안 밥켓 증자 및 두산건설 이슈로, 한화는 대한생명 주가약세 등으로 주가하락이 지나치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가 정상화 역시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지주회사 관련 제도 변화도 투자매력을 높이는 대목이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하반기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기업집단들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걸림돌이 제거되며, 지주회사 체제로 이미 전환한 기업집단들의 금융업 진출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이 증시의 테마가 되고, 지주사들이 금융권 M&A(인수·합병)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며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연구원은 또 “지주사들이 보유한 잉여현금과 우량한 재무구조는 사업포트폴리오 강화나 더 높은 배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주회사가 ‘핵심 자회사의 대안투자 그 이상’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인찬 솔로몬증권 연구원은 “제도 변화에다가 대한생명과 삼성생명 등에 이어 포스코건설을 비롯한 많은 비상장회사들의 상장이 이뤄진 계획이 잡혀 있다. 이러한 비상장회사들의 상장은 기존 지주회사 및 지주사격 회사들에게 일정부분 현금 확보를 가능하게 해주며 이러한 자금을 바탕으로 향후 M&A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내년에 전면 시행되는 IFRS(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도 지주사에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김용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그룹의 전체적인 특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또 지분율 30~50% 사이의 자회사들이 비록 연결자회사에서 제외되기는 하지만 지분으로 타 회사의 영업활동을 지배하는 지주회사의 영업목적상 지분법손익 자체는 여전히 영업수익을 구성, 영업이익의 변동성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풀이했다. 김 연구원 역시 하반기 최선호주로는 CJ와 LG를 제시했다.
지주사 투자의 또 다른 매력은 배당이다. 지주사는 자회사 지배, 즉 자회사가 낸 이익으로부터 배당금을 수령하는 게 주요한 사업이다. 지난해 LG의 현금배당수익률은 우선주가 3.43%, 보통주가 1.39%였다. SK C&C는 보통주 2.2%, 우선주 4.3%였고, CJ도 보통주 1.3%, 우선주 3.6%의 배당을 했다. 두산의 경우 현금배당수익률이 보통주도 2.8%로 가장 높은 편이었고 우선주는 무려 9.7%에 달했다. 지주사 우선주에 잘만 투자하면 은행 정기예금 이자 정도는 얻는 셈이다. 올해 기업실적은 지난해보다 더 개선될 전망인 데 반해 주요 지주사들의 주가 수준은 지난해보다 낮거나 비슷하다. 자연스레 더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대하게 한다.
지주사 투자의 ‘덤’은 자회사와의 차익거래 기회다. 즉 지주사와 자회사 간 상대 밸류에이션을 이용한 매수(롱·long)/매도(숏·short) 전략이다. 자회사 가치대비 지주사 가치가 저평가 됐다면 저평가된 지주사를 사고, 고평가된 자회사를 파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최근과 같은 장에서 IT(정보기술)나 자동차 같은 주도주가 급등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생겼다면 이들을 지배하는 지주사는 상대적으로 덜 올랐을 테니 노려볼 만하다는 뜻이다.
또 SK 같은 경우에는 미묘한 지배구조를 활용한 롱/숏 전략도 가능하다. 간판뿐인 지주사 SK와 실질적 지주사인 SK C&C는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이 때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 회장 지분율이 많은 SK C&C 중심의 합병이 필요하다. 결국 SK C&C의 기업가치가 오를수록, 그리고 SK의 기업가치가 떨어질수록 합병시 최 회장의 지분율이 극대화된다. SK C&C를 사고, SK를 파는 전략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밖에 지주사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향후 후계구도가 원만히 이뤄지지 못해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다툼이 발생할 경우 지배구조의 핵심인 지주사 주가는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총수의 나이가 많은데도 후계구도가 완성되지 않은 곳, 일가 형제들이 많아 지분이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는 경우 경영권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경영권 분쟁을 겪은 옛 현대그룹이나 두산, 금호아시아나 등은 좋은 예다.
한편 지주사에 투자하는 방법은 직접 지주사 주식을 사는 방법과 함께 지주사펀드에 투자하는 길도 있다. 다만 지주사펀드의 경우 법적으로 지주사로 신고된 곳 외에 유사 지주사, 즉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종목들까지 편입하고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