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원 SKC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
공시에 따르면 SKC는 지난 14~16일 3일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SK네트웍스 주식 125만 4058주를 전량 매각했다. 이는 지분율 0.51%에 해당한다. SKC는 당초 워커힐 지분 7.50%를 갖고 있었는데 지난해 12월 SK네트웍스가 워커힐을 합병하면서 워커힐 지분 대신 SK네트웍스 지분 0.51%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지분 매각 사유는 지주회사 요건 충족에 있다고 한다. SK그룹 측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에 있는 자회사끼리 지분을 교차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SKC가 SK네트웍스 지분을 처분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지난 2007년 지주회사제 전환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요건 충족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SKC 경영을 최태원 회장 사촌형인 최신원 회장이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SKC의 SK네트웍스 지분 매각 배경과 관련해 또 다른 해석을 낳기도 한다. 최신원 회장 친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의 SK케미칼은 이미 독립 여건을 갖춘 반면 SKC는 최태원 회장의 SK㈜에 묶인 상태. SK㈜의 SKC 지분율은 42.50%에 이르는 만큼 최신원 회장의 SKC 지분율 3.35%로는 넘어서기가 불가능해 보인다. 이렇다 보니 최신원 회장 입장에서 SKC를 SK㈜에 좀 더 안정적으로 묶어두는 최태원 회장의 SK그룹 지주회사제 연착륙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 보는 시선도 제법 많다.
그럼에도 최신원 회장이 SK 지주회사제 요건 충족을 위해 SKC의 SK네트웍스 지분 매각 결정을 내렸다는 점은 호사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지난해 재계에 “최신원 회장이 최태원 회장에게 기존의 SKC와 더불어 ‘SK네트웍스+워커힐’의 경영권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점도 다시금 눈길을 끈다. 최신원 회장이 눈독들인 것으로 알려진 SK네트웍스에 대한 SKC 명의 지분을 순순히 내놓은 이면에 최태원 회장과의 계열분리 관련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이 주목받는 것이다. 그룹 안팎에선 ‘SK네트웍스에서 워커힐을 다시 분리해 최신원 회장이 맡게 될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돌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SK그룹 측은 “(SK 오너들은) 당장 계열분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라 밝힌다. 최신원 회장의 SKC나 최창원 부회장의 SK케미칼이 SK그룹 품을 떠나 새로운 브랜드를 갖고 시장을 개척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돈이 필요할 텐데 굳이 그런 길을 가려 하겠냐는 것이다. 서로에게 실익이 없다는 점을 잘 알기에 계열분리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계열분리 신청은 오너 일가 간의 독립이 가능하거나 (오너 일가끼리) 서로 사이가 안 좋을 때 하는 것인데 SK엔 해당되는 것이 없다”고 못 박는다. 지분관계에 상관없이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이 각각 회사를 맡아 책임경영을 하고 있는데 굳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계열분리를 당장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재계에선 지난 1998년 최종현 SK 2대 회장 타계 이후 그 아들인 최태원 회장이 총수직에 오르면서 최종건 SK 창업주 아들들인 최신원-최창원 형제가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분가 여건을 갖춘 최창원 부회장과는 달리 앞서 언급했듯 보유 지분이 적은 최신원 회장의 분가 행보는 간단치 않다. 최태원 회장의 SK㈜가 막대한 증여세를 감수하고 최신원 회장에게 지분을 무상으로 지급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결국 계열분리를 위해선 최태원 회장과 주주들의 결단을 통해 계열사 간 지분 교환 등으로 최신원 회장 몫을 만들어주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런 까닭에 재계에선 최신원 회장이 당분간 SK그룹 울타리 안에서 최태원 회장의 지주회사제 전환 등에 적극 협력하면서 조용히 힘을 기르려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