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 ||
서민주택에 속하는 연립·다세대 경매물건이 급증하고 있고,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서초구 등 이른바 ‘강남 빅3’지역에서도 유명 아파트 경매물건이 조금씩 흘러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 주택 가격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뛰어 오르기만 했고 아직도 강남권 인기 분양 아파트는 청약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특히 얼마 전 분양을 끝낸 서울 용산구 시티파크처럼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투기자금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부동산시장을 맴도는 투기자금이 여전히 넘쳐나고 있지만 경기불황으로 인해 법원경매에 부쳐지는 부동산도 급증하고 있는 것이 현재 부동산시장의 모습이다. 때문에 이 같은 불안한 균형이 깨지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 주택가격 거품붕괴가 좀 더 빨리 현실화될 수도 있다.
경매전문회사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수도권에서 법원경매가 진행된 물건 수는 총 1만2천8백50건으로 한 달 전보다 2천5백 건이 증가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1월 5천1백 건이던 것과 비교하면 경매물건이 2.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전국 경매물건수도 급증해 3월 경매가 진행된 부동산은 총 3만7천9백 건으로 지난해 1월 2만2천 건과 비교해 1.7배 이상 늘어났다.
이러한 경매물건수 증가를 이끌고 있는 주범은 이른바 ‘빌라’로 불리는 연립·다세대다. 전국적으로 아파트를 비롯한 토지, 주택 등 대부분의 종목들은 2003년 연초 대비 올해 3월에 1.7배 내외의 증가세를 보였으나, 빌라의 경우 3.9배나 증가하였다.
3월 서울·수도권 경매시장에 나온 빌라는 6천9백63건으로 올초 4천8백94건, 2월 5천6백62건인 것을 감안하면 한 달에 1천여 건씩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빌라 경매물건은 인천과 부천, 시흥, 고양 등 수도권에서 더욱 많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오는 21일 진행되는 인천지법 경매20계는 총 2백1건이 경매에 부쳐지는데 그 중 연립·다세대가 1백65건으로 전체의 82%에 달한다. 오는 20일 경매가 진행되는 부천지원 경매6계에서도 전체 13건 중 연립·다세대가 11건을 차지했다.
디지털태인 이영진부장은 “빌라 경매물건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 영향이 우선적으로 서민에게 미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서울 강서구, 구로구, 양천구 등을 관할하는 남부지법에서도 연립·다세대 경매물건이 대거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물건 증가로 인해 지난해 축소됐던 경매부서(경매계)들도 속속 신설되고 있다. 경매계의 신설은 곧 경매물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 지역은 주로 저소득층이 거주하고 있고 주거형태도 이른바 ‘빌라’로 불리는 연립·다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저소득층 주거지역에 이어 중산층 주거지역에서도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알짜 경매물건이 등장하고 있다. 주택시장 거품 붕괴 현상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4월13일 진행된 서울 중앙지법 경매3계에서는 강남권 유명 아파트가 대거 등장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아파트 33평형이 6억원에 경매에 나왔고 도곡동 개포우성5차아파트 31평형이 5억7천만원에 첫 경매가 진행됐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39평형이 한 번 유찰돼 최저가 6억원에, 서초동 삼풍아파트 50평형도 한번 유찰돼 최저가 8억4천만원에 입찰이 진행됐다. 이처럼 강남, 서초, 송파지역에서 유명 아파트 경매물건이 같은 날 대거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인기 아파트도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우성아파트 53평형이 4월에만 2건이 나왔다. 잠실 우성의 경우 20∼30평형대 물건은 1년에 한두 건 나왔지만 대형 평형인 53평형이 경매에 나온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는 게 경매업계의 전언이다.
지난 12일 진행된 우성아파트 53평형은 최초감정가 10억5천만원에 나온 신건으로 근저당 4건, 14억6천만원, 가압류 5건, 73억원을 갚지 못해 경매가 진행된 것이다. 오는 19일 진행되는 물건은 최초감정가 9억5천만원에서 한 번 유찰돼 7억6천만원까지 최저경매가가 떨어진 것으로 이 또한 근저당 7건, 7억6천만원, 가압류 13건, 50여억원으로 인해 경매에 부쳐진 것이다.
입주한 지 얼마 안된 새 아파트와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경매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중앙지법 경매2계에서는 지난 2002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잠원동 금오 베스트빌 50평형(최초감정가 12억원) 경매에 부쳐졌다. 또 같은 날 저밀도재건축단지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6평형(최초감정가 6억7천만원)도 경매가 진행됐다.
법무법인 산하 경매사업팀 강은현 실장은 “신용카드 대란이 서민들 주거생활을 파탄냈다면 장기 경기불황으로 인한 사업실패가 중산층 주거생활을 위협하고 있다”며 “경기불황이 지속될 경우 주택시장 거품붕괴가 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