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양 포스코 회장 |
우 의원은 수사의뢰서에서 ‘정 회장이 포스코에 근무하면서 친족들에게 포스코의 기술을 빼돌리고 사업 독점권을 주는 등 비리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포스코 측은 “우 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이미 지난해 회장 선임 이전에 사외이사 등의 감사를 거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정치공세 차원에서 이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현직 야당 의원의 수사의뢰에 대해 검찰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이 수사의뢰서에서 제기한 첫 번째 의혹은 ‘정준양 회장이 포스코 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2007년 2월~2008년 11월)에 자신의 처남인 이 아무개 씨(45)가 운영하던 ㈜파워콤에 대량의 납품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파워콤은 전자제품 및 제어장치 생산·납품업체로 정 회장의 처남 이 씨가 대주주로 있는 곳이다. 2005년 말 기준, 매출 1억 5000만 원에 불과했던 ㈜파워콤은 2007년 초 포스코와 독점으로 납품 계약을 맺었고 그해 4억 5000만여 원으로 매출이 늘었다. 이후 2007년 14억여 원, 2008년 30억 5000만여 원 등 해마다 매출이 크게 늘었다.
▲ 우제창 의원 |
당시 정 회장과 포스코 측은 ㈜파워콤이 2007년 국내 최초로 ‘강판 도유량 측정 장치’를 개발한 업체로 외국 업체들보다 해당 장비를 상대적으로 싸게 들여올 수 있었기 때문에 계약을 맺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판 도유량 측정 장치는 생산라인을 세우지 않고 컴퓨터를 통해 강판의 뒷면에 칠하는 기름을 측정하는 장치.
포스코는 외국 업체로부터 대당 4억 원에 들여오던 해당 장비를 ㈜파워콤과 계약을 맺은 이후 2억 8000만 원에 들여와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고 반박했다. 또 2007년 이전까지는 ㈜파워콤의 납품 물량 증가가 자신들과는 관련 없는 매출이기 때문에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우 의원 측은 “㈜파워콤이 납품하던 장비의 특허를 얻은 것 자체가 정 회장이 관련 기술을 포스코로부터 유출시켜 처남인 이 씨에게 줬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 회장은 포스코가 기존에 외국 업체로부터 들여오던 장치를 통해 업무상 획득했던 포스코의 독자적인 기술을 처남인 이 씨에게 제공했고 이를 통해 ㈜파워콤이 관련 특허를 얻게 했다는 것이다.
또 우 의원 측은 ㈜파워콤이 이렇게 획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특허를 얻은 이후 포스코기술연구소와 불공정한 방식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이후 정 회장은 ㈜파워콤이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콘에도 독점 납품할 수 있는 권한을 줘 처남인 이 씨가 부당이득을 취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 의원은 ㈜파워콤이 2008년 2월 광양 냉연도금 공장에 23억 원 상당의 부품 납품을 수주한 것도 부당하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우 의원이 제기한 또 다른 의혹은 ‘정 회장이 광양제철소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친동생이 특수관계인으로 있던 A 사에 특정 사업 납품권을 줘 수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게 했다’는 것이다.
우 의원 측에 따르면 2004년 3월부터 2006년 7월까지 광양제철소장으로 근무하던 정 회장은 원료탄의 점도 향상용 원료첨가제를 포항제철소에 납품하던 포스코 퇴직임원 B 씨로부터 광양제철소 납품을 부탁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 회장은 B 씨로부터 들은 관련 사업 아이디어를 친동생에게 넘겨줬고 뒤이어 친동생이 특수관계인으로 있던 A 사가 해당 사업에 착수해 2005년 광양제철소와 독점계약을 맺었다는 것. 이후 2008년까지 광양제철소에 관련 제품을 납품해 정 회장 친동생 관련 회사가 총 205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우 의원 측은 “정 회장이 다른 경쟁업체의 정보를 빼돌려 친동생이 관계돼 있는 회사에 넘겨줬고 차후 계약 과정에서 동생의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했기 때문에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측은 이 같은 우 의원 측의 의혹 제기와 검찰 수사의뢰에 대해 “그런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해 회장 선임 이전에 감사와 사외이사들의 검증을 거쳤다. 당시 (정 회장의) 자격 논란 시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모두 밝혀졌다”며 “하지만 정치권에서 여전히 당시 문제를 정치공세 차원에서 이용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 의원은 또 “그간 정 회장이 현 정권 실세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사라는 점에서 사정기관이 수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지만 최근에 그런 실세들의 힘이 다소 약해졌다”며 “이제 검찰에서 수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권력 환경이 변화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제야 수사의뢰서를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 의원의 수사의뢰서가 접수됨에 따라 검찰에서는 이를 토대로 정 회장의 범죄 혐의가 실제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인 검토 후 수사 가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 의원은 지난해 1월 말 정준양 회장이 내정된 후 포스코 인사에 현 정권 실세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하며 큰 관심을 끈 바 있다. 당시 우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실세인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포스코 회장 인선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