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7월 1일 캄보디아에 신도시개발사업을 벌일 예정이라며 고 아무개 씨 등 3명을 속여 모두 8억 원을 갈취한 혐의로 부동산투자업체 유 아무개 씨(58) 등 2명을 구속했다.
경찰조사 결과 유 씨는 “프놈펜에 분당신도시 규모의 부지가 있다. 이곳에 방송국, 미디어센터, 앙코르예술종합대학, 게임랜드 등을 조성하는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며 고 씨 일당에게 투자를 종용했다. 특히 피의자 유 씨는 국내에서 모 방송제작단 사장을 지낸 경력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속여 쉽게 투자금을 가로챌 수 있었다.
유 씨 등은 투자자들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해 캄보디아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 이들을 수차례 초청해 각종 정황들을 보여줬다. 특히 유 씨 일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찍은 것처럼 합성한 사진을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과시하는 동시에 이 대통령은 물론 그 측근들과도 친분이 깊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 일당은 현지 정부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들은 동남아 국가들이 해외자본 유치에 적극적인 점을 이용해 캄보디아 훈센 총리 등 고위층 인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유 씨 일당은 투자유치를 논의하는 척하며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후 “신도시개발로 현지 정부의 환대를 받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또 신도시 개발이 추진 중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S기술개발공사를 선정한 후 실제 신도시 설계용역을 맡기는 대담함도 보였다.
결국 투자자들은 이들의 치밀한 사기수법에 속아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 토지매매대금 명목으로 모두 8억 원을 건네 줬다.
서울시경의 한 관계자는 “신도시 개발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는 듯한 분위기가 보이자 피해자 중 한 명이 경찰에 조사를 요청해 이들의 사기 행각이 드러났다”며 “프놈펜 일대에는 피의자들이 소유한 부지가 전무했을 뿐만 아니라 프놈펜 시에 확인한 결과 자체적인 개발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