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테마주의 선두는 단연 금호아시아나그룹주 가운데 금호석유와 아시아나항공이다. 먼저 금호석유의 경우 올 초만 해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방안이 가닥을 잡지 못하며 주가가 4000원대에 머물렀지만, 3월부터 구조조정 방향이 시장의 평가를 받으며 주가가 급반등했다. 연초대비 주가상승률이 100%가 넘는다. 여기에 최근 석유화학주가 주목을 받으며 한동안 4만 원대에 머물렀던 목표주가가 6만 원을 거쳐, 10만 원(유동성위기 전 최고 목표주가)까지 훌쩍 뛰어오르며 앞으로도 100%가량의 추가상승 여력을 인정받고 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업황 개선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주가 폭락의 원인이 됐던 그룹 관련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투자 매력이 배가됐다. 내년까지 지속적인 구조조정 및 아시아나항공의 잔여 지분 매각 등으로 그룹 악재에 따른 할인 요인이 해소될 것이다. 순수화학사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종목”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에 대해 하이투자증권도 “산업은행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진행되는 대우건설 지분매각이 8월까지 이뤄지면 2630억 원대의 자금유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탰다.
아시아나항공도 4월부터 시장의 평가가 달라졌다. 올해 주가상승률이 이미 170%를 넘고 있지만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하며 추가 상승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3분기에도 성수기를 맞아 추가적인 이익개선 가능성이 주목 받는 모습이다. 아울러 외형과 수익성에서 두 배 규모인 대한항공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시가총액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매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주가가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치를 넘어서며, 목표주가 상향 작업도 한창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자회사인 밥캣(Bobcat) 증자 가능성 탓에 지주사인 두산까지 덩달아 지옥을 경험했지만 이제 ‘탈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밥캣이 증자는커녕 오히려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반등의 주동력이다. 두산 역시 최근 LG, SK와 함께 할인율이 과도한 지주사로 주목되면서 반등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두산의 3대 주력사 가운데 하나인 두산중공업 역시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 테마 등이 재가동되면서 6만 원 초반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8만 원대 회복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석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원전기자재 시장에서의 독과점적인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최근 코스피지수 대비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었다. 3분기 대규모 수주 모멘텀(상승동력)이 지속될 전망이고 자회사 실적회복에 따른 지분법 이익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두고 채권은행과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그룹의 알짜 계열사 현대상선과 현대증권도 재기테마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4~5월 두 달간 현대상선은 15%, 현대증권 18%나 주가가 빠졌지만 6월 들어선 현대상선이 30% 넘게, 현대증권은 5%가량 반등했다. 그럼에도 현대증권은 여전히 52주 최고가 대비 낙폭이 크고 당장 재무약정 악재 전과 비교해도 주가 수준이 낮다. 현대증권은 최근 국내 개인의 주식거래 증가에 따른 위탁매매 수익개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반등폭이 크기는 했지만 해운주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 국면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운임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 건화물 사업부문 적자 축소에 따라 2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을 웃돌 것으로 보이며, 약 2조 원에 달하는 원화부채에 대한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함에 따라 순이익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3분기에는 컨테이너 사업부문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며 사상최대 실적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증권과 현대상선의 경우 최근 재개된 현대건설 매각작업의 수혜주이기도 하다.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치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배구조에서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은 향후 경영권 향배를 갈라놓을 최대 변수. 즉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현대상선에 인수·합병(M&A) 테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상선이 지배하고 있는 현대증권의 경우에도 현대건설 인수자 향배에 따라 지배구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현대증권을 매각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 현대증권에도 M&A테마가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강력한 현금창출능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치명타를 맞았던 곳 가운데 웅진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극동건설 인수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최근 웅진에너지 상장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공모 과정은 물론 상장 이후에도 주가 고공행진 중인 웅진에너지는 웅진홀딩스가 최대주주. 따라서 웅진에너지 지분가치 상승에 따라 웅진홀딩스의 재무제표도 그만큼 개선될 수밖에 없다. 웅진코웨이 등 주력 계열사들의 현금창출 능력도 경기회복과 함께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웅진에너지가 현재는 태양광발전용 부품을 생산하는 중견업체 수준이지만 동종업종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수익성과 향후 공격적인 설비증설에 따른 외형성장이 동반되면서 태양광발전 부문의 최고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IT부문 투자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동부그룹주 가운데 동부하이텍,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추진으로 시장의 뭇매를 맞았던 효성도 탄탄한 펀더멘털을 인정받으며 빠른 주가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