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인영. |
스타들 가운데에는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의 집을 마치 자신의 집인 양 공개해야 했던 경우도 종종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주인공은 바로 가수 홍경민이다. 그가 ‘흔들린 우정’으로 한창 인기절정에 있던 2002년, 한 공중파 방송국의 연예 정보 프로그램은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스케줄을 잡았고, 그와의 인터뷰는 수월하게 이뤄지는 듯했다. 그런데 제작진의 일정과 홍경민의 스케줄이 꼬이면서 프로그램이 생방송되는 바로 당일 오후로 인터뷰 시간이 잡히고 말았다. 당초 홍경민의 인터뷰는 그의 집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방송국과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결국 제작진은 홍경민 집에서의 인터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지만 이미 전 주 방송에서 ‘홍경민의 집 공개’라는 타이틀로 예고 방송이 나갔고, 대본 구성도 이에 따라 마무리된 상황.
결국 제작진과 홍경민 측은 묘책을 쓰게 됐는데, 다름 아닌 방송국 근처에 위치한 그의 매니저의 집에서 촬영하는 것이었다. 다만 시청자들을 속일 수는 없었으므로, 홍경민은 ‘자신이 자주 머무는 싱글하우스(?)’라는 조금은 애매한 표현을 써가며 자신의 집(?)을 공개하게 됐다. 아담한 원룸에서 탈취제까지 뿌려가는 정성을 보이며 열심히 집 공개를 했던 홍경민. 실제로 그는 당시 매니저의 집에서 대부분의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밤 늦게 끝나 새벽 일찍 시작되는 방송 스케줄을 소화하기엔 그의 집이 너무 멀었던 것.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그때 그 집 공개를 마냥 거짓 방송이라고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집 공개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재고시키게 된 스타들도 상당수다. 가수 캔의 배기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데, 그는 몇 년 전 공중파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인간미 넘치는 집을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호텔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인테리어로 시청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여느 스타의 집들과는 달리 배기성의 집은 소탈하고 그다지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미처 치우지 못한 이부자리를 비롯해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지 않은 책상과 소파 등 전형적인 노총각의 집안 내부 모습을 공개한 것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산 것. 당시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거리감 없는 배기성의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결혼해서 빨리 예쁜 집으로 이사 가셔야죠 등의 다양한 시청자 반응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런가 하면 집 공개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포장하려는 스타들도 있어 제작진의 눈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도 많다. 몇 년 전 집 공개를 통해 서민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했던 연기파 여배우 A가 대표적이다. 당시 A는 자신이 사는 동네가 연예인들이 흔히 사는 부촌이 아니라는 것을 꼭 방송에서 얘기해달라는 부탁을 해 제작진들을 당황시킨 바 있는데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A의 이미지 관리는 더욱 심해졌다. A의 아이들이 촬영 중 집안 벽에 낙서를 하자 A는 “아이들의 순수 교육을 위해 혼내지 않고 내버려 둔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제작진이 보충 촬영을 위해 며칠 뒤 다시 그의 집을 찾았을 땐 집안 벽지 전체가 새로 도배돼 있었다.
▲ 서인영 집 현관에 가득한 신상구두. |
스타들이 집 공개를 통해 걱정하는 것은 비단 위화감 조성으로 인한 대중과의 괴리감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집이 알려짐으로 인한 사생활 노출 역시 그들이 걱정하는 바다. 통통 튀는 이미지로 사랑받는 스타 C. C는 집을 공개한 것은 물론 집안에서 요리하는 모습 등 다양한 촬영을 허락했지만, 유독 집의 외경과 현관 등의 촬영은 거부했다고 한다. 이유인즉 집의 외경이 방송될 경우 혹시 팬들이 집 앞까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점을 염려했던 것이라고. 또한 C는 현관문에 적힌 집의 호수 역시 노출될 것을 우려해 제작진이 촬영하러 오기 전에 먼저 모자이크 처리를 단단히 해놓는 준비성까지 선보였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1박2일’을 통해 집을 공개한 가수 mc몽은 집 공개를 한 뒤 후회했던 기억을 인터뷰를 통해 털어 놓기도 했다. 이미 한차례 ‘1박2일’을 통해 집 공개를 했었다는 mc몽. 그러나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을 조금 더 큰 평수로 옮겨 이사를 가게 됐고 마침 멤버들의 방문도 없던 찰나 우연히 방송을 통해 집을 또 다시 공개하게 되었다고 한다. 리얼 버라이어티답게 솔직한 모습을 담고자 했던 게 mc몽과 제작진의 의도였지만 방송이 나간 뒤 안티 팬과 일부 시청자들의 비난에 시달려야만했다고 고백했다. 서민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담는 프로그램에서 집 자랑이나 하고 있느냐는 게 비난의 요지였는데, 그는 이 방송 이후로 여자친구와 집 등 연예인의 사생활은 감추면 감출수록 좋다는 진리를 터득하게 되었다.
스타들의 집에는 그들의 개성만큼이나 특별한 것들이 분명 있다. 신상녀로 알려진 서인영의 집에는 그의 별명답게 신상구두 수백켤레가 현관에서부터 전시(?)되어 있으며, 그의 당찬 성격을 보여주듯 욕실 또한 벽과의 단절 없이 오픈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대표 노총각 영화배우 이정재 역시 조금은 민망한 자신의 집 욕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의 집 거실 한편에 위치한 욕실은 유리벽으로 안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이정재에 따르면 혼자 사는 집인 만큼 욕실에서도 자유롭고 싶어서라고 한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