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리 안 도와줬지?‘일본 완파’ 설욕
이날 축구 경기 결과는 단순히 지난해 패배를 설욕한 데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일본이 한국에 보였던 서운함에 대한 앙갚음(?)이기도 했던 것이다. 한국 재정부와 일본 재무성 간의 친선 축구경기는 역사가 10년이나 된다. 당시 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면서 축구동호회 회장이었던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이 일본 대장성 축구동호회를 한국으로 초청해 첫 경기를 치른 뒤 매년 이어져왔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특수관계 때문에 경쟁심이 치열하다보니 축구 경기 전부터 한국 재정부 측은 일본을 폭탄주로 제압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첫해 폭탄주 때문에 졌다고 여기는 일본 재무성 공무원들은 원정경기에서는 경기 전날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다. 일본에서 경기를 치를 때도 부처 내에서 술이 가장 센 직원을 ‘술상무’로 데려온다.
경쟁심은 뜨겁지만 경제부처 간 친선을 높여 양국 현안 협상 과정에서 윤활유가 되는 일이 많다고 여겨진 것이 사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에서는 일본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국을 제대로 도와주지 않으면서 재정부에서는 서운해 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해외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환율이 급등, 한국에는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가 왔다. 정부는 외환시장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미국과 통화스왑을 맺은 데 이어 일본, 중국과도 스왑을 맺거나 확대했다. 그런데 지난 2005년 30억 달러 규모로 맺은 일본과의 스왑 규모를 200억 달러로 확대하는 데 일본이 난색을 표시한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일본 금융기관들이 대출 회수를 하면서 치명타를 안겼던 기억이 있는 재정부로서는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 다행히 중국이 한국과 38조 원 규모의 통화스왑을 맺는 데 합의하자 일본에서도 스왑규모 확대에 동의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재정부 내에서는 “몇 년이나 같이 축구를 해왔는데 중국보다 더 멀게 느껴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서운해 했는데 지난해 일본 원정에서 두 게임 모두 패배하면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 이번 부산 축구대회에서 일본을 완파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앙금을 상당부분 털어낸 셈이다.
김서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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