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어스’ 김수택씨. |
2010년은 1955년 이후 출생한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다. 은퇴자들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은 떠나지만 자녀 교육과 결혼, 노후 계획 등 책임져야 할 일은 여전히 산더미다. 상당수 은퇴자들이 퇴직 후 창업을 고민하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창업은 만만치 않다. 목 좋은 점포에서 유망한 아이템 선택, 창업 후 손님 사로잡기 등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써야 할 일이 줄을 서있다. 퇴직 후 창업을 선택,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한 선배들의 노하우를 통해 실패 없는 창업을 준비해 보자.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원 수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5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부머를 위한 은퇴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체는 27.4%에 그쳤다. 거꾸로 50세 이상의 직원을 채용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인사담당자들의 61.2%가 ‘계획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연령에 맞는 직급 및 직무가 마땅히 없기 때문에’ ‘현업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기존 직원들과 잘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아서’ 등 다양한 이유가 뒤따랐다.
회사에 마련된 퇴직관리 프로그램이 없으니 은퇴 후 인생은 퇴직자 본인이 설계해야 하는데 인사담당자의 반응이 이렇다보니 재취업은 쉽지 않다. 결국 창업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오랫동안 책상 앞을 지켜온 직장인들이 ‘오너’가 돼 소비자와 종업원을 동시에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지난 2006년 5월, 장 아무개 씨(52)는 22년 동안 근무한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가 선택한 아이템은 막걸리전문점. 더운 날씨와 함께 막걸리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각 상권에 막걸리전문점이 하나둘 늘어나던 시기였다. 그는 운영의 편의성을 고려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택해 막걸리 열풍에 동참했다. 서울 서남부에 116㎡(35평) 규모의 막걸리전문점을 연 것이다.
개업 초기 장 씨의 가게는 한 달 매출이 5000만 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그러나 주변에 경쟁점포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매출이 꺾이기 시작했다. 손님 수가 줄어 3000원~1만 원의 저가 안주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퇴직금을 포함해 2억 원이 넘게 들어간 점포였지만 결국 장 씨는 자칫 권리금도 못 챙기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점포를 내놓고 말았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많은 이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무슨 사업을 할까 고민을 하는 등 아이템 선정이 창업 준비 과정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창업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나의 경쟁력’이다. 즉 창업 주체에 따라서 명암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영업형 스타일인지, 관리형 스타일인지, 혼자 하는 것이 적성이 맞는지, 배우자나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인지, 창업자금의 최소치와 최대치는 어느 정도인지, 그에 따른 기대수익은 어느 정도인지, 궁극적으로 나의 꿈은 무엇인지 등 기본적인 자기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생맥주전문점 ‘치어스’를 운영하고 있는 김수택 씨(48)는 직장생활 중 영업직 경력을 점포에 적용, 월 평균 매출 4800만 원이라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퇴직 무렵 김 씨의 직책은 영업관리 이사. 안정적인 직장생활이었지만 젊은 인재들이 성장함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 판단, 정년을 맞이하기 전에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24년 동안 직장생활만 했기에 경험 없이도 창업이 쉽고 소비층이 넓은 대중적 아이템을 찾다가 생맥주전문점을 택했다고 한다. 점포 입지는 자신의 거주 지역인 덕소. 그는 165㎡(50평) 규모의 2층 점포를 잡았다. 창업에는 점포 비용을 포함, 3억 원 정도가 들었다. 김 씨는 “그동안 영업업무를 통해 친절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때문에 개업 당시부터 친절한 서비스를 무엇보다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2층 점포로 손님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했다. 신문 삽지 광고는 물론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무료 영화 티켓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실시했다. 주문 즉시 만들어지는 안주가 맛있고 친절한 곳이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이른 저녁 시간에는 주부를 비록한 가족 동반 고객들이, 10시 이후 늦은 밤에는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김 씨는 “직장 생활과는 달리 낮과 밤이 바뀌어 처음에는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지금은 적응이 됐다. 이제는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시간에 취미생활을 할 수 있어 좋고, 내 점포 역시 편하게 운영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강원도 강릉시에서 떡볶이전문점 ‘신떡’을 운영하고 있는 박상준 씨(44).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창업을 한 사례다. 서울에서 금융업에 18년을 종사해온 박 씨는 쳇바퀴 돌듯 단조롭고 반복되는 생활이 싫어 퇴사를 결심, 마음 편한 고향에서의 창업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고 한다.
박 씨는 실패의 가능성을 우려해 처음부터 소자본 창업을 택했다. 창업 비용이 1억 원 미만인 분식점을 택했고, 점포는 소비층에 맞춰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영화관 건물로 결정했다. 개업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33㎡(10평) 남짓한 점포에서 월 매출 1800만 원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는 박 씨의 꼼꼼한 고객 분석력이 빛을 발했다. 처음 그의 점포는 운영방식이 패스트푸드점과 같은 선불형 셀프서비스 매장이었다. 그런데 손님들이 쟁반을 치우지 않고 나가는 등 일반 음식점과 다를 바 없이 행동했다. 그는 손님의 편의가 우선이라고 판단, 서빙 직원을 채용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였다.
메뉴에 있어서도 간장 없이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는 튀김은 손님들이 먹는 방법을 몰라 주문율이 저조했다. 그는 떡볶이를 주문하는 모든 손님들에게 소량의 튀김을 무료로 제공, 먹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세트 메뉴 주문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박 씨는 “직장인의 경우 경험이 없어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창업에 나서는 만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본사의 안전성을 꼼꼼하게 점검한 후 창업을 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