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9일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리인상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2.25%로 인상했다. 연합뉴스 |
◇주식에 독보다는 약=금리인상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금리인상 당시 은행예금대비 주식의 수익률(Yield Ratio)에 의해 달라졌는데, 주가 고평가 영역에서 금리를 올리면 강한 충격이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단기적인 영향에 머물렀다. 예금금리대비 주식의 수익률은 2000년 금리인상 시점에는 1.52배, 2002년에는 2.37배, 2005년에는 2.90배였다. 그런데 지금은 4.17배에 이른다. 현재 주가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셈이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금리인상은 상당부분 시장에 반영돼 있어 추가상승 폭은 제한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시장의 수급 주체는 금리인상에 따른 원화강세 수혜를 노릴 수 있는 외국인이다. 또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4%에 근접하더라도 여전히 절대수치로는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형 펀드로 흘러갔던 자금의 일부 유턴도 기대해 봄직하다. 김순영 IBK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은 펀드시장의 투자 패러다임(Paradigm)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채권자산의 투자매력 감소는 점진적으로 다른 자산으로의 자본의 이전을 유도할 수 있다. 국내 경제가 탄탄한 상황에서 글로벌 악재가 잦아들게 될 경우 투자의 대안은 주식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종목이 유망할까? 금리인상 사이클 시기(정책금리 변화가 없다가 인상된 시점을 기준)의 업종별 수익률을 살펴보자. 코스피지수 대비 초과수익률이 플러스인 횟수만을 고려한다면 보험업종은 4번의 시기에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식음료, 철강금속, 의약품, 전기가스, 전기전자 업종의 경우 초과수익률 횟수와 초과수익의 크기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나타냈다.
금리 인상기의 대형과 중형, 수출주와 내수주의 성과를 비교해 보면 정책금리 인상이 스타일별 성과에서는 뚜렷한 상관성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금리 인상 직후에는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수출주와 내수주로 보면 금리인상 직후 단기적으로 수출주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대형과 중형의 경우 금리인상 이후 시차를 두고 중형주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은행주의 경우 건설업 구조조정에 따른 불확실성이 우려됐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예대마진 회복과 이를 통한 충당금 부담 축소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보험주의 경우 시중금리의 금리인상 선반영에도 불구하고 내년 초까지 금리인상 추세가 지속적으로 높아진다면 자산운용수익률 제고가 기대된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가장 수혜를 받는 업종은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종일 것이다. 또 금리인상에 따른 환율하락 수혜를 받는 업종들이 유망한데, 전기가스, 항공, 여행 그리고 은행 업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끝으로 금리인상이 결국 경기의 회복을 반영하고, 수급적인 측면에서의 개선을 통해 주식시장에 긍정적이라면 하반기에 모멘텀(상승 동력)이 괜찮은 IT(반도체), 철강, 화학, 운송 업종도 유망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정리했다.
◇주식형 펀드, 인식전환이 필요해=올 상반기 수익률 상위 펀드는 IT와 자동차 등 수출주 비중이 높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IT, 자동차 수출주 테마가 하반기에는 은행, 내수주의 테마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T와 수출주로 수익률을 높였던 펀드보다는 내수주도 곁들여진 펀드로 갈아타는 전략을 고려할 때다.
해외관련 펀드 투자 시기는 금리인상 막바지 국면으로 갈수록 유리하다. 원화강세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환차손이 불가피하고, 또 이를 피하기 위해 헤지를 한다 하더라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원화대비 절상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외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채권형 펀드 대신 소액채권=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최소 0.5%포인트가량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현재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상당부분 선반영했다는 평가다. 따라서 일부 채권 비중을 줄이되, 만기를 짧게 조절한다면 큰 손실은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은 푸르덴셜증권 연구원은 “기존 투자자의 경우 현 시점에서 채권비중 축소가 시급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 금리의 추세적인 상승국면에 진입한 점과, 위험대비 기대수익 측면에서 고려해 볼 때 ‘채권형 펀드’의 상대 매력도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형 펀드는 채권 직접투자와 달리 투자자가 투자 대상 채권의 만기를 조절할 수 없다. 금리상승 위험에 대한 대응에서도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채권형 펀드 비중을 축소하고 대안 상품으로 소매채권, ELS(주가연계증권)·ELF(주가연계펀드), 목표전환형 펀드(일정 수익률을 거두면 주식 비중을 줄이는 펀드)를 고려할 만하다고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증권사가 채권을 대량으로 사들인 후 소액으로 쪼개 판매하는 소매채권은 만기까지 보유시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변동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 절대금리 메리트가 있으면서 부도 위험이 낮은 우량 회사채 위주로의 접근이 유효해 보인다. ELS ELF 등은 상품별 수익률과 변동성의 편차가 큰 편이므로 사전에 원금보존 여부, 수익구조, 기초자산의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원자재 투자매력도 ‘업’=인플레이션 시기에는 화폐가치 하락에 따라 금, 원유 등 대체자산인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 금리인상도 물가상승에 대한 반작용인 만큼 원자재 투자는 여전히 유망하다. 서수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기에는 원자재와 주가 간 상관관계가 약해지지만, 회복기에는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융위기 당시 투자자들은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원자재에 투자했다. 하지만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심리로 원자재와 주식은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