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점은 과거 간접광고가 주인공이 착용하고 있는 의상 신발 액세서리 등 상품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그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이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으로 프랜차이즈 매장이 등장하는가 하면, 보다 적극적인 경우 등장인물이 운영하거나 근무하는 장소로 이용돼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PPL은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해 광고를 제작·방송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진행이 가능하고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경우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최근 너도나도 PPL 광고에 뛰어드는 상황이라고 한다.
최근 PPL을 통해 가장 큰 효과를 본 업체는 ‘신선설농탕’이다. 신선설농탕은 지난해 이승기 한효주가 주인공으로 출연, 47.1%의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 PPL 광고를 진행했다. 극중에는 ‘진성설농탕’이라는 브랜드로 등장했는데 회사 경영 자체가 드라마 소재가 되면서 매장부터 공장까지 상세하게 노출이 됐다. 드라마 시청률까지 대박을 터뜨리면서 촬영이 진행된 김포점의 경우 일매출이 방송 전 대비 50~60% 증가하고 다른 매장 역시 평균 매출이 40%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스무디킹’ 역시 <찬란한 유산>의 덕을 톡톡히 본 업체다.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거기가 어디냐”는 문의가 쇄도했고 촬영 장소였던 일산 웨스턴돔점과 서여의도점의 경우 드라마가 방영된 직후인 일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매출이 깜짝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초 평균 시청률 25.7%를 기록한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도 다양한 PPL 광고가 진행됐다. 그 중 단연 주목을 받은 것은 여주인공 금잔디(구혜선 분)의 아르바이트 장소로 등장했던 죽 전문점. 프랜차이즈 ‘본죽’은 드라마 방영 이후 40%의 매출 향상의 효과가 있었으며 촬영이 진행됐던 돈암점의 경우 한때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일본에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돈암점, 명동점에 일본인 관광객이 부쩍 늘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샤브샤브 전문점 ‘채선당’은 현재 방영 중인 SBS 아침 드라마 <당돌한 여자>에 PPL 광고를 진행해 재미를 보고 있다. 이 업체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오 마이 레이디>에도 채선당을 비롯해 ‘누들&돈부리’ 매장을 노출시킨 적이 있다. 조영아 홍보과장은 “주인공들의 식사 장소로 매장 촬영이 이뤄지는데 샤브샤브라는 메뉴의 특성상 저녁 드라마보다는 아침 드라마의 효과가 큰 것 같다. 드라마가 방영되면 촬영 매장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그날 점심과 다음날 점심까지 매출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SBS 드라마 <나쁜 남자> 제작지원에 나선 ‘불고기브라더스’도 드라마 방영 이후 40%의 매출 증가가 이뤄졌고 홈페이지 방문 조회 수도 업계 10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한예슬이 CF모델로 활동 중인 ‘카페베네’는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주인공인 지훈(최다니엘 분)과 정음(황정음 분)이 만나는 장소로 이용됐고, 강지환 박시연이 출연 중인 SBS 드라마 <커피하우스>에서도 주 무대로 등장하고 있다. 원할머니보쌈은 얼마 전 종영한 KBS 2TV 주말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 ‘모녀보쌈’이라는 브랜드로 PPL을 진행했다.
이처럼 PPL이 과열양상으로까지 보이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드라마가 흥행에 실패하면 PPL을 통한 홍보 효과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주말 드라마에 PPL을 진행한 한 외식업체의 경우 시청률이 평균을 밑돌아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드라마 속에서 직원 회식 장소로 5회 이상 등장했고, 매장 노출 시간도 생각보다 길어 매출 상승을 기대했는데 시청률이 높지 않아 큰 효과를 얻지는 못했다. 다만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광고를 진행했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만족한다”며 아쉬워했다.
지나친 PPL의 경우 극의 흐름을 끊어버려 소비자로부터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과거 비데 브랜드로부터 협찬을 받은 한 드라마는 지나친 PPL로 인해 여주인공이 ‘비데공주’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었고 결국 옛 방송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제재’를 받은 일이 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역시 특정 브랜드의 휴대폰, 차량, 주류 등을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노출해 시청자위원회로부터 ‘시청자의 시청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빚어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드라마 관계자 역시 ‘협찬사의 회사 슬로건을 극중 대사로 쓰는 등 일부 PPL의 경우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며 반성의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편법적 PPL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입장 역시 앞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의 <티아라닷컴>에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중지’를 의결했다. 이는 심의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에 해당한다. 이 프로그램은 걸그룹 티아라가 온라인쇼핑몰을 창업하는 과정을 방송하면서 해당 쇼핑몰과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노골적으로 홍보했다는 이유로 이 같은 징계를 받았다.
현재 허용된 간접광고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를 통해 진행된다. ‘협찬’은 건물 가구 등을 지원받고 프로그램 말미에 협찬 고지만 할 수 있는 것이지 협찬주에 광고효과를 주는 것은 현재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매출로 따져볼 때 프랜차이즈는 소기업에 속한다. 지나친 광고비용은 가맹점 부담으로 이어지게 되고, 나중에는 메뉴 가격 상승까지 불러와 결국 소비자까지 피해를 입는 셈이다. 따라서 남들이 하니까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제작사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적절한 내용과 비용으로 진행하는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