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가오면 호흡기 질환과 함께 소화기 질환도 조심해야 한다.
[부산=일요신문] 흔히 겨울이 다가오면 호흡기 질환을 조심하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주를 이루지만 의외로 소화기 관련 질환도 기승을 부린다. 대표적인 것이 식중독과 장염, 소화불량 등이다. 흔히 여름철 질병으로 알려진 식중독과 장염은 호흡기 질환과 마찬가지로 겨울에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날씨가 추워지면 여러 가지 질환을 불러오는 바이러스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할 것이란 편견이 있다. 하지만 세균과 달리 바이러스는 낮은 온도에서 더욱 활동을 잘 하므로 기온이 떨어지고 밀폐된 외부활동이 줄고 실내 생활이 늘어나는 겨울에 오히려 바이러스가 더 기승을 부리기 쉽다.
식중독의 원인으로 알려진 로타 바이러스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전파하는 감염성 바이러스로 증상은 대개 구토와 설사, 발열, 복통 등이다. 감염성 질환의 전파는 손을 통한 전염이 대부분이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위생과 손을 항상 깨끗이 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로 바이러스의 경우 겨울철 식중독의 주범으로 로타 바이러스와는 달리 식재료나 음식물에 기생하다가 감염된 음식을 섭취하면 식중독을 일으킨다. 그 증상은 노로 바이러스 감염과 유사하며 구토, 설사, 복통 등이 주요 증상이다. 노로 바이러스는 생명력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겨울철이라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음식물은 충분히 익혀 먹고, 가급적 날 것보다는 조리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식중독이나 장염에 걸렸을 때는 탈수 증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분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독 겨울철 소화불량에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소화불량은 보통 위장 점막의 손상, 위액 등의 소화효소 분비의 문제로 생기지만, 위장 운동에 이상이 있을 때에도 발생한다. 겨울철에 기온이 낮아지면 신진대사와 함께 우리 인체 기능도 저하된다. 추위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일시적으로 위장 기능이 떨어져 소화불량, 식욕감퇴, 위장장애, 변비, 설사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겨울철 실내외의 급작스러운 온도 차이로 인체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이 문제를 일으켜 소화기능 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 겨울 추위 그 자체가 교감신경에 장애를 주고 위장으로 가는 혈액의 흐름을 줄이고, 위의 활동성을 낮추면서 소화에 방해를 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추위로 외출을 삼가면서 활동량이 줄어들어 위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위장운동은 음식의 종류나 식사시간에 영향을 받지만, 신체 활동량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식사 후에 앉아만 있거나 바로 누우면 위장기능이 저하된다. 따라서 겨울철에 활동이 줄어들면서 소화불량을 경험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예방한다고 식사 후 곧바로 과도한 활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삼가하고, 가벼운 산책 등을 하는 것이 소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대동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임태원 과장(소화기내과 전문의)은 “추워진 날씨에 소화불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급작스러운 외출로 인체가 급격한 온도차를 느끼게 하는 것을 피하고 외출 전에 충분히 몸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은 오랫동안 추위에 노출된 후 음식을 먹게 되면 위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몸을 충분히 녹인 후 천천히 음식을 먹고, 되도록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며 “춥다고 움츠려 있지 말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약 소화불량 증세가 지속된다면 더 악화되기 전에 소화기내과 전문의를 찾아 원인을 찾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