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1 ‘한국인의 밥상’
설악산 대청봉과 마주하고 자리 잡은 점봉산 해발 1164m에 오르면 곰이 하늘을 보고 누운듯한 모양의 곰배령이 펼쳐진다.
봄부터 가을이면 야생화와 초록이 물드는 풍요로운 자연을 품은 원시의 숲. 곰배령은 과거 콩과 팥을 이고 고개를 넘어 양양장을 가던 길이었고 공을 차며 뛰어놀던 삶의 공간이었다.
겨울이 다가오고 꽃과 단풍은 졌지만 1년 내내 지지 않고 곰배령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산을 닮은 사람들이 전하는 넉넉한 한 상을 만나본다.
곰배령에 사람이 사는 마을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강선마을. 23년 전 강선마을로 내려와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지어룡 씨.
계곡이 흐르는 산자락 아래 자리 잡은 지어룡 씨의 집은 아들의 고향이자 가족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학업 때문에 떨어져 지낸다는 아들이 오랜만에 고향으로 찾아왔다.
아들과 함께 지었던 집에 흙을 발라 빈틈을 메워 겨울을 준비하는 부자. 산에서 살아가려면 더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지어룡 씨에게 곰배령은 그저 풍경이 아름다운 곳만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다.
집 뒷마당에 떨어진 잣 몇 개를 주워 아들이 좋아하는 잣죽을 한 그릇 끓여내고 집 주변에 흔하게 자라는 당귀를 캐서 수제비도 한 그릇 끓여낸다. 겨울에 말려둔 황태를 불에 구워 아들과 별미도 나눈다.
곰배령에 살며 숲이 주는 것이 마냥 좋다는 지어룡씨. 아들이 숲을 닮아 배려있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처럼, 아들의 영원한 고향 곰배령에서 인생 참 맛을 맛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